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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4.08.05 13:36

'고들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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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전선 가까운 연천 대광리에서  근무할 때, 집사람은 처갓집으로 처가살이 보내고 혼자서 하숙 생활을 해야 하던 때가 있었다.
오후 학교를 마치고나면  시간에 맞추어 하숙집으로 식사 하러 가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다.  그 하숙집 식사라는 게 정해진 시간, 정해진 메뉴로  2 년째가 될 때는  꾀가 나기도 하고,  입에 물린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내가 서러운 하숙생인 반면,  동갑내기 친구 고선생은 예쁜 아내, 토끼같은 아이들과 사택에서 오손도손 오붓하게 살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 고선생은  불쌍한 하숙생인 나를 자기 집 저녁 식사에 초대하곤 했다.
초대라고 해서 특별한 무슨 음식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오늘은 수제비를 끓였다든가, 시원한 콩국수를 했다던가 하는 경우이다.
나 말고도  하숙생은 여럿있었다. 그래도 고선생은 나를  허물없는 친구라고  살짝 불러
'문선생, 오늘 집으로 와. 집 사람이 칼국수 했대.' 하는 것이었다.
  하숙집 정해진 메뉴에 물려 있던 나에게,  그러한  고선생의 초대는 여름 땡볕에 쏟아지는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처럼 고마웠다.

   어느 날, 저녁 식사 시간, 그렇게 초대되어 갔을 때, 사모님이 손수 준비한  찬 가운데 보기힘든  '고들빼기' 김치(?)가 거기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고들빼기'를 좋아 하거나, 꼭  먹고 싶어  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알기로 그 '고들빼기' 김치는 사람들이 입맛을 잃었을 때, 입맛을 돋아주고, 당시만 해도 재배가 되지 않아 특정한 지역에서만 자생되는 귀한 산나물로 여겼다. 
  거기다  뿌리채 먹는 음식이라  다듬고 손질하기에 잔 손이 많이 가고,  김치 담그는 일이 수월치않은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하여간  쌉쓸하면서도 감칠 맛이 나는 것은 사모님 손끝 맛도 있었을 것이고,  그때 맛본 '고들빼기' 김치의  독특한 맛은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게 고작.  
'고선생은 장가 잘 들어서 좋겠다.  그런줄 알고  사모님한테 잘해!'
지금도 고선생을 만나면  농담처럼 그 말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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