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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4.04.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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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만나고 또 헤어지는 것은 일상 있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그런일이 그렇게  일상적일 수 없을 때  아픔이 따른다.
스크린에서 가끔 보는 장면으로 군 입대를 위해 기차에 오르고, 천천히 기차가 플렛홈에서 움직이기 시작하고 할 수 있는 한 따라가며 눈물 짓는 모습을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눈에 익다.
  어떤 갈림길에서 서로가 다른 길로 작별할 수도 있고, 버스나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일 수도 있고,  요즈음 아예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보내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이든  작별하는 상황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겠지만,  나의 경우로 보면 배를 타고 떠나 보낼 때 가장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것이 왜 그런지 딱이 한마디로 꼭집어 말할 수 는 없으나, 배를 타고 떠나는 모습은  배의 멀어짐과  동시에 한발짝도 더는 다가갈 수 없는  바닷물의 출렁거림, 무엇보다  배를 타고 떠나는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도, 다시 만날 수도  없을 것이라는 절망적인 생각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거의 안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 수는 있지만 멀어져 작아지는 상대방 모습처럼 다가 갈 수 없는 자신의 아픔을 추수리기 어렵다. 어쩌면 그래서 섬 사람들은 때로 강하면서도, 한편은 참 눈믈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교직에 몸담아 처음 발령을 받아 가게 된  작은 섬 마을.
배에서 내려 이불 보따리를  등에 올려 메고 가파른 산 고갯길을 넘어 가야했다.
고갯마루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 있었고. 바로  눈 아래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마을 앞  가까이  작은 외땀 섬이 보였는데 그 섬은 무인도 였지만 썰물이 되면 그 섬까지 모래 자갈 길이 생겨 그 길로  섬에 걸어 갈 수 있었다.  섬에는 사람 손이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숲이 잘 우거져 있었고,  여름철 물이 빠졌을 때 드러난 바위는 초록색 녹색말인지,  파래인지 짙은 녹색으로 뒤 덮혀 파란 바닷물속에 참 아름답게 보였다. 대개의 아버지들은 바닷일로 배를 타고 나가시고, 집에서는 김 양식업을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김을 거둘 때는 모든 작업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어른에서부터 아이에 이르기까지  온 가족이 나서야 했다.
  어머니가 바닷가 김발에서 김을 따오시면, 할머니는 걷어 온 김을 찬 우물물로 몇 번이고 깨끗하게 행구어 김발 위에  한장 한장 건져 놓는 일을 하신다. 그리고  아이들은 할머니가 건져 놓은 김발을 받아 김 건조대 위에 걸어 말리는 일을 맡아 하는 것이다.  조금 큰 누나는 등에 아기를 업은 채로, 개구쟁이는 개구장이대로, 투정이나 부릴  철부지 어린 아이까지도 걸을 수만 있으면 온 식구 모두가  김 거두는 작업에 동참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문득 그 생각이 나면 마른 김 한장도 목에 잘 넘어가지 않는다.
  섬에 살면서  나 역시  부두에 서서 울고 싶은 심정으로 사람을 떠나보냈지만,  내가  떠나오는 날 갯가로 나온 아이들이 또 울고 있었다. 떠나는 사람이야 뒤돌아서고나면  잊어버릴지 모르지만,  떠나 보내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얼마의 가슴앓이를 또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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