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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4.03.24 04:35

취중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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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좋겠다.
난 술이 깨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놈이 되거든...
이제는 술에 취하지 않으면 여기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펼치지도 못하고, 삼만원이 넘는 새로 나온 신영복 선생님 책을 사지도 못하거든...
난 술을 마시지 않으면, 분노할 줄도 모르고, 사랑할 줄도 모르고, 울지도 못하거든...
그래서 술이 좋은 건 아닌데...
술에 취하지 않으면, 쥐도 새도 모를 이런 글 한쪼가리도 내 모양새로 남기지 못하거든...
술깨면 내가 술취했을 때 어떤 놈이 되는지 남기고 싶어서...
취하지 않은 하이드씨가 사실은 술취한 지킬박사였다는 걸 남기고 싶어서...
나도 술취했을 때는 너희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남기로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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