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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것(The Just)
보르헤스

......

볼테르가 소망했듯이, 자기 정원을 가꾸는 사람,

단어의 기원을 찾아보는 데 기쁨을 느끼는 사람,

조용히 체스 게임을 즐기고 있는 두 사람의 노동자,

색깔과 모양을 이윽히 살피고 있는 도자기 굽는 사람,

책 내용에는 무관심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책을 잘 만들까 고심하는 조판공,

의견이 다를 때, 상대방이 옳다고 믿고 싶어 하는 사람,

잠들어 있는 동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사람,

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세계를 구원하고 있다

***********************

얼마 전 읽은 보르헤스의 시에 '구원'이란 단어가 언급돼서인지 요즘 문득문득 그 말이 입가를 맴돕니다.

그리고 그 밖에 나를, 우리를, 구원해주는 것들을 가만 돌아보게 됩니다.

그 중의 하나, 아침에 집을 나서면 만나는 삼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아저씨.
아직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에도 교통체계상 사람들이 건너가도 되는 상황에서는 손짓으로 먼저 건너가라 하십니다. '기계'의 통제를 다소곳이 따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길 건너기쯤은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해왔던 일임을, 그 기계의 신호대로 따르지 않는다고 '범법'은 아님을 환기시켜 주시는 듯. 그 풍경을 보고 처음엔 비죽 웃음이 나오더군요. "아유, 난 사람의 저런 융통성이 좋아."

길의 원래 주인이 사람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해주신 분. 과장을 좀 섞자면 그이 또한 세상을 구원하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

조금 여유있게 사무실 근처 양재전철역에 도착하는 날이면 서초구청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작은 산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 산 속 길을 요리조리 잘 따라가면 사무실에 아주 가까이 닿는데요. 사실 너무 잘 닦여 있어 때로는 조금 맥이 빠지기도 하지만, 비온 다음날엔 습기 먹어 더욱 선명한 빛깔을 보이는 나뭇잎들을 따라, 봄에는 벚꽃, 늦봄엔 아까시 꽃잎들이 카페트처럼 깔려 그것들 살짝 즈려 밟으며 가는 길, 그 공간 또한 날마다 나를 구원합니다.

또 지인이 기꺼이 내어준, 그이의 돌아가신 부모님댁 너른 마당의 텃밭. 자주 가지는 못 하지만 그곳 또한 나를 구원합니다. 거기에서 갖은 채소들을 뜯어 나오는 발길은 가볍기 그지없고, 그것을 맛나게 드시는 부모님의 얼굴 보는 것도 좋습니다.    

************

며칠 전 사물을 신나라 치고 있는 한 주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이에게 그 풍물가락이 얼마나 큰 구원이었을지, 괜히 코끝이 찡해지더군요.  
예전에는 풍물께나 쳤던, 금융회사 다니는 한 남자동기. 이제는 빚 받으러 전국을 헤매며 빚쟁이 노릇을 하고 있는 그 친구, 다시금 풍물이 그 친구를 구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영혼이 더 상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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