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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겨운 사람들, 보금자리 마저 불질러  

서민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사회, 죽음과 범죄 부추기는 나라  

이명옥  
  
2월 11일 저녁 10시경 당고개 앞 노숙자들의 보금자리 무허가 판자촌에 원인모를 화재 발생으로 순식간에 5채의 벌집을 태우고 11시경 진화됐다.



▲화재현장 모습     ©이명옥  


경찰 수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어쩌면 자포자기한 노숙자가 횟김에 저지른 방화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화재의 심각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누군가 노숙자들이 “네가 불을 질렀지? ” “아니야,네가 그랬잖아.”라며 서로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다행이 집이 비어있던 시간이어서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경찰은 현재 순찰차와 대기조를 파견해서 현장을 보존하고 있다.

방화인지, 실화인지 누전에 의한 화재인지는 전문적인 검증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두서너 달 사이 서너 건의 사망 소식을 접한 서민들은 삶이 우울하기만 하다.

IMF이 후 최대 경제 난국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경제적 이유로 스스로 죽음을 택하거나, 범죄자의 길로 접어드는 사례가 부쩍 많아져 서민이 설 자리가 없음을 실감한다.

어느 사회나 빈부의 격차나 사회의 명암이 엇갈리겠지만 오랫동안 철거민을 비롯 소외된 자들이 모여 살던 상계동은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불암산 자락을 등 뒤로 늘어선 아파트와 24시간 찜질방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새벽녘 집보다 더 따뜻한 화장실 라디에터에 언 손을 녹이려 새벽같이 집을 나선 할머니를 볼 수 있다.

환자인 아들 때문에 발 편히 다리조차 뻗을 수 없다는 할머니는 새벽 지하철 역사 철문이 열리면 부지런히 화장실로 들어와 언 손을 녹인 후 간밤 버려진 박스롤 주으러 역사 주변의 상가를 배회한다.

유난히 일당 벌이나 '노가다'들이 많은 이곳은 새벽 첫차를 기다리며 서 있는 중년의 사내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손녀들의 재롱을 보며 따뜻한 안방에 앉아 있어야 할 노인들에게도 경제 여파가 몰아친 탓인지 눈만 남기고 꽁꽁 둘러싼 노인들이 삼삼오오 비닐하우스에서 운행하는 봉고차를 기다리는 모습과 예비군 훈련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북적임이 끝나갈 무렵이면 초등학생의 코묻은 돈을 구걸하는 주정뱅이 노숙자도 한 두명씩 눈에 띈다.

이런 동네다 보니 초봄부터 겨울의 초입까지 추위와 더위를 피하려는 노인들이 화장실 앞에 신문을 깔고 앉아 뻥튀기나 소주 한잔으로 시름을 달래는 모습을 늘 접하곤 한다. 올 겨울 유난히 추위가 심해서인지 몇 건의 사망을 목격하게 되었다. 역사 한귀퉁이에서 잠자던 노숙자가 죽었는가 하면 역 앞에서  토스트를 팔던 아주머니가 알콜 중독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고, 한성대역서 달리는  전동차에 뛰어들어 사망한 사람의 소식도 접하게 되었다.

아무리 복지 시설이 잘되어 있다해도 어딘가 보완할 부분이 있어 완벽을 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에 목숨을 걸고 사는 일마저 여의치 않아 스스로 죽음을 택하거나 범죄자의 길을 택하는 사회라면 한번쯤 되짚어 볼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이번 화재가 ‘방화’건 ‘실화’건 술권하는 사회보다 더 열악한 죽음과 범죄를 권하는 사회가 된 것 만은 분명한 사실인 듯 하다.

  
ⓒ 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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