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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4.02.19 20:46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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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이 아주 좋았다. 봄볕처럼 포근한 햇살이 집안에만 있는 나를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듯 종일 유혹하고 있었다. 점심먹고 나는 산으로 내달았다. 봄을 맞으러 나간 셈이다. 산은 벌써 꿈틀거리는 듯했다. 나무마다 잎눈과 꽃눈이 곧 터질 듯 부풀어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다. 진달래나무를 한 포기만 캐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생긴 것이 진달래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양지바른 산중턱을 지나다가 사람소리에 놀라 도망가는 노루를 한 마리 보았다. 마치 송아지 같았다. 별안간 눈앞에 튀어나온 녀석은 참 예뻤다. 노루는 달아나다가 저 만치서 잠시 돌아보고는 서둘러 사라졌는데 그윽이 바라보는 그 순진한 눈에 반해서 멀어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무척 애석한 마음이 되어 다시 만나기를 바랐다.

노루가 놀던 자리에는 지난 여름 태풍 때 쓰러진 작은 나무가 한 그루 누워 있었다. 내 키보다 작은 나무는 뽑힌 뿌리가 온통 하늘을 바라보며 팔을 벌린 형상으로 누웠는데 손가락 굵기 만한 가느다란 한 가닥 뿌리만이 흙에 덮여 있었다. 진달래 한 포기 뽑으려고 헤매던 참이라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집으로 가져와 심었다.

나무를 마당에 심어놓고 보니 가지가 뻗은 모양이 유달리 아름답게 느껴졌다. 오로지 한 가닥 뿌리가 나무를 위한 영양공급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아주 가느런 가지까지 살아 있었다. 햇볕에 노출된 굵은 뿌리도 손톱으로 껍질을 조금 벗겨 보니 연둣빛 고운 빛으로 나타나며 살아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제 봄이 오고 여름이 되면 나무는 가지마다 푸른 잎을 흔들며 더욱 건강하게 자랄 것이다. 그렇게 자라는 나무를 보면서 가느다란 한 줄기 뿌리의 의미를 나는 오래도록 기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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