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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경연씨와 함께 선생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보고 왔습니다.

아침 일찍 영해 성당에서 안동 교구의 많은 신부님들과 안동 가농의 많은 분들, 선생님과 고락을 함께 했던 동지분들, 가족과 친지분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선생님과의 고별의식이 치루어졌습니다.

선생님의 영정.  선생님 댁의 사랑방 서재에 앉아서 조용히 우리를 보시는 듯한 그 시선의 영정이 그렇게 눈물이 나게 했습니다. 지난 추석에 찾아 뵈었을때만 해도 정정하셨는데 연말에 병원에서 뵈었을때만 해도 설마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우리 젊은 친구들이 찾아가면 그 서재에서 차도 끓여 주시고, 혹여 젊은 사람들 불편할까봐 ‘편히 앉으라’ ‘편히 기대라’며 마음 써 주시던 선생님.
젊은 저희들보다 더 열심히 새로나온 책도 사서 보시고, 신문 기사도 챙겨두시고, 우의 선생님께서 새로 쓰신 글들을 챙겨보시던 선생님.
늘 젊은 저희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셨는데 지척에 모시고 있으면서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는 것이 이제는 그 뜨거운 가슴으로 이 나라의 통일을 염원하시던 얘기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죄송스럽고 가슴 아팠습니다.

선생님을 처음 뵈었던 대전 소풍에서 ‘사나이 결심’이란 노래를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부르시던 모습. ‘나무가 나무에게’를 만들기 위해 울진 망향정 민박집에 모였을 때 밤새워 젊은 저희들과 얘기를 나누시던 모습. 젊은 저희들이 가면 한끼 식사라도 먹여 보내야 한다며 늘 챙겨주시던 모습.
엄혹한 군사 독재 시절에 농민 운동으로, 이 땅에 민주화의 활화산이 타오르던 시절 그 정점에선 민주 운동세력의 총 연합체인 전국연합 의장이셨던 분이 우리에게는 그렇게 소탈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 오셨습니다.
누구보다도 더 더불어 숲에 애정을 보여 주셨던 선생님. 저희들 같으면 예전에 버렸을 그 오래된 컴퓨터로 더불어 숲의 글들을 꼼꼼히 챙겨보시던 선생님이셨습니다.

이제는 국회의원 또는 관계의 장이란 직함으로 보낸 옛 동지들의 화환을 뒤로 하고 그래도 이 시대를 농민을 위해, 민족의 통일을 위해 온몸으로 사셨던 선생님을 위한 만장하나 없이 단촐한 꽃상여에 몸 누이시고 집 앞을 지나 동네를 한바퀴 돌아 상대산으로 오르셨습니다.

선생님 집 뒤의 상대산 산정에 동해바다가 옆으로 보이고 드넓은 영해 평야가 바로보이는 그곳에 선생님께서 영원히 잠드셨습니다.

가끔씩 불어오는 세찬 바닷 바람이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들려주시는 선생님의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 편안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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