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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대 길동무를 찾으며


겨울이 몰고 온 매서운 바람은 귓불을 붉게 물들이고, 사나운 세상의 흐름은 사람의 마음속 곳간마저 비게합니다. 계절의 순환이야 사람의 힘이 미치는 곳이 아니기에, 운명처럼 감내해내지만 시대의 차가움은 사람이 빚어낸 것이기에,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찾습니다.


먼저 우리가 겪는 추위의 절정에 가난이 있다는 생각에, 가난을 어찌 대할까 선인이 남긴 글을 통해 살펴봅니다. "가장 으뜸가는 것은 가난을 편히 여기는 것이다. 그 다음은 가난을 아예 잊어버리는 것이다. 가장 낮은 것은 가난을 꺼리고, 가난을 호소하며, 가난에 짓눌리다가 가난에 부림을 당하는 것이다. 그보다 더 아래는 가난을 원수로 여기다가 가난에 죽는 것이다." (太上安貧, 其次忘貧, 最下諱訴貧, 壓於貧, 僕役於貧, 又最下, 仇讐於貧, 仍死於貧) 청장관 이덕무가 남긴 글입니다. 가난을 편히 대하는 일이 그리 손쉬운 일이 아니건만, 추운 겨울 매서운 바람을 가리기 위해서 논어를 병풍 삼고 한서를 물고기 비늘처럼 잇대어 덮고서야 겨우 얼어죽기를 면했다고 하는 절절한 체험에서 나온 글이라면, 마음에 담아둘만한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또한 논어를 병풍 삼아서, 추위를 면할까 싶어서 곁에 펴서 한 구절 두 구절 읽어봅니다. 구절마다 지혜롭지 아니한 곳이 없건만, 논어 자한편(子罕篇)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계절이 차가워진 연후에 소나무와 잣나무의 늦은 시듦을 안다"("子曰: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를 읽으면서 참다운 관계를 이르는 松柏之後凋라는 글귀가 많이 회자되지만, 오히려 저에게는 歲寒라는 글귀가 더욱 더 눈을 밝힙니다.


계절과 세월 속에 겪게 되는 사람살이가 늘 따스하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할지라도, 계절과 세월은 시대를 막론하고 어김없이 사람에게 어렵고 힘든 시간을 겪게 해서, 사물이 사람에게 주는 안온함을 다시금 생각게 하고 인간관계속에서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도록 하는 일을 한다는 뜻이 '歲寒'이라는 구절 속에 담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이러한 뜻을 『道德經』속 "말하고자하는 길은 늘 그러한 길이 아니고, 되고자하는 이름은 늘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라는 구절 속에서도 읽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뜻을 세우고 의지를 늘 그러하게 실현하고자 하는 삶의 지혜가 필요한 것 아닌지요? 『史記』太史公自序에는 "무릇 『詩經』과『書經』 속뜻이 깊어서 알기 어렵고 언사가 간략한 것은 마음속에 있는 의지를 실현하고자 하였던 것이었다. 옛날 서백은 유리에 억류되어 있었기 때문에 『周易』을 옮기고 부연하였으며, 공자는 陳과 蔡에서 어려움을 겪고서 『春秋』를 지었으며, 굴원은 추방된 뒤에 「離騷」를 지었으며, 좌구명은 시력을 잃고 나서 『國語』를 편찬하였고, 손빈은 다리를 잘리고 나서 병법을 주장하는 글을 엮었으며, 여불위는 蜀으로 좌천되고 난 뒤 세상에 『呂覽』을 전하였으며, 한비자는 秦나라에 갇혀서 『說難』과 『孤憤』이 세상에 있게 되었으며, 시 300편도 대체로 어진 성인들이 자신의 비분을 촉발하여 지은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에 울분이 맺혀 있으되 그것을 시원하게 풀어버릴 방법이 따로 없어서 이에 지난날을 서술하여 미래에다 희망을 걸어본 것이었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많은 고전들이 암울한 현실과 어려운 처지 속에서 절절하게 나온 것이었다면,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살피고, 견디고, 이겨내기 위해서 다시금 고전이 걸었던 길을 되짚어 봅니다.


- 얘기할 글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1장 서문


- 장소

대구교육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 날짜와 시간

2005년 1월 19일(수) 오후 7시∼


- 연락처

조진석 019- 580- 8792
전자우편 jjseok1004@naver.com

- 대구 더불어숲 까페

cafe.daum.net/dokr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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