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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날 종로에서 더불어 숲 사람들을 만나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를 보기전에 커피를 한잔씩 하면서 영화얘기, 세상얘기를 즐겁게 했지요.

지금은 그 기운이 다해 과거의 화려했던 기억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 홍콩영화, 거기다가 '극장에서 본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주성치의 영화'라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찾았더군요.

저도 오랜만에 극장에서 홍콩영화를 보며 참 즐거운 기억들을 많이 떠올릴수 있었습니다.(비록 영일형은 영화 끝날때 까지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내지 못하셨지만~ ^^)

이전 중고등학교 시절 '로드쇼'와 '스크린'이라는 월간 영화잡지를 매달 번갈아 사모으며 홍콩영화 배우의 소식과 기사를 읽어나가곤 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지금은 아마 '로드쇼'라는 잡지는 폐간된듯 합니다. 그래도 그시절엔 '로드쇼'의 기사가 더 풍부하고 좋았던 기억이 있었는데...

머 홍콩영화의 화려한 시절이 쇄락한것과 같은 변화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_-

아무튼, 홍콩영화에 대한 수많은 기억과 그 안의 아련했던 느낌들을 얘기하려면 하루밤낮을 얘기해도 부족할 터이니 다시 <쿵푸허슬> 얘기로 돌아가면~ ^^


1.영화

저는 개인적으로 주성치 영화만을 매니아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홍콩영화를 매우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주성치의 영화를 같이 즐겼다는 말이 맞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성치의 영화는 왠지모를 '홍콩영화'라는 틀과는 조금은 다른 '격'을 나름대로 분명히 갖게 되었던듯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홍콩영화'는 별로 안좋아 해도 '주성치'의 영화는 좋아 하는것을 보면 말입니다.

이번 <쿵푸허슬>은 '주성치'의 느낌이 좀 '부드러워' 지면서, 홍콩 SF 무술영화의 느낌을 버무린, 꽤 수위가 잘 조절된 오락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주성치표 SF 무술영화'정도로 얘기하면 될까요?

영화를 보면 주성치의 과장되면서도 '도대체 어이가 없어서' 웃지 않을수 없는 장면들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러한 주성치의 느낌 밖으로는 꽤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SF 쿵후의 대결구도가 또한 분명히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분명히 확인한 것은, 이 홍콩 SF 쿵후의 과장은 주성치의 영화에서는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들어 장예모 감독의 <영웅>에서 '무명'과 '은모장천'이 서로의 상상 속에서 하늘을 날며 호수와 산을 넘나들며 비무를 벌이는 장면이나, <와호장룡>에서 '리무바이'가 대나무를 밟고 날아다니며 '용'의 공격을 부드럽게 무마시키는 장면이 분명히 '아름답다'고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와중에도 왠지모를 과장의 불편함이 어느정도 남을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 영화 속에서는 그러한 기억들과 매우 다른 '상쾌한 긍정'의 기억이 남았다고나 할수 있을까요?

중국 SF 무술영화의 표현은, 그 드라마 묘사의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서극 감독의 <소오강호>와 유위강 감독의 <풍운>을 넘어서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아예 SF 무술로 가려면 <소오강호>나 <풍운>처럼 가던가, SF를 배제한 실제 무술로 가려면 역시 서극의 <칼>이나 <황비홍>과 같이 가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갑자기 진지한 분위기에서 등장하는 어이없이 과장된 액션은 괜히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낼 뿐이지요.(특히 원빈 감독의 무술영화 들은 그 기계적이고 정확한 액션의 묘사에도 불구하고 가끔 말도 안되는 황당한 액션이 중요한 장면에서 등장하는 관계로... 영화를 관람하는 과정에 심히 심란했던 기억들이 많이 있었지요.-_-)

신현준과 김희선이 주연했던 <비싼무>(비천무)에서 보면 김희선은 평소에 잘도 날아 다니다가 중간에 적들에게 잡힐때는 담도 잘 못넘고 괜히 울고 그러지 않습니까?

저는 평소에 이 무술영화의 과장된 액션이 사람들로 하여금 홍콩 영화로부터 발길을 돌리게 하는 원인이 될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글쎄 그게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_-

아무튼 이 쿵푸허슬에서는 그 과장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아 이건 주성치 영화지~'라는 본능적인 내면의 판단이 그 영화의 재미를 오히려 배가 시키는 순효과를 보여 주더군요.^^


2.인물

영화에는 매우 오랜만에 얼굴을 보이던 몇몇 배우들도 있는데, 예를들면, '돼지촌'의 주인 부부로 나왔던 원화와 원추, 무림에서 대적할만항 상대를 찾지못해 정신병원에 은거하고 있던 '야수'를 연기했던 양소룡, 그리고 지금은 <매트릭스>부터 <킬빌>까지, 헐리우드 유명영화의 액션감독을 전부 도맡고 있으며, 어린 주성치에게 짝퉁 '여래신장' 책을 팔던 원화평까지... 반가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 합니다.

특히 양소룡은 이전 70년대 이소룡의 최초이자 마지막 미국영화였던 <용쟁호투>에서 오하라의 죽음의 섬에서 대련을 벌이는 상대역으로 나왔던 원로 무술배우인데, 제 생각에는 이소룡에 대한 오마주의 심정이 가득한 주성치가 그를 일부러 이 영화에 출현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한가지 아쉬웠던 기억은, 양소룡은 이전 장클로드 반담이 주연했던 88년도 영화 <투혼>에서 '청리'라는 이름의 무시무시한 쿵후 실력을 갖춘 악당으로 나온적이 있는데, 그때만 해도 70년대에 출현했던 <용쟁호투>의 좀 과다할 정도의 엄청난 근육과 무술실력이 그대로 살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쿵푸허슬>에서 그의 모습을 보니... 이건 완전히 삐쩍 마른 할아버지가 다 되었더군요. 물론 <반지의 제왕> '골룸' 이미지를 연상시키기 위해 좀 삭아 보이게 분장시켰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간이 흐른다는것이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얼마전 잘 아는분이 인터넷으로 성룡의 <뉴 폴리스 스토리>를 봤는데, 80년대와 너무나도 다른 성룡의 불쌍하고 느린 액션들 때문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고 하더군요...-_- (시간이여 성룡을 돌려달라~)

그러고 보면 '돼지촌' 주인을 연기했던 원화라는 배우는 이전 이소룡의 대역을 담당하기도 했던 매우 뛰어난 무술 배우인데, 실제로 연마했던 무술은 영춘권류의 외가권 이었고 한참 홍콩영화에 출현한 80년대에도 그러한 연기를 주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태극권을 연기하더군요. 하긴, 나이를 먹고 근골이 쇄하니... 결국은 내가권으로 돌아갈수 밖에...

그리고 주성치의 엘터에고(?)였던 오맹달이 눈에 띄지 않아서 매우 생경하면서도 아쉬운 느낌이 좀 있었습니다. 세아씨 말로는 최근 주성치와 오맹달의 사이가 서로 건널수 없는 강을 지났다고 하던데... 수많은 주성치표 영화의 이란성 쌍둥이와 같았던 두사람이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참 아쉽더군요.


2.쿵후(功夫)

영화에서는 여러가지 전설적인 쿵후들이 등장 합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쿵후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무공'이라고 하는것이 맞을듯 합니다.

중국어에서는 功夫라는 단어가 두가지의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나는 '시간', 또하나는 '잘 단련된 달인의 경지'가 그것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에게 "니 요메이요우 꿍후"라고 하면 그것은 '너 시간 있냐?'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주로 남쪽에서 사용하는 표현), 그리고 어떤 체조선수가 아주 멋진 동작으로 철봉연기를 끝냈을때, 누군가 "하오 꿍후"라고 하면 '야! 대단한 실력이다'라는 표현의 뜻이기도 하지요.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쿵후'라고 하면, 그것은 무술을 하는 사람들이 표현하는 어떤 몸의 단련을 통한 달인의 경지를 총칭하는 단어라고 생각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 쿵후가 서양으로 전달되고 영어의 단어화가 진행되면서 별도의 고유명사로 변한것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아무튼 이 영화에서도 여러가지 중국의 무술들이 등장 합니다. 그중에는 '태극권'이나 '영춘권'과 같은 실제 존재하는 무술들도 있지만, 돼지촌 주인아줌마의 '사자후'나 킬러들의 '음공', 야수가 시전했던 '합마공'등은 무협소설이나 일부 특정 작가들에 의해서 제조된 전설속의 무술들이지요.

특히 야수의 '합마공'은 이전 김용의 소설인 <사조영웅전>의 구양봉이 시전했던 무술인데, 실제로는 손을 이용하는 장권을, 여기서는 70년대 정치깡패 '시라소니'가 자주 사용했던 '공중걸이'처럼, 날아서 머리로 받는 '박치기' 기술로 바꾸어 놓았더군요.^^ 소설속 구양봉도 천하의 악인이었는데, 아마 두꺼비 이미지인 골룸의 이미지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 '합마(두꺼비)공'을 야수에게 갖다 붙힌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또한 킬러들이 거문고(?)를 사용해서 공격하던 음공(音功)에 대해서도 저는 개인적으로 약간의 이견이 있습니다. 음공은 두가지 효과가 있지요. 사람의 심금을 울려서 기혈을 들끓게 하고 정신이상으로 미치게 만드는 효과가 하나고, 그다음은 파장의 확장을 이용해서 무엇인가를 '터뜨리는'것이 그 두번째이지요.

그런데 여기서는 음공이 어떤 실체화된 무기나 괴물들의 '이미지'로 상대의 몸을 '이곳저곳' 공격을 하는것으로 표현됩니다. 머 어차피 영화를 통해서 만들어낸 이미지인 만큼 그러한 시각적인 표현이 훨씬 더 효과가 좋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만.(마지막 킬러들이 주인 아줌마의 사자후에 옷이 다 벗겨지면서 쓰러지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


3.정리

영화가 끝나고 근처에 있던 불닭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지요. 토요일 저녁의 종로거리여서 그런지 사람이 참 많더군요. 뒤에 현진형과 지현씨, 그리고 훈희씨도 와서 반갑게 얘기 나눌수 있었습니다.

토요일 저녁이라 개인적인 약속들도 있고해서 먼저 자리를 뜨신 분들도 있었습니다만, 아무튼 이래저래 편안하면서도 자유로운 시간들이었던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영화번개를 저녁먹고 난후의 시간대로 해서, 영화를 보고 차한잔하고 헤어지는 식으로 '간단한' 컨셉으로 바꿀 예정입니다. 그리고 좀 수시로 할 계획이고요.^^

자, 다음번 영화번개도 기다려 주시고, 추운날씨 모두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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