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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4.10.14 00:39

선물같은 날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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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들 중간고사 기간이라 여유가 좀 생겨,
어젠 참으로 오랜만에 광화문 교보책방에 갔다.
며칠 굶어 허기진 사람처럼
그렇게 책들을 먹을 듯이 집어 들었다고 해야 하나? ^^
아무튼 책방을 나설 때 나는 어떤 부자도 부럽지 않을만큼
부자가 되어 있었고 풍족했다.
시집 네 권, 소설 두 권, 그리고 인우 장난감 세 개가
비닐봉지에 담겨 내 손에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사라진 손바닥>, <그곳이 멀지 않다>, <그 여름의 끝>,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 <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어제 내가 샀던 책 제목이다.
그냥 이렇게 책 제목을 써 놓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부르다.^^
앞의 것 네 권은 시집이고, 나중의 두 권은 소설이다.
<사라진 손바닥>과 <그곳이 멀지 않다>는 나희덕의 시집이고
<그 여름의 끝>과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은
이성복의 시집이다.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 베트남 최고의 작가인 반레의 소설이고,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는 프랑스 안나 가발다의 소설이다.
안나 가발다의 소설은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아끼는 후배가
'보석같이 반짝거리는' 소설이라며 권해줘서 샀고
나머지 것들은 어제 책방에서 내가 직접 고른 것들이다.
이 중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는 아내에게 먼저 읽어보라고
줬고...나머지 다섯 권은 모두 가방에 넣고 다닌다.
한꺼번에 다 볼 수도 없으면서....그냥 그렇게 넣고 다니면
왠지 마음이 풍족해질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



2.

오늘은 분회(전교조 영파여중분회)의 날이라
시험 끝나자마자 춘천가도를 달려 남이섬으로 갔다.
약간 쌀쌀한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가을 날씨였다.

평일 낮임에도 남이섬엔 사람들이 가득했다.
옥의 티처럼 그 북적거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햇살 받아 반짝거리는 은빛 물비늘들,
붉게 노랗게 단풍들어 꽃보다 예쁜 나무들,
강을 옆에 낀 채 섬 바깥쪽을 따라 이어진 예쁜 흙길..
그렇게 남이섬은 깊어가는 가을처럼 그윽하고 고왔다.
사랑하는 이들과 다시 한 번 소풍왔으면 싶을만큼.

집으로 올 때는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타면 집으로 오는 것도 편하고
또 오랜만에 기차도 한번 타보고 싶고 해서
다른 선생님과 함께 차를 타고 서울로 오던 중
대성리역에서 내렸다.
좌석은 없고 입석만 있어서 표를 끊은 뒤
가로등 불빛만 따뜻하게 비추고 있는
텅빈 대성리역 플랫홈 간이의자에 앉아
이성복의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이란
좀 독특하고 별난 시집을 읽기도 하고
어둠에 묻힌 대성리역 플랫홈 풍경을 폰에 담기도 하면서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조용한 저녁을 보냈다.

서울로 오는 기차 속은 소란스러웠다.
어디 등산이라도 하고 온 한 무리의 중년 아줌마들이
은박지에 싼 양념 치킨, 오징어 등을 안주 삼아
" 야, 야, 모두 잘 들어! 나 건배할거니까 잘 들어!"
" 아 빨리빨리 해. 뜸 그만 들이고 "
" 알았어, 자, 건배!"
가만히 그네들 이야기를 듣자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나는 또 '우리의 우정을 위하여'라든가...뭐 그런 건배사가
있으려니 했는데....'야, 야, 잘들어!"하며 큰소리로 외치더니
결국 '자, 건배' 요 한마디가 전부였다.
아무튼 그 아줌씨들...성북역 도착할 때까지 내내 그렇게
쉴새없이 소란스럽게 떠들며 건배에 건배가 이어지더라.
그래도 그 풍경이 밉지를 않고 정겹게 느껴지니
나도 그들처럼 늙어간다는 뜻이리라.


어쨌거나,
어제와 오늘은 선물같은 날들이다!



2004. 10. 13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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