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2004.10.30 14:44

누가 더 행복할까?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나는 가끔,
비교적 풍요로움 속에서 자라나는 요즘 아이들과
많은 어려움 가운데 자랐던 나의 어린 시절과 누가 더  행복한지, 행복하다고 여기는지  
내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우선은 요즘 아이들의 폼나는 운동화,  예쁜 옷 매무새는 물론,
종이 팩을 열어 하얀 우유를 마시는 모습까지도  부럽다면 부럽다.
  나로서는  6학년 수학여행 갈 때서야  처음 운동화를  신어보았을 정도이고,
마시기 좋은 우유는 아예 구경해 본 일이 없다.
대신 하얀 우유가루가 생각난다.
아마도 물 건너  왔을, 정답게(?) 악수하는 두 손이 그려진
커다란 종이 드럼통을 열고, 선생님은 우리가  준비해온  종이 봉투에
우유 가루를 나누어 주셨다.    
그 우유가루(전지분유?)를 지금처럼
따끈한  물에  타 마시는 방법에 대해 선생님은 혹 아셨을까?
나는 물론 몰랐지만,  당시 우리 친구들 가운데 아무도
따뜻한 물에 타서 우유를 마셨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는 집으로 가는 길에,  맨 가루를 입에 털어 넣고는,
하얗게 분칠한 입언저리의 모습을 서로 바라보며 깔깔댔고,
집에 가서는 어머니가 우유가루를  물에 개어 계란찌듯
밥솥에  넣어 쪄 주셨다.

  추운 겨울, 두 고개 언덕을 넘어 학교를 오가는 우리들은
학교 가는 길 중간 쯤,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서
잠시 몸을 녹여 가야할만큼,  입은 옷이 얇았던지 오돌오돌  떨곤 했다.

  그럼에도  나는 왜 행복해 했을까?
  햇빛마저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 깊어가고,  들판의 가을 걷이가 끝나고 나면,
  우리 집앞의 논들은 어느 사이엔가  물이 차 오르는 방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 벼 베고난 자리,  벼폭지가 물에 잠기고,  차츰  차 오른 물은 바람에 찰랑여 잔물결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호수로  변한다.
  그 때쯤이면 어김없이 청둥오리,  기러기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줄지어  날아왔다.
거기다 정말 잊혀지지 않는 것은  어쩌다 하얀 고니(백조)들이 저 멀리 호수가로  하얀 날개를 접으며 내려 앉는  모습이었다.  한 마리, 두마리, 세마리.....마치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바로 내 눈앞에서  펼쳐졌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아니 지금까지도 그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본 일이 없다.

내가 어릴 때 바라다본 그 한 장면이 지금까지도 눈앞에 보이듯, 가슴속에 간직되어, 그것 만으로도  나의 어린 시절이 달려가보고 싶도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가온다.

  

  1. 어느 구비에선가는 만날 사람들

    Date2004.10.27 By한혜영
    Read More
  2. 누가 더 행복할까?

    Date2004.10.30 By달선생
    Read More
  3. '생명·평화·인권'을 위한 일본열도 순례 <후원인 모집>

    Date2004.11.11 By조진석
    Read More
  4. [re] 강태운 님과 이주현 님의 결혼 축하해주세요

    Date2004.11.10 By김정아
    Read More
  5. 댓글 잘못달고....

    Date2004.11.15 By김정아
    Read More
  6. [re] [열린모임] 장소가 정해졌습니다

    Date2004.11.11 By장지숙
    Read More
  7. 11월 14일, 일요일 낮 2시에 함께 모이고 싶어서

    Date2004.11.10 By웃는달
    Read More
  8. 들불이 되고싶다

    Date2004.11.15 By육체노동자
    Read More
  9. '지난 해의 생각이 어리석어서...'

    Date2004.11.18 By이범부
    Read More
  10. 대구에 계신 나무님들~~

    Date2004.11.25 By조진석
    Read More
  11. [re] 다시 가입하세요

    Date2004.11.28 By뚝딱뚝딱
    Read More
  12. 아이디와 비번을 잃어 버렸을때

    Date2004.11.27 By원영옥
    Read More
  13. [re] 사용자 등록이 안될때

    Date2004.11.29 By뚝딱뚝딱
    Read More
  14. 사용자 등록이 안될때

    Date2004.11.29 By원영옥
    Read More
  15. 영세사업장 여성노동자 쉼터마련을 위한 일일호프

    Date2004.11.30 By장경태
    Read More
  16. 녹색연합에서 일할 분을 찾습니다

    Date2004.11.30 By박경화
    Read More
  17. 좋은 이름을 부탁드립니다.^^*

    Date2004.11.30 By감어인
    Read More
  18. 낙엽이 뿌리를 덮으며 참석인원 - 최종 - 현황

    Date2004.12.01 By그루터기
    Read More
  19. 신영복 선생님의 새책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이 2004년 12월 13일에 출간됩니다.

    Date2004.12.07 By이경아
    Read More
  20. 신영복 선생님의 서화 달력이 나왔습니다

    Date2004.12.07 By이경아
    Read More
Board Pagination ‹ Prev 1 ...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