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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더군요. 노무현 대통령이 아마 국민에게 편지를 보냈던 모양입니다. 설날에 출근해서 메일을 확인해보니 대통령의 새해인사가 왔더군요.  편지를 읽다보니 조금은 우울함이 덜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얼마 고마운 일입니까?
아마 이 양반은 분명히 비서관을 시키지 않았을 겁니다. 당신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서 자신의 결심을 우리들에 했을 거란 생각이었습니다. 혼자 결의를 하기엔 자신도 어쩔지 몰라 여러분이 잘하는 지 지켜봐달라고, 힘도 되어주고 비판자도 되어달라는 의미였을 겁니다. 지도자가 갖고 있는 그런 결심을 보호해주는 것도 우리의 몫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운내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기운내라는 건 아마 내 자신에게 한 소리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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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과 같은 명절일 수록 마음이 우울해지는 지하철 노동자인 저는 지하철에 근무한 13년동안 명절에 고향을 내려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때 발전소는 여전히 돌아가야하고, 병사들도 외로움과 추위를 견디며 밤을 지새워야 하고, 경찰서의 불은 켜져 있어야하듯 저희들도 이렇게 땅 속에서 여러분들을 위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보람이나 소명의식 같은 것이 생기질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늘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 한켠의 구석에 치워져 있는 그런 느낌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을 하는 우리들에 대한 어떤 사회로부터의 온기, 당신이 있기 때문에 내가 고맙고 그래서 미안한 어떤 느낌이 우리 사회에는 사라져가고 있다는 겁니다. 조금이라도 그런 기운이 남아 있는 사회라면 오늘 같은 날 이렇게 나와서 일하는 것이 외롭지만 그래도 보람같은 것을 느낄 텐데 말입니다.

올 한해 그런 사회를 만들어주십시오. 지난 시절, 특히 국민의 정부시절에 더욱 심했었던 공동체의 중요한 자원을 다 내다버리고 헛 것만 추구하게 만들었던 게 지금까지의 우리였습니다. 대통령께서 하시고자 했던 일이 비단 보수적인 지배집단뿐이 아니라, 개혁과 민주주의의 잠재적 수혜자인 민중계층에서 마저 드센 거부감을 만들어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가 기원을 두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회구성원의 심성구조를 인간과, 책임, 연대성, 도덕이 아닌 돈으로만 재편하고자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매이다 시피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되보입니다. 바로 전임 대통령이 사회구조를 해체시켜놓았기 때문에 순수하고 좋은 뜻을 갖고 있는 정책마저 위 아래, 양 옆에서 저항을 받고  왜곡되는 일이 생기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모든 조직이 돈을 추구할 때 그 구조의 인성구조는 어떻게 변해갈지 생각해보면 끔찍한 노릇이 아닙니다. 사회 곳곳의 모든 사람들이 돈을 추구한다면 과연 격이 있는 사회, 온정적인 사회, 관용적인 사회가 가능할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우리 사회는 이를 위해 달려가도록 강제되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온전하게 이해되고, 수용되며, 조율이 되어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실체로 만들어질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집단을 조율하려 할 때는 더욱 되는 일이 없게 될 겁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대통령께서 갖고 계신 생각의 조각들을 통해 인간을 중심에 두는 사회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어떤 진정성 같은 것을 봅니다. 저는 다른게 아니라 지도자에게서 이런 점을 볼 수 있다는 게 희망의 작은 씨앗이란 생각을 합니다. 대통령께서 강력하게 실천하시고자 하시는 그 진정성이 저 같은 노동자에게도 느낄 수 있도록 더욱 분명하고 확고하게 밀고 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러나 매체를 통해 전해듣는 대통령의 갖고 계신 그 생각들과는 반대로 여전히 낡은 질서에 기반한 완고함이 여전히 일터를 지배하는 것을 목격하는 저로서는 가슴이 아픕니다. 몇년 전에 이미 1600여명을 감원하고도 모자라 몇년 안에 다시 2700여명을 감원하고, 분사화와 용역화라는 노동자를 도구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낡은 질서가 강하게 휘몰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나라당이라는 고답적인 수구적 정당하에 있는 한나라당 정부인 서울시이기 때문에 가능한 건지, 뭐를 믿고 정부의 국정목표와 다른 방향으로 막무가내로 나가려 하는 지, 서울지하철공사의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예전 같으면 정부의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공사 경영진의 저런 모습이 혹시 대통령보다 한나라당이 더 확실히 기댈 곳이라고 판단한 것인지, 헷갈립니다.

이제는 노조도 희망을 갖을 수 없습니다. 얼마전 대통령께서 초청하신 적이 있는 지하철노조는 한나라당보다 더 낡은 질서에 의존해 공사와 담합을 이루면서 사회적 약자가 갖고 있어야할 건강한 비판성마저 상실한 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갖고 계신 국정철학이 더디더라고 분명하게 관철된다는 확실한 의지와 함께 앞서서 실천하시는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복받을 일 많이 짓기 바라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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