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워집니다. 고목古木이 명목名木인 까닭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나무와 달라서 나이를 더한다고 하여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며 젊음이 언제나 신선함을 보증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노老가 원숙이 소少가 신선함이 되고 안되고는 그 연월年月을 안받침하고 있는 사색의 갈무리에 달려있다고 믿습니다.
어제의 반성과 성찰 위에서 오늘을 만들어내고 오늘의 반성과 성찰 위에 다시 내일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사색의 갈무리가 우리를 아름답게 키워주는 것입니다.
따뜻한 가슴(warm heart)과
냉철한 이성(cool head)이
서로 균형을 이룰 때
우리는 비로소
개인적으로 '사람'이 되고
사회적으로 '인간'이 됩니다.
이것이 사랑과 이성의
사회학이고 인간학입니다.
사랑이 없는 이성은
비정한 것이 되고
이성이 없는 사랑은
몽매蒙昧와 탐닉耽溺이 됩니다.
우리 옆집 그 여자
- 김창완
그리하여 그 여자 순대장사 시작했지 먼지 바람 잘 날 없는 시장바닥에 그 여자, 내장 꺼내 도마 위에 올려 놓지
그리하여 그 여자 기름때에 절어 갔지 손도, 앞치마도, 세월까지도 순대보다 시커멓게 타버린 사랑마저 인제는 칼로 베도 아프지 않지
썰어서 팔아 버린 내장 길이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 여자도 모르지 논둑처럼 꾸불텅, 밭둑처럼 꾸불텅 고향까지 갈 것인가, 저승까지 갈 것인가 밤중까지 돼지창자 까뒤집는 그 여자
돼지처럼 먹고 자고, 아무렇게나 살았지 사람들께 살점 모두 발라 내주고 인제는 창자까지 썰어서 파는 순대장사 벌인, 우리 옆집 그 여자 그리하여 그 여자, 새벽마다 식칼 쓱쓱 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