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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나무님들을 오랜만에 뵈었습니다.
너무 오랜만이라 민망하기도 했고
또 너무 반가운 마음에 얼굴까지 화끈거리더군요.
혜영이 누님, 지숙이 누님, 철홍이 형님, 영일이 형님, 원배 형님 등
(이렇게 쓰자니까 무슨 조직 같군요.)
한 분, 한 분 모두 너무 반갑고도 소중하신 분들입니다.

그런데 그 마음과는 달리
제대로 인사도 못드리고 너무 소홀히 대접해드린 것 같아
계속 마음이 안좋네요.

모쪼록 다음 기회에 만나뵈면
더욱 오랜 시간 동안 더욱 많은 얘기 나누면서
간만에 더 좋은 시간들을 가지고 싶습니다.

할 말이 참 많은데
일단은 이렇게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짧은 글을 마칩니다.

정말로, 너무 반가웠습니다.

(아래 글은 민지네 게시판에 올린 공연 후기입니다.)

*****************************************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모여 삶이 됩니다.]


영화나 소설이란 게 사실은 우리들 인생의 장면들을 단지 흉내낸 것에 불과한데 우리는 일상에 매몰되어 영화와 소설, 무대와 스크린에서 감동을 구합니다. 예전에 신영복 선생님 어느 글에서 “우산을 먼저 보고 비를 나중에 보는 어리석음”에 관해 말씀해주신 적이 있지요. 언젠가 박승호 선생님도 ‘이론이란 현실에서 추상된 것’이라 말씀해주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현실 속에서 구체화 될 수 없는 이론이란 죽은 이론이라던 그 말씀이, 결국 어떠한 이론이라 할지라도 사실은 현실을 흉내낸 것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읽히네요.

이러한 제게, 이번 콘서트를 마치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고 생각하는 일은 역시 또 다른 부끄러움의 각성이 됩니다. 결국 우산을 보기 전에 비를 보고, 이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현실을 바로 보며, 드라마의 얼개를 빌리지 않고서도 일상 속에서 진짜 감동의 순간들을 건져올리는 일이 더 살아 꿈틀거리는 사유와 건강한 느낌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생각해보면 진정 아름다운 것, 정말 감동적인 것들은 잡을 수 없고, 담을 수 없으며, 만질 수 없는 것들일지도 모릅니다. 사진기와 녹음기를 제작하는 기술 수준이 아무리 진보한다 할지라도 마음에 공명으로 남아 있는 음악과 추억 속에서 나날이 그 빛깔을 달리 하는 영상을 간직하기에는 어떤 부족함이 있지 않을까 하는 회의를 가져봅니다.

매만질 수 없는 것들, 그것은 바로 이 공연을 함께 이루어내기 위해 다 같이 저마다의 공간에서 최선을 다해주신 모든 이들의 ‘화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스스로, 자발적으로, 누구의 지시와 통제가 아닌, 그야말로 아름다운 피곤함과 흐뭇한 분주함 속에서 이 공연을 이루어내고 만들어보자고 안간힘과 발버둥을 쳤습니다. 그것은 담을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그렇게 흘러가버린, 흐름과 상황과 행동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연팀에서 기타반주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공연을 준비하셨던 다른 팀의 다른 분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이 공연을 준비하셨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단 한 가지의 진실이 있다면, 우리 중 누구도, 그저 몇 사람의 힘으로는 결코 이루어낼 수 없는 일이 분명 일어났고, 이제 우리는 이 일을 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일에 분명, 저는 숱한 증인들 중 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공연은 끝났고, 다시 일상입니다. 세상은 아무 것도 변한 것 없이 무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라틴 아메리카 여행을 마친 게바라처럼, 분명 우리들 마음 속 어딘가에 어떠한 뜻과 꼴로든 변화가 있었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공연 본래의 취지였던 비정규직 철폐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든, 공연 자체의 성공에 대한 보람과 뿌듯함이든,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기억이든, 또 다른 그 무엇이든, 그것은 이미 제 안에, 당신 안에, 우리 모두의 안 깊숙한 곳에서 이미 제 자리를 차지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얼쩡거리고 있는 모임이 네 군데쯤 되고, 동시에 직장에도 묶여 있는데, 이번 공연이 제게 가져다 준 색다른 느낌은 이렇게 여러 곳으로 나뉘어졌던 개인적인 공간들이 하나로 통일되는 체험이었습니다. ‘참좋다’와 ‘민지네’가 함께 공연을 만들고 ‘노동과 꿈’과 ‘더불어숲’ 식구들께서 공연에 와주셨으며, 제가 학원에서 가르치는 아이들이 자기네 선생님들 공연을 보러 와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 아이들 14명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해주신 민지네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특별히 직장에 묶여 고단한 가운데서도 고생하신 베이스의 최승권 님, 건반의 김은파 님, 보컬의 전미연 님, 그리고 누구보다 아낌 없는 갈채를 받으셔야 할 참좋다 님께 진심으로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물론 제가 알지 못하는 다른 팀의 모든 분들께도 동일한 마음으로 이 눈물 글썽이는 인사 드립니다. 정말로 수고 하셨습니다. 이 고생과 수고는 바로 우리 모두의 넉넉한 재산이자 우리를 구성하고 마는, 바로 우리들 자신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사막이 아름다울 수 있는 까닭은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던 어린 왕자의 글귀가 다시 한 번 사무치게 가슴을 저밉니다. 막막하고 심란하고 지겹고 짜증나기가 어디 사막에 비하겠습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당신들에게 감히 고백합니다. 이런 제 일상과 삶이 아무리 비참하고 비루해도, 그러나 제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여러 동지들 때문이라고, 당신들은 이미 내 안에 들어오셨습니다.

나의 경계와 당신의 자리가 구분되지 못할 때, 그래서 나와 너가 사라질 때, 더 이상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구분과 구별이 무의미해지는 그런 순간이 올 때 우리는 진정한 ‘해방’의 감격에 흠씬 빠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공연은 끝났고 이제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모여 바로 우리들의 삶이 한 바느질, 한 땀, 만들어져 갑니다. 당신들을 알게 되고 당신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들이 바로 제 자랑스러운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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