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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직도 이런 데가 있었나. 명색이 인간과는 멀어지도록 하는 이 소비자본주의 체제에 게기면서 살고자해왔건만, 지난 10월 어둑할 즈음의 창신동을 찾은 나는 흡사 과거로 되돌아온 느낌이었다. 어둑해진 골목 골목 가득채운 미싱 소리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퇴근하고 찾아갔으니 얼추 밤 7시반이 넘었을 텐데 그 동네는 한창 생산을 하느라 부산스러웠던 것이다. 원단과 완성된 제품을 배달하는 오토바이로 시장통은 더 정신이 없고, 이 시간대에 도시의 중산층 아이들이라면 집에서 밥상을 앞에두고 가족끼리 모여 조잘 대면서 귀염 받고 있을 시간대에, 아이들은 콧잔등에 땀방울을 얹히고는 서넛 씩 골목을 부잡스럽게 누비면서 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열린 창문을 통해 반지하의 미싱소리의 정체가 내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대여섯명의 아주머니들이 미싱에 매여있는 모습들. 언뜻 보기엔 시장통을 지나 골목을 끼고 있는 고만 고만한 일반 주택가인 듯 보이지만, 그런 집의 반지하에서부터 1층까지 거개가 70년대 노동운동역사를 말해주는 책에서나 만났을 봉제의류를 만드는 영세사업장들이었다.

동대문에는 가끔 책도매상이나 소줏집을 찾았던 기억밖에 없었는데, 바로 길 하나를 두고 다른 풍경이 숨어있는 줄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했다. 그곳을 찾았던 건 햇수로 2년 전 함께 책읽기 모임을 했던 전순옥 선생님을 뵈러 가는 길이었고, 아시는 분은 아실 테지만 전순옥 선생님은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시다. 그녀는 영국에서 노동학 박사학위를 마치고 본인이 의사만 있다면 대학에 설 만한 위치에 있지만, 30년 전의 그 자리로 돌아와 역시 30년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는 여성노동자들의 사회적 지위향상과 중국이나 동남아의 저임금으로 사양산업이 되어가는 피복노동자들의 자립을 어떻게 모색할까를 위한 ‘사회적 실험’을 하고 계신다. 이제 얼마 있으면 40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지금 이건 나의 삶이 아니야, 이제는 내가 즐거우면서 더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보탬이 되는 그런 일을 찾아야되'라는 숙제를 갖고 있는 나에게 전순옥 선생님은 큰 위안이다.

여하간 어떻게 하면 전순옥 선생님과 같은 ‘무모함’을 배울 수 있을까, 도대체 본인 스스로와 가족에게 구속된 돈을 위한 노동이 아닌 노동을 하면서 어떻게 즐겁게 살수 있는가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동기가 나와 선생님과의 인연이 되었다.

또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 선생님이 무일푼으로 큰일을 벌였는데, 그것이 창신동에 있는 "참여성복지터”다. 그곳에서는 현재 동네 어린이를 위한 공부방과 놀이방, 영세봉제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실태와 작업환경 조사, 정부에서 파악조차 하지 못한 영세사업장 실태 조사,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위한 진료와 직업병 예방을 위한 작업장 환경 개선, 가정폭력 및 성폭력 상담, 심화되는 국제경쟁에서 창신동의 영세봉제공장들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연구, 70년대 이후 계속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구술 자료수집 및 여성노동사 연구를 하고 있다. 여기에다 그동안 활동과정에서 필요하다고 여겨 또 하나의 사업인 여성노동자들이 편안하게 수다를 떨 수 있으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 건전한 여가를 위한 강좌와 찻집겸 문화공간, 나아가서는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아늑한 배움터를 만들예정이라신다. 이를 위해 일일 호프를 하는데 이걸 알리려고 이렇게 빙 돌은 거다.

장소는 동대문 1호선 역 1번 출구에 나오면 발리호프에서 하는데, 신기한건 티켓으 상당 수요처가 동네였고, 동네사람들이 운영하는 시장에서 재료 조달과 동네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내가 처음 '참터'를 찾기위해 길을 물었을 때 동네 아저씨의 반응이 참 신기했다. "전태일 기념사업회는 바로 윗집이고, 그건 들어보긴 들어봤는데"하면서 말끝을 흐린 것만으로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스카이씽씽을 굴리던 꼬마 여자아이가 "참여성복지터"는 자기 친구가 공부하는데라며 자기가 앞장서면 세세히 알려주는 것이다. 대게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그 엄청난 운동단체들이 정작 동네 사람들은 이름도 모르고, 장소며 뭐하는데도 모르는 것과는 너무도 딴판이었던 거다. 뭔가 조짐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날짜는 12월 3일 금요일이며 문의 전화는 02- 744-4010으로 하시면 된다. 부디 많이 오셔서 좋은 사람들도 만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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