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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5 09:44

투병문학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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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제 4회 투병문학상…‘나는 아직도 치료 중이다’

[동아일보 2004-05-30 17:19]



[동아일보]
《본보와 인제대 백병원이 공동주최하고 한국MSD가 후원한 제4회 투병문학상 마감결과 총 122명이 응모했다. 마종기, 우애령, 이경자, 서홍관씨 등 유명 문인과 의사가 심사해 18명의 수상자를 선정했다. 뇌출혈로 쓰러진 뒤 처절한 투병기를 담은 신상면씨(서울 강동구 길2동)의 ‘나는 아직도 치료 중이다’가 최우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최우수작을 요약해 소개한다.》


1993년 5월 31일 오전. 자꾸 글자와 숫자가 희미해졌다. 이상하다…. 그러는 찰나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 응급실에서 “어제만 해도 점심식사를 같이 하고 농담까지 했는데…”라며 흐느끼는 아내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였다. 웃으면서 나간 남편을 응급실에서 맞아야 했던 아내의 심정은 어땠을까.


뇌출혈이었다. 수술 후 의사는 평생 말도 못하고 대소변을 받아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단다. 그러나 아내는 충격에 휩싸일 여유도 없었다. 두 아들을 불러 “앞으로 병원비가 많이 들 테니 생활비를 줄여야 한다”며 강해질 것을 주문했다.


재활 치료는 고통의 나날이었다. 한 발짝을 떼기도 어려웠다. 마비가 된 오른쪽 다리는 쇳덩이와 같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그렇게 낯설 수가 없었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불쌍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었다. 자존심은 구겨지고 부끄러움으로 얼굴은 빨개졌다. 평상심이 흔들리자 팔과 다리의 근육은 더욱 굳어졌다. 어눌해진 말투 때문에 아는 사람이 오면 모자를 꾹 눌러썼다. 내 성격은 점차 폐쇄적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길가의 까치만이 유일한 내 벗이었다.


마비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 말을 못하고 기억을 잃었다는 점이다. 낱말 잇기 같은 초보적인 문제도 풀지 못했다. 아파트 이름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내의 얼굴은 기억나는데 이름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가’를 발음하는데 입에서는 엉뚱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다행히 나는 종교에 의지할 수 있었다. 삶을 되돌아보려고 노력했다. 차츰 마음이 맑아졌다. 어려운 발음도 정확해졌다. 단순한 문장은 물론 성경도 읽을 수 있게 됐다.


희망이 커졌다. 6개월, 길어야 1년만 있으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동안 못해 온 아빠와 남편의 역할을 다하겠노라며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투병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투병 기간이 2년, 3년으로 늘어나면서 나는 좌절의 늪으로 빠져 들었다. 끼니를 놓쳐도 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모습으로 살아야 하나. 가족들에게 짐만 되는데 차라리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적이 드문 산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만났던 어떤 부인이 생각났다. 남편이 암으로 죽었다는 그 부인은 내게 “살아있는 자체만으로도 가족에게 큰 힘이다. 절대 죽지 마라”며 눈물을 흘렸었다.


이것도 깨침일까. 나는 몸을 고쳐달라는 애원 대신 마음의 평안을 누리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지난해부터 복지관에서 개설한 글쓰기 교실에 다니고 있다. 글쓰기는 내 자신을 알아가는 도구가 됐다. 글을 쓰면서 그동안 병에서 벗어나려는 집착 때문에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얼마나 고마운 존재들인지 느끼고 또 느꼈다.


정신적 여유는 사람을 크게 만드는가. 내가 자원봉사를 하게 될 줄이야…. 뇌졸중 후유증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의 재활교육을 도와주게 된 것이다. 그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들의 말 트임이 내 일처럼 기뻤다. 삶의 활력을 얻었다. 보람을 느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다. 요즘 나는 유치원을 경영하는 아내를 도와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환하게 미소를 짓기도 하고 야외행사 때는 다치지 않도록 안전지도를 하고 있다. 그래도 아내에겐 늘 미안하다.


어떤 면에서 모든 사람은 조금씩 환자다. 그런데 대부분 치료 의지가 없지 않나 싶다. 나는 마음을 바꿨다. 죽는 날까지 투병할 것이다. 가족이 내게 지워 준 사랑의 빚을 나는 갚아야 하고 또 그 사랑으로 치유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심사평…‘절망의 수렁서 건진 희망’에 박수▼


예선을 통과한 55편을 두고 4명의 심사위원이 모여 심사원칙을 정했다. 성실한 투병과정을 감동적인 필치로 기록한 글을 우선 선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고통을 이겨내는 진실한 모습과 투병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성숙함을 높이 사기로 했다.


두 번째 모임에서 심사위원들이 각자 매긴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정하고 토론을 가졌다. 평가가 크게 다르지 않아 합의에 어려움은 없었다.


특히 최우수상을 받은 ‘나는 아직 치료중이다’는 작품이 보여주는 ‘희망’ 때문에 심사위원 전원이 큰 점수를 줬다. 작가는 ‘모든 사람은 조금씩 환자’일 텐데 대부분 ‘치료의지가 없을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리어 자신의 감춰진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남편을 간병한 아내의 사랑은 어찌나 씩씩한지! ‘절망 속에서도 난 웃을 수 있다’에 우수상을 줬다. 누워 지내야만 하는 남편을 간병하면서 아내는 이발사 면도사 재활치료사 요리사 간호사 등의 별명을 얻었다. 아내는 이런 별명이 자랑스럽다.


백혈병에 걸린 자식을 간병하는 어머니, 교통사고를 당한 자식의 투병에 혼신을 다하는 어머니 이야기도 있었다. 어머니의 사랑은 생에 대한 겸양과 겸손을 생각하게 한다.


몸이 ‘나’에게 거는 말인 질병. 우리는 그 질병을 통해 잊거나 놓쳤던 자신과 만나게 된다. 투병기나 간병기도 글을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건다. 건강은 건강할 때 돌보고 지켜라, 오만하면 언젠가는 몸(건강)으로부터 버림받는다는 걸 깨치게 한다. 모든 응모자들께 다시 한 번 격려와 감사를 보낸다.


심사위원장 마종기


▼수상자 명단▼


▽우수상(2명)〓정명숙 이상미


▽가작(5명)〓강명희 김미선 조영미 홍소리 황인규


▽입선(10명)=김경렬 김정희 김주혜 김창수 김한나 손병걸 이상일 황수경 안상훈 황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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