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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총연맹(공공연맹) 기관지 제37호(2004년 5월호)에 쓴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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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일도위원장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18번 후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조합원들은 “교육원에서 자기는 절대로 정치 안 한다”는 소리를 들은 게 엊그젠데 그럴 수 있느냐고, 평소 조합에 관심을 갖지 않던 오랜 직장경력을 갖고 있는 이들조차 그의 행위에 배신을 당했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러니까 이들은 회사가 하는 직무교육기간 배당된 노조교육시간에 들었던 말과, 그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접했던 것과는 다른 행위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지하철의 앞날이 한 층 어두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함께 한나라당을 선택해서는 안 되는 분명한 이유 하나를 얻는 듯 했다.

나는 이 귀중한 공간을 이용해 특정인을 비난하고자하는 의도는 없다. 그러나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동안 끊임없이 구설수를 만들어내었으며 조합원과 노동운동에 시련을 안겨온 ‘배일도’라는 개인에 대한 이해는, 좁게는 현실로 존재하는 잘못된 대기업 노조 지도자의 실체를, 넓게는 반이성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한국사회의 지도자들이 걸어왔던 노정을 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이야기하려 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사회는 노동자들이 사회적으로 똑똑해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왔다. 이러한 환경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노조활동의 방향을 전개되는 사회적 변화와 정치구조의 흐름을 고려하면서 파악할 능력을 대체로 취약하게 만들었으며, 노조의 규모가 크고 노조 업무가 복잡해질수록 내용을 조망하기가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극우적인 정치질서가 위세를 떨치던 사회에서 태어나고, 학교를 다녔으며, 군대를 다녀와 들어온 직장생활 속에서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이듯 ‘노조활동 또한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이며, 체제 순응적인 태도를 내면화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구성원들의 성격구조는 권위적 인성구조를 갖게 마련이다. 이 같은 심성구조는 낡은 정치행위에 의해 굳어졌고, 사회지도자의 그러한 행동유형은 피지배계층에게 부정적인 교육적 결과를 가져왔다.

이를테면 이승만은 일제에 끝까지 저항하던 세력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였으며, 그가 있는 곳에서는 분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그가 광복이후 남한의 국가지도자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외부의 힘에 의존해 도덕적 정당성을 갖고 있던 세력들을 ‘청소’해야 했다. 박정희 역시 출세를 위해 교사생활을 그만두고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갔고, 해방이후 잠깐 열린 사회적 공백기에 사회주의 진영에 발을 담갔던 전력이 드러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강박적인 반공정책을 내세웠던 전형적인 권위적 인성의 소유자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 스스로 도덕적 열등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며, 사회적 신뢰집단으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힘있는 세력과 유착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일본이든 미국이든 출세를 보장해준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들 벼락출세주의자들의 공통점은 그들의 깨끗하지 못한 과거를 알고 있는 세력이 존재하는 것을 대단히 불편해한다는 것이며, 초라했던 과거의 모습을 회상시켜주는 사람들에 대해 적대적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배일도 위원장은 바로 지배질서에 복무했던 전형적인 권위적 인성을 체화하고 있다. 그는 10년의 해고기간동안 현장 활동가들과의 맥이 끊어져있었다. 민주적 지향을 갖고 있는 초기 현장 활동가들은 그의 존재에 대해, 초기 집행부의 부정적인 활동방식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했으며, 이는 곧 그를 ‘잊혀진 존재’로 만들었다.

지하철 노조를 만들었으며 노조활동과 관련되어 구속 수배되었다는 명분과 달리 배일도의 존재를 복원시키려는 사람들은 민주적 이념도 없었으며, 노조활동을 지위로 여겨 위세를 부려보고자 하거나, 승진과 임금인상에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민주적 노조집행부를 ‘민주노총의 들러리’로 인식하고 있던 이들이었다. 배일도와 비슷한 노선을 견지하고자 하던 협조주의 자들은 그들의 뜻이 실현되지 않는다고 판단을 했는지, 95년 도시철도가 설립되면서 상당수가 전직하여 초기 노조를 설립하여 지하철에서 못다 이룬 뜻을 실현하였다. 그러나 그들도 역시 얼마가지 못하여 도시철도 노동자들에 의해 거부되었으나 이미 노조활동을 통해 승진했기 때문에 그들의 목적은 성취한바나 다름없었다.

99년 4.19파업을 실패로 몰아넣었던 더 많은 원인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교리처럼 여기던 정부에 있었음에도, 그 책임을 파업 지도부로 돌리면서 등장한 그는 재기를 위해서는 경영진, 언론, 정부, 자본가 집단과 유착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적 노동운동에 대해 달갑지 않은 태도를 갖고 있던 지배세력들은, 그가 민주노조에 시련을 주는 역할을 자임할수록 그를 실체이상 과잉평가와 대우를 했었던 것이다. 그와 똑같은 행위방식으로 유지되고 움직이는 한국사회의 모순과 낡은 질서를 끌어안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의 입당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지하철노조의 활동가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큰 표차로 위원장에 떨어진 불편한 기억을 갖고 있는 그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더욱 변화된 위세를 과시하고자 할 것이다. 그 방법 역시 노조 집행부에는 약발이 듣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낡은 방법으로 서울시장이나 한나라당을 통해서, 국회의원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배경으로 지하철공사 경영진에게 압력을 넣으면서 지하철노조 집행부에 시련을 주고자할 것이다. 앞으로 그의 행태를 지켜보는 것 역시 시대정신을 담지 못하는 낡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노조지도자가 어떻게 추한 모습으로 추락하게 되는가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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