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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는 일주일 내내 술을 먹었습니다. 7월 1일부터 날마다 일어나는 엉터리 일들, 여전히 고루한 사고를 맹신하는 서울시장, 파업 한다고 못박은 날은 하루 하루 다가오면서 일터에는, 집행부의 실패를 노리는 비이성적인 목소리들이 더욱 커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렇게 모멸감을 맛보았으면서도 여전히 모멸의 근본 원인에 대한 비판과 행동보다 우리들의 동료에게 향하는 헐뜯는 볼륨은 높아지면서, 막 답답해서 그렇게 보냈습니다.

아래의 글은 이런 저의 답답함이 들어있는, 지하철 노조 역무지부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이글을 통해서 파업을 직전에 둔 작업장의 분위기 한 조각을 엿보기를, 그러면서 객관적인 올바른 이해의 계기가 되길 조심스럽게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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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엄마로부터 떨어지는 '에비'는 절대 명령과 같다. 여기에는 어떤 이유도 필요없으며, '에비'라는 상황에 이르렀던 이전의 행위와 이후의 모든 행위를 당장 중지해야함과 동시에 사고작용 자체도 멈추어버린다. 그러면서 아이에게는 뭔가 황급한 일이 일어날 거라는 불안한 상황에 압도되면서 명령을 내린 높은 존재에 급히 의존하게 된다.

종종 아이들로 인해 마주치는 당황스런 상황에서 작동하는 '에비'라는 위압은 걷잡을 수 없는 아이의 행위를 통제하는데 즉효를 발휘한다. '에비'가 아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일 수 있는 이유는 주변상황에 대한 인식능력이 갖춰지지 않고, 자신이 존재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실체없는 '에비'라는 불호령은 가공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도 자기들 나름대로의 세상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기고, 끊임없는 의문 속에 자신의 생각을 키워가면서 이 '에비'의 신통력은 급격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참으로 이상하게 어른들 세계에도 '에비'와 같은 유령이 버젓이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우리 지하철이다. 일반적인 사회인식은 파업이 '권리'로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인데, 이곳에서는 여전히 아이들의 가공스런 '에비'와 같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럴 수 있는 이유는 사회적 앎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대개 책 한권 읽는 일 없이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처신하거나, 자신의 과거 경험을 절대시하면서 그 때 그 경험으로 현재와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판단하려는 사람들에게 '파업'은 가공의 힘을 발휘한다.

경험은 '나'가 거대한 사회의 격랑 속에 흘러가면서, 성장하고 교육받고 누군가를 만나고 이별하는 과정에서 얻는 체험과 교훈들이 자신의 삶 안에 보이지 않는 무엇으로 들어앉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사고하고, 판단하게 하고 선택케하며, 예측하는 사고능력의 일부를 이루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의 경험이 그리고 경험에 의한 내 생각의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판단 여부는, 얼마나 진실에 합치되는 영역안에 놓여있으며, 개인의 행위가 공동체의 정의와 '좋은 사회'를 위하는 일에 어느정도 함께 했는지 반성하고 모색하는 속에서 비로서 그의 행위는 소신이 될 수 있고, 옳음에 비교적 근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비조합원임이, 조합원이면서 파업을 특근수당 타는 기회로 은근히 즐기면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행위를 소신으로 자신을 내세우는데는 참으로 가련해진다. 그런 소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나'를 넘어서고자 하는 창조적인 아픔을 포함하는 많은 과정이 필요로 한데, 그들에게는 그런 고민의 흔적을 발견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파업이 '에비'로 받아들이는 많은 이유는 한국의 잘못된 사회와 역사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많다. 모든 사람 각각이 인간으로서 사회적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그리고 자신에 대한 존귀함의 각성에서 기원을 둔 자비와 연민이 다른 사람에게로 확장되도록 교육과 사회적 기풍을 끊임없이 심화시키는 사회여야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자유영역의 확장과 병행 속에 발견되고 키워지는 '개인'은 없었다. 한국의 정치는 공장에서, 회사에서, 점포에서, 하루하루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받아야하는 온갖 모멸과 상처를 방치해왔다.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당하는 모멸감의 정도를 완화시켜주고, 그들이 갖게 되는 가슴 속의 답답함과 혐오를 올바른 방향으로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라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방기하고, 되려 모멸감을 집단적으로 해소하려는 이들을 집요하게 왕따시키고 '빨갱이'로 낙인찍어왔다. 때문에 노동자들이 파업을 비롯한 사회참여에 두려움을 갖게 되고, 참여하지 못함과 양심의 괴리로 생겨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피해보고자, 그렇지 못하는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부정적 태도를 갖게되는 것은 지금까지의 한국사회에서는 정상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반이성에 기대어 유지되던 사회질서의 균열이 이미 많이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여전히 파업을 '에비'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어두운 시대의 두려움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파업은 권위주의 시대의 낡은 질서와 유착하여 노동자가 온전한 인간으로 설 수 없게 하려는 자들에 대한 각성을 요구하는 행위이다. 노동자의 삶의 전반적 환경을 훼손하는 조건에서만 회사를 있게 한다는 낡은 사고를 맹종하는 세력에 대한 질책이다. 이러한 집단적 노력의 누적이 국가로하여금 밑으로부터의 이유있는 요구를 정책으로 수용하게 하면서 사회도 그 사회 속의 개인도 성숙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파업이라는 커다란 사회적 의미를 모른 채, 파업이외의 정책수단을 보장하지 않는 고루한 한나라당 정부인 서울시에 대한 이해없이, 오로지 얻는 것이 없네, 민주노총 들러리네, 정치꾼이 되려는 노조위원장의 쑈네 하는 한심스런 일들이 버젓이 쏟아진다는 사실이 이게 지금 어느시대인가 싶기만 하다. 제대로 사회를 인식하는 사람은 어떠한 상황이든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로 변화시킨다. 개인의 의지로 피할 수 없는 일을 어짜피 만난다면 그 한 복판에서 묵묵하게 맞서는 것이 그를 옳게 성장시키는 법이다.

어렸을 적 한 여름 낯 갑작스런 짙은 먹구름과 시작된 번개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눅눅한 여름에도 번개가 치면 할머니는 두꺼운 솜이불 속으로 나를 끌어들였다. 자연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없고 전통적인 사고에 지배를 받고 있었던 할머니에게 번개는 신의 노여움이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인식이 미약한 사람들에게 '파업'은 국가권위에 도전한 대가로 돌아오게될 공포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차게 만든다. 이 두려움을 감추려는 '작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더욱 요란스러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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