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정의로운 것(The Just)
보르헤스

......

볼테르가 소망했듯이, 자기 정원을 가꾸는 사람,

단어의 기원을 찾아보는 데 기쁨을 느끼는 사람,

조용히 체스 게임을 즐기고 있는 두 사람의 노동자,

색깔과 모양을 이윽히 살피고 있는 도자기 굽는 사람,

책 내용에는 무관심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책을 잘 만들까 고심하는 조판공,

의견이 다를 때, 상대방이 옳다고 믿고 싶어 하는 사람,

잠들어 있는 동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사람,

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세계를 구원하고 있다

***********************

얼마 전 읽은 보르헤스의 시에 '구원'이란 단어가 언급돼서인지 요즘 문득문득 그 말이 입가를 맴돕니다.

그리고 그 밖에 나를, 우리를, 구원해주는 것들을 가만 돌아보게 됩니다.

그 중의 하나, 아침에 집을 나서면 만나는 삼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아저씨.
아직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에도 교통체계상 사람들이 건너가도 되는 상황에서는 손짓으로 먼저 건너가라 하십니다. '기계'의 통제를 다소곳이 따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길 건너기쯤은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해왔던 일임을, 그 기계의 신호대로 따르지 않는다고 '범법'은 아님을 환기시켜 주시는 듯. 그 풍경을 보고 처음엔 비죽 웃음이 나오더군요. "아유, 난 사람의 저런 융통성이 좋아."

길의 원래 주인이 사람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해주신 분. 과장을 좀 섞자면 그이 또한 세상을 구원하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

조금 여유있게 사무실 근처 양재전철역에 도착하는 날이면 서초구청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작은 산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 산 속 길을 요리조리 잘 따라가면 사무실에 아주 가까이 닿는데요. 사실 너무 잘 닦여 있어 때로는 조금 맥이 빠지기도 하지만, 비온 다음날엔 습기 먹어 더욱 선명한 빛깔을 보이는 나뭇잎들을 따라, 봄에는 벚꽃, 늦봄엔 아까시 꽃잎들이 카페트처럼 깔려 그것들 살짝 즈려 밟으며 가는 길, 그 공간 또한 날마다 나를 구원합니다.

또 지인이 기꺼이 내어준, 그이의 돌아가신 부모님댁 너른 마당의 텃밭. 자주 가지는 못 하지만 그곳 또한 나를 구원합니다. 거기에서 갖은 채소들을 뜯어 나오는 발길은 가볍기 그지없고, 그것을 맛나게 드시는 부모님의 얼굴 보는 것도 좋습니다.    

************

며칠 전 사물을 신나라 치고 있는 한 주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이에게 그 풍물가락이 얼마나 큰 구원이었을지, 괜히 코끝이 찡해지더군요.  
예전에는 풍물께나 쳤던, 금융회사 다니는 한 남자동기. 이제는 빚 받으러 전국을 헤매며 빚쟁이 노릇을 하고 있는 그 친구, 다시금 풍물이 그 친구를 구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영혼이 더 상하기 전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525 신영복 교수님께 강연을 요청드립니다. 2 임성용 2009.03.14
2524 워낭소리 번개 있습니당^^ 이명옥 2009.03.13
2523 워낭 뜨리....? 2 김우종 2009.03.11
2522 워낭 쏘(?)리 6 박영섭 2009.03.09
2521 [re] 논어 해설서 추천 부탁드립니다. 2 이종훈 2009.03.07
2520 논어 해설서 추천 부탁드립니다. 구자익 2009.03.07
2519 사소한 일..2 2 김성숙 2009.03.04
2518 장차현실과 함께 하는 3월 8일 [이명옥의 문화광장] 2 이명옥 2009.03.03
2517 <서예와 나> 오자 수정바랍니다. 3 보리 2009.02.24
2516 고맙습니다 4 류상효 2009.02.23
2515 김동영씨 환영번개 9 배형호 2009.02.19
2514 분노가 사라진 사회(펌) 목적지 2009.02.15
2513 영화 <체인질링>을 보고 든 몇 가지 생각 (펌) 목적지 2009.02.15
2512 신동하 나무님이 득남했습니다.^^ 4 그루터기 2009.02.14
2511 <서예와 나>본문의 잘못된 글자를 바로잡아 주세요. 2 보리 2009.02.12
2510 전교조인게 창피해 얼굴 들고 다닐 수 없다(펌) 자성 2009.02.11
2509 축! 류상효님 결혼 11 이승혁 2009.02.09
2508 가끔 선택을 해야 할 때 3 김성숙 2009.02.06
2507 여섯의 죽음, 사과도 않는건 멸시다 비겁자.. 2009.02.05
2506 신년산행 늦은 후기입니다. 배상호=배형호 2009.02.05
Board Pagination ‹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