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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목욕탕이란 간판 자주 보시나요..?
일주일에 한번씩 몸을 씯는곳의 명칭이 거의다 싸우나로 바뀌었더군요

이젠 오래된마을 구석에 한가하게 있는곳들만이
아직 목욕탕이란 간판을 높은굴뚝에 달고 있을뿐,
목욕문화가 많이 바뀐것같습니다.

우리 어릴땐 설이나 추석을 앞두고 집안식구들이 단체로 몰려가서
콩나물시루 같은 탕안에서 시골장터처럼 있는때 없는때 다밀고 나오던시절 이었죠
너도나도 못살던 그시절엔 매주일마다 목욕탕에 가는사람은  드믈었어요
소위 멋쟁이(?) 라고 불린 세련된사람 아니면
웬만한 정도는 집에서 물을 덥혀가지고 씯고 비용이 들어가는 목욕탕가기는
그야말로 연중행사로 치러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목욕탕에 가면 늘 빠지지 않고 들리는소리가 있었죠
공명이 잘되는 장소의 특성에 따라 할아버지들이 읊으시던 시조가락이었습니다.
우렁차게 시작해서 긴 호흡으로 빼내는 시조 소리를 들으며
뭔지도 모르고 어린애들은 무서웠고
괜히 어른들이 호통을치는 분위기 같아 압도 당했었죠

아줌마들은 얼굴이 벌게 지도록 두서너시간동안 목욕탕에서 기어이 본전을 뺐고
낯모르는 사람들끼리 서로 등을 밀어주는것이 또한 당연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샌 집에서 비누니 수건이니를 챙겨가는것은 여자들이나 하는것이고
남자들은 당연히 돈만 가지고 싸우나에서 해결합니다.
그리고 싸우나에서 낯선사람과 서로 등을 밀어주는장면도 어느덧 사라진것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어느정도 먹고 살만한 사정이 되고
공동체적인 사고방식이 희미해지면서 개인적인 생활방식이 점차 두드러져 가니까
타인을 경계하는 심리가 같이 벌거벗고 몸을 씯는장소에서도 작용을 하는가봅니다
그에따라 남의 생활에 간섭을 하지않는 풍토가
사람과 사람간의 거리를
그만큼 멀게 만들어 목욕탕 문화 속에서도 바로 드러나는것 같습니다.

그런게 남 신경을 덜쓰게되니 좋은면도 있지만 또한편 삭막한것도 사실입니다.
지난날엔 낯모르는사람이 멋적게
"등 좀 밀어주실래요 ?" 하는 머쓱한 미소와 함께
서로 등을 밀어주면서 몇마디 간단하게 건네주고받는 사람의 정을 느낄수도 있었죠

주거이동이 많지 않았던 그시절엔 명절을 앞에두고선 온동네 사람들이
목욕탕에서 멋적은인사를 나누는 그 자질구레한 생활모습이 정겹기도 했는데
요샌 아는사람을 벗고서 만나게 되면 웬지 불편하기만 하니
예전 목욕탕 풍경은 아득하게 사라지는것 같습니다.

대도시에 밀집해인구가 몰려들어 치열한 경쟁속에서 생활하다보니
스치는 사람 숫자는 늘어났고. 이해에 따라 서로 얽히는 정도는 다양해졌지만
정작 속내를 들어낼 사람과 사람의 간격은 너무나 큰것이어서
싸우나 간이침대에 누워서 직업 때밀이에게 몸을 맡기는 오늘날의 개인 보다는
옆자리에앉아 서로 손이안닿는 상대의등을 밀어주는
예전의 촌스런 목욕탕에서 주고받던 사소한 정들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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