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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문인화와 서간문학의 한 絶頂>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獄中書簡이 한 권의 미려한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이 서간들은 신 교수가 통혁당 사건으로 복무하던 20년 세월 동안 틈틈이 부모형제와 친구, 선후배들에게 보낸 것들이다. 편지를 받은 사람들이 보관하고 있던 원판을 영인해 지난 1993년 한정판으로 펴낸 바 있으나 극성독자들의 요청이 많아 이번에 재출간됐다. 엽서의 원색과 질감, 단아한 글씨체까지 부드럽게 감싸안는 고급양장본으로 만든 출판사의 노력도 돋보인다.

이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으로 많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신 교수의 글솜씨, 그림솜씨, 소박 단아한 성품은 이번 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변소에서 쓰는 갱지에 또박또박 눌러 써 결기가 묻어나오는 초창기 글부터 시작해, 감옥 생활을 받아들여 점차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주변을 성찰한다든지, 공부에 대한 생각을 넓혀나가는 모습이 시간 순으로 펼쳐진다.

글보단 그림에 눈길이 먼저 가는데 囹圄의 고독한 영혼을 표현해주는 딱딱한 목침과 전등 등의 스케치에서 동양 미학의 한 소박한 성취까지 나아가는 예술적 과정은 보는 이들을 새삼 깊은 상념의 한 때로 이끌고 간다.

이 책의 내용은 한 이념적 지식인의 심경고백으로 읽기보다는, 글쓰기의 한 장르로서의 서간문학으로 읽을 때 감정이 훨씬 살아난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징역의 열가지 스무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섭씨 37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중의 형벌입니다."

가장 유명하게 회자하는 위의 구절에 나타난 삶의 결정적 진실이나, 자식 감옥살이를 치르게한 불효를 씻으려고 국어학자인 아버지의 저서 제목을 題字하겠다고 고백하는 모습 등은 그 메시지를 전하려는 이와의 관계 속에서 끌어올려질 수 있는 상념들이고, 품격이 다스려진 글들이 아닐까 한다.

"머리 좋은 사람이 가슴좋은 사람만 못하고, 가슴 좋은 사람이 손 좋은 사람만 못하고 손 좋은 사람이 발 좋은 사람만 못하다. 立場의 동일함, 그것은 인간관계의 최고 형태이다" 등의 철학적 진술도 마찬가지다.

엽서에 그려진 손바닥만한 그믐밤이나 겨울나무의 단촐함은 이중섭이 껌종이에 연필과 볼펜으로 그린 궁핍한 지식인에 대한 소묘와는 다르게, 따뜻한 선비품성으로 농묵을 조절한 문인화를 느끼게 한다. 겨울밤, 예술적 향취가 짙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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