서리 내리는 마을에서

by 신복희 posted Dec 2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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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마을을 삼키면 달빛은 어둠을 삼키고 부드러운 달빛이 발가벗은 나뭇가지에 풀어헤친 실타래처럼 내려앉습니다. 바람이 실타래를 부풀리면 은빛으로 반짝이며 마당에 쌓입니다. 서릿발을 쓰고 일어선 울렁한 흙을 밟고 마당을 가로질러 골목에 나서면 뒷산 대숲에서는 댓잎 서걱이는 소리가 얼핏 들려옵니다. 겨울밤을 적시는 서리 보다 차가운 달빛이 마당을 건너 대숲을 흔들고는 개울물에 잠기면 밤은 더욱 깊어갑니다. 골목마다 개 짓는 소리에 어둠은 마을에서 보다 멀리 쫓겨나고 별빛마저 봉창을 밝힙니다.

이런 밤이면 어디선가 여인이 서러운 소리를 죽이며 흐느끼고 있을 것만 같이 애달기만 하답니다. 혹여 서리 내리는 소리가 들릴 것도 같습니다. 달빛은 바람 소리를 낼 것 같고 바람은 솔향을 품고 들녘을 내달리는 듯합니다. 그러나 긴긴 동지섣달 밤도 이제 깨어날 때가 왔나 봅니다. 오늘, 저 은실 같은 달빛이 옥양목 폭처럼 풍부하게 쏟아지는 보름달로 바뀌면 새해 아침의 해는 더욱 찬란하게 산봉우리를 헤치고 솟을 것입니다. 얼음장 아래로 흐르는 골짜기 물에 얼굴을 씻은 밝은 해가 떠오를 것입니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희망의 해가 가슴마다에서 붉게 뜰 것입니다.

선생님과 더불어숲 나무 님들께도 새해 아침이 오면 창을 환히 열고 '인흥골'을 밝힌 순진한 해를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날들만 가지시기 비옵니다.
나무님들도 새해에는 보다 많은 꿈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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