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2004.10.22 14:40

나의 몽골 답사기(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익숙하고 낯선 출입국절차 그리고 터미널

여정을 같이 하기로 한 우리 일행은 몽골로 떠나기 위해 인천 국제공항에 모였습니다.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천 국제공항은 세련미를 갖추며 웅장한 모습으로 저희를 반겨주었습니다. 하지만 공항이 주는 느낌은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산뜻하지 만은 않았습니다. 공항에서는 얼마 전 보았던 영화 ‘터미널’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공항의 출입국 절차가 실은  인권을 많이 침해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나라의 국민이냐에 따라 출입국 절차는 매우 달라집니다. 우리 또한 일등(?) 국가 미국으로 가려할 경우 비자 신청에서부터 여러모로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하는 불편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자신의 국가보다 약한 나라 혹은 위험한(?) 나라의 국민을 차별하는 잠재의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각종 테러와 범죄자들로부터 보호라는 명분이 있지만, 마뜩치 않은 부분이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테러와 관련된 문제는 당장 눈에 보이는 테러방지라는 현상이 아닌, 테러가 일어나게 되는 배경을 되짚어보는 근본적인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입니다. 출입국 절차를 밟으며 새삼스럽게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하며 위조 신분증으로 국경을 넘나드셨던 당신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많은 상념에 잠긴 채 도착한 몽골의 울란바트로 공항은 여러모로 신선한 자극을 주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저를 반겨준 것은 다름 아닌 몽골 현지 방송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대장금』을 몽골 코미디언들이 패러디 하고 있었습니다. “오나라~오나라~!”를 익살스럽게 부르며 우리의 의상을 입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 곳이 몽골이 맞나?’ 되짚어 보았습니다. 한류열풍이 이 곳에서도 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정돈되지 않은 공항의 모습들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은 여행자가 지닐 수 있는 여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의 어느 버스터미널 같은 푸근한 느낌으로 마주 선 몽골과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나이람달 - 세계 인류의 평화가 이룩되기를 !

몽골에서의 첫 밤은 나이람달 캠프에서 보냈습니다. 다소 추울 것이라는 소박한 기대를 훨씬 넘어 엄청난 추위로 밤을 맞고 보내며, 이 곳의 대륙성기후에 감탄하며 새 날을 열었습니다. 젊음이라는 자신감으로 새벽 산책을 하며 이 곳 날씨에 적응하려던 오만함은 여행 내내 고뿔을 또 다른 벗으로 동반하는 벌(?)을 받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하지만 새벽 산책을 하며 들이마셨던 시원한 자연의 기운은 꼭 다시 들이마시고 싶습니다. 물론 고뿔에 대비한 준비를 잘 한 연후에.
나이람달(Nairamdal)은 몽골어로 친선(親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곳은 이미 20 여년 前, 몽골의 어린이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어린이들과 함께 평화를 열어가기 위한 국제 어린이 센터를 마련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공간에서 몽골어, 러시아어, 일어, 영어 그리고 우리말로 쓰인 평화의 메시지를 보면서 마음이 환히 밝아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함께 그 곳 캠프에서 꾸리고 있는 활동들을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캠프에 참여한 몽골 아이들을 보면서 한국의 아이들과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마저도 비슷한 것을 느끼며 새삼 만남의 중요성을 되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몽골식 전통 체스판 앞에서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 방법을 열심히 설명해 주었던 아이들의 해맑은 눈망울이 지금도 아른거립니다. 교사와 학생이 상하의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 배워가는 동등한 존재로써 함께 나눈 시간이었기에 더욱 각별했습니다. 바로 그런 너른 만남의 장을 열어가는 공간으로 나이람달 캠프가 평화롭게 운영되어 왔고, 앞으로도 설립 취지에 맞게 캠프가 운영되기를 바라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산에 오르지 말고, 산에 안기며

유목민 생활 체험을 위해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가로지르며 몽골의 전통 가옥이라 할 수 있는 게르에 방문하였습니다. 척박한 고원과 초원이라는 공간에서 유목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동식 천막인 게르에서 사는 것은 몽골의 자연스러운 삶의 풍경이라 헤아려볼 수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여전히 양을 치고, 말을 키우는 유목민들과 마주서며 언뜻 제 안의 오리엔탈리즘과도 만났습니다. 단지 우리가 현대 생활을 하며 지내는 것을 문명이라 하고, 그 밖의 다른 삶을 야만으로 쉽게 치부한 것은 아니었었는지……. 몽골 특유의 풍습을 단지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또, 현대의 잣대로 가늠했던 짧은 생각들을 추슬러 보았습니다. 조금은 우월한 시선으로 담아 두려했던 카메라 시선을 살며시 거두며 현지에 있는 그대로의 당신들 모습과 마주 섰습니다.
게르에 나와서는 말에 올라 드넓은 대지를 배경삼아 거닐어 보았습니다. 이국의 정취와 함께 말에 오른다는 설렘은 막상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야성의 거친 말들이 제법 사람에 길들여져 있는 것에 마음 한구석이 아렸기 때문입니다. 고삐와 안장의 멍에에서 자유롭지 못한 말 위에서 문득 사람 중심의 휴머니즘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언젠가 당신께서는 ‘산에 오른다고 하지 말고, 산에 안긴다.’라는 표현이 옳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익숙한 표현 하나 하나를 세심히 되짚어 주시는 당신의 깊은 뜻을 통해 자연과 마주서는 관점을 시나브로 배우고 있습니다. 휴머니즘이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을 새기며, 말과 더불어 몽골 대자연의 품에 살며시 안겨보았습니다.


희망을 펼쳐가는 사람들과의 만남 - 학교 및 교육기관 방문

정겨웠던 나이람달 캠프와 초원을 지나 몽골의 수도 울란바트로에 도착했습니다. 붉은 영웅이라는 뜻을 지닌 울란바트로는 새로운 활력이 넘치는 도시였습니다. 새롭게 건설되고 있는 각종 건물들과 공사장의 모습이 선뜻 눈에 들어왔습니다. 또한 도로 곳곳을 누비는 한국차들을 보며 반가움이 일었습니다. 노란색을 띤 택시 대부분은 한국 차들이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버스는 한글 표지판을 떼지 않아 이 곳이 마치 서울의 한 곳인 양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낯선 도시와의 만남은 이내 다음 세대의 희망을 키우는 학교와 교육기관 방문으로 이어졌습니다.

* 낮게 드리운 아름다운 권위를 배우며

제법 많은 몽골의 교육기관과 학교들을 방문하면서 가장 제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교장이나 총장 등의 학교 운영자들이 낮고 오롯한 자세로 학교를 가꾸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학교나 교육기관이 되었든지 간에 교장실과 총장실은 우리 일행이 앉기에도 비좁은 공간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른 교사 연구실을 마련해 둔 학교들을 보며 아름다운 권위가 무엇인지를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학교 안의 공간 배치와 활용을 통해 그들이 지닌 나름의 교육철학을 비추어 보았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세상을 쉽게 재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다양한 환경과 문화에 따라 삶의 방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이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삶의 조건들과 마주서며 싱싱한 만남을 가꾸며 일상을 새롭게 맞이합니다. 교장과 교사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현장 교사들도 대개 교사보다는 교장을 선호합니다. 아무래도 교사보다는 교장이 지니는 명예나 권위가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수업을 잘 하며 생활하는 교사가 교장보다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반갑기도 하고 부러웠습니다. 그래도 우리 일행들은 수석교사보다는 교장을 선호하겠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교장은 아이들과 직접 함께 할 시간이 모자라기에 교사가 낫다는 우문현답을 들으며 기분이 좋았습니다.

* 그늘에 숨겨진 희망을 열어가는‘비공식 학교’

우리 일행은 몽골의 유치원, 초,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를 방문하면서 참으로 고마운 환영을 두루 받았습니다. 오히려 환영이 과분해서 부담이 될 정도였습니다. 고마웠던 학교 방문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학교가 있습니다. 그 곳은 ‘비공식 학교’입니다. 학교 이름에서 주는 느낌처럼 이 학교는 독특한 설립 배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의 붕괴에 따른 몽골의 시장자유화는 빛과 함께 그늘을 머금고 있습니다. 오랜 독재 끝에 맞는 자유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급격한 시장 경제체제의 도입은 몽골의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오히려 치명적이었습니다. 최소한 사회주의에서는 교육만큼은 보장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최소한의 버팀목마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정이 어려운 아이들은 학교보다는 일터로 내쫓기게 된 것입니다. 바로 이런 아이들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해 비공식 학교가 시작된 것입니다. ‘비공식’ 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현실적으로 더 많은 지원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10년 동안의 힘든 시련을 딛고 지금은 나름의 자리를 찾아가는 그 곳에서 새로운 희망과 마주설 수 있었습니다.
일터에 있다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들이기에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같은 과정을 공부하는 것을 보며 문득 대학 시절, 야학에서 다양한 연배의 분들과 함께 공부했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단지 글씨를 모르는 게 ‘한’이었기에 늦었지만 글을 배우러 오신다는 어르신들을 통해 오히려 제가 배우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이 곳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는 벗들이 저마다의 희망을 드넓게 펼쳐가길 바랍니다.

* 한 땀 한 땀 마음이 담긴 선물

비공식 학교에서 따뜻해진 마음을 안고 돌아가려는데 그 곳 선생님과 학생들로부터 뜻하지 않은 고마운 선물을 받았습니다. 손수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만든 수예품과 낙타 인형. 사실 최근에는 선물이 정성보다는 금전적 가치에 의해 평가되는 게 아닌가 싶어 아쉬웠었습니다. 선물은 모름지기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 기쁘게 주고받았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가방과 옷을 손수 지어 만드시며 여러 사람들에게 당신께서 만드신 물건들을 넉넉히 선물로 나눠 주시는 선생님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참 좋았었습니다. 그 선물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만든 사람의 정성이 가득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와 같은 선물을 이 곳 몽골에서 받으니 더더욱 좋았습니다. 비공식 학교에서 받은 선물은 늘 좋은 것을 나눠주셨던 그 선생님께 희망의 마음을 담아 전해드리려 합니다.

* 아름다운 이해와 오해로 틔우는 희망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에는 때때로 적지 않은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대로 된 이해는 단순히 같은 말과 문자만을 주고받을 때는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말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있을 때에만 비로소 대화 당사자들은 진정한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 갈 경우에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언어적 차이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서로 마음을 모으면 큰 어려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학교와 교육청을 방문하면서 우리 일행은 현지에 계신 분들과 꾀 많은 면담을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뛰어난 통역을 맡아 주셨던 후드레 씨의 노력과 함께 교육의 희망을 믿는 더불어 모색하는 우리들은 많은 이해를 나누었습니다. (저 만의 아름다운 오해일 수도 있습니다.^^*) 몽골의 사회 변화와 교육변화, 몽골의 교원양성 체제 및 현장 교사 재교육, 몽골과 한국 그리고 국제이해교육의 비전 공유 등 다양한 맥락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445 가을 산방 여행 달선생 2004.09.19
2444 [re] 발발이가 공을 차고 나서 (후기) 김광명 2004.09.19
2443 [re] 발발이가 공을 차고 나서 (후기) 조원배 2004.09.19
2442 발발이가 공을 차고 나서 (후기) 4 주승룡 2004.09.19
2441 [re] - 가보세오르세 열린모임 회계보고.. 2 박진숙 2004.09.22
2440 혼자 쓰는 오대산 등정기 3 박영섭 2004.09.23
2439 해장술 238 호떡장사 2004.09.28
2438 환경농업단체연합회입니다. 답변메일 부탁드립니다. 환경농업단체연합회 2004.09.30
2437 Shout Asia 2004[성공회대학교 개교90주년 콘서트] 1 강태운 2004.10.01
2436 10월 열린모임 -10월10일 소요산 단풍등반 17 가보세 오르세 2004.10.04
2435 [re] 선물같은 날들 3 정지원 2004.10.22
2434 선물같은 날들 3 조원배 2004.10.14
2433 자식(子息) 2 달선생 2004.10.14
2432 나의 몽골 답사기(1) 레인메이커 2004.10.14
2431 뚝딱뚝딱! 3 신동하 2004.10.15
2430 연필깎기기계와 모기장에 대한 짧은 생각 2 혜영 2004.10.18
2429 빛바랜 설욕전 - 발발이 열린모임 후기(10월 16일) 11 한상민 2004.10.18
2428 인권영화 정기 상영회 '반딧불'-10월30일 <나와부엉이> 인권운동사랑방 2004.10.22
» 나의 몽골 답사기(2) 레인메이커 2004.10.22
2426 [re] 어느 구비에선가는 만날 사람들 황정일 2004.10.28
Board Pagination ‹ Prev 1 ...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