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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4 10:31

자식(子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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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子息)

   지난번 '내가 감사할 일' 이라고 쓴 글에서
  '비록 공부를 등수 안에 들게 한 것도 아니고, 한다하는 일류 대학에 들어간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자라주었고, 지금은 국방의 의무를 마치기 위해 군복무중인 건실한 아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그렇게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지만 싹싹하고, 착한 딸이 있다는 것에 대해 나는 감사한다.' 고 표현한 일이 있다.  

   지금도 그와 같은  생각이 크게 변화한 것은 아니다. 다만 부모의 마음은 다  마찬가지여서 자식(子息)에 대한 부모로서의 기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구네 아들이 어느 대학에 들어갔다든가, 친구의 딸이 어느 직장을 잡았다든가,  누구네 자녀가 좋은  배우자 만나 결혼을 한다든가 하는 경우이다.

   언젠가 아들이 대학 MT에 갔다가 왼손을 크게 다쳤다는 연락을 해왔다.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어 그곳  병원에서 응급조치만하고,  멀리 청평에서부터 엠브런스에 실려 왔다.  정작  도착하여 그래도 제법 큰 종합병원에 갔었지만 전문 집도의가 부재중인 관계로 다시 엠브런스를 타고 서울의 모 전문 병원으로 옮겨 가게 되었다.
  옛 선인(先人)들이 '자기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은 가장 큰 불효다 ' 하는 말에 대해 내가 자식일 때 나는 그 뜻을 알지 못했다.  아버지가 되어  링겔을 꽂고, 한 쪽 손에 붕대를 감고  누어 있는 아들을 내려다보다가 문득 그 말의 절실함을 몸으로 깨닫게 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마음을 접기로 했다. 그것도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나, 그래도, 다치지는 말고, 어디 아프다 소리 안하고 마음으로나, 몸으로나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겠다고......

  아들에게는 2년여  군(軍), 복무기간이 무척 긴 시간이 되었겠지만,  어째거나 그 긴 여정이 지나고 마지막 말년 휴가를 나왔었다. 마침 추석 연휴 기간중이어서 마음 같아선 시골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도 가는 길에 같이 내려가 인사도 드리려 하였으나, 입대일도 촉박하고 친구들과 약속도 있다하여,  아들 의사를 존중하였다.
  딸은  멀리 있고,  나하고 집사람 둘이서만  내려가기로 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서둘러 짐을 쌌다. 아들은 어젯밤 늦게 들어와 아직 잠들어 있었다. 짐을 챙기다가 우연히 아들 방문을 열게 되었다.
아들이 군대에 가 있으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것에 대해, 직접 본  일은 없지만 정황으로 보아  익히 알고 있는 바였다.  아버지도 피우지 않는 담배를 아들이 피우는 것에 대해 아버지로서 마음 편할 리는 없었으나, 직접 대놓고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말하지 않는'묵계'랄까 아버지로서의 최소한의 요구,
'집안에서 피우지는 마라.' 였다.
그 날 자고 있는 아들의 방문을 열었을 때, 방안에 산소는 물론, 다른 공기는 모두 몰려 나가고 오로지 담배 연기로만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불을 걷어 치고 아들을 깨워 당장 '경'을 칠 것이로되, 곤히 자고 있는 아들 얼굴을 보고는 가만히 문을 닫고 돌아섰다.
  지하 차고까지 서너 번을 오르내리며 시골에 가지고 갈 짐을 차에 옮겨 실었다.
  나의 눈치를 집사람이 잘 아는 터라 아들을 깨웠던지,  출발하기 전에 인사를 하려고 부스스한 얼굴로 아들이 차고까지 내려왔다.
아들 얼굴을 보는 순간, 마음이 여러가지로 엉켜왔다.
내가 늘 하는 방식,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그야말로  느닷없이,  거기다 집사람이 늘 이르기를
'손가락으로 딱 지적하며 말하지 말라' 고 그렇게 말하였건만,  
내 가슴속에서 튀어나온 말.

'너! 집에서 담배 피우지마!'
'............'        

한 순간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아!  소위 책도 읽고, 산에도 오르내리면서,
그렇게 화내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도 하였건만...... .
말은 이미 튀어나왔고......, 사태 수습을 위한  아무런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들이 귀대하고 며칠이 지나, 무사히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하여 돌아왔다.  
또,  몇날이 지났다.
어느 늦은 저녁 시간 아들과 오랜만에 마주하게 되었다.
'아버지, 저, 그 날부터 담배끊었습니다.'
'그래.......,  네가  정말 어려운 결정을 했구나!'
마음속으로는 '더 두고 봐야지' 하면서도 일단은 아들이 부모의 말을 따라 그러한 결심을 해준 것이  눈물나게 고마웠다.

자식(子息) 보다 더 상전(上典)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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