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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이동에 따른 새업무 적응에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와 같지 않은 우리그룹 실적때문에 거의 우박처럼 쏟아져 내리는 업무의 폭풍 속에서 지인들로부터 '너 나하고 인간관계 끊고 싶냐?'라는 얘기까지 듣고있는 요즘이다.

그나마 허락된 주말의 시간들은 왠놈의 약속들과 결혼식들은 이리도 겹치는지... 이번주 일요일도 친한형 결혼식을 앞두고, '나 나가는 모임에서 강화도로 견학가~'라는 말을 차마 건넬수 없어, 그 형에게 어설프게 둘러대는 이놈의 마음이란...(결국 결혼전날 만나서 얼굴한번 보는걸로 결혼축하 대신 하기로 했지만...)

아무튼 요즘들어 느끼는건 사람들이 단지 일을 좋아해서만 거기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며, 스스로에게 허락된 시간들을 어떻게 잘 조화시켜 나가야 하는가?라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매우 진지한 요구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래 이번주는 일주일 내내 예비군 훈련 계획이 잡혀 있었더랬다.

작년 한해동안 출장이다 교육이다 해서 동원훈련에 전혀 참가하지 못한 관계로 '고발 직전의 사람들' 구해주는 차원으로 작년부터 고스란히 이월되어온 교육들이었다.

고발은 두렵지 않지만 벌금은 매우 두려웠던 관계로 원래는 월요일부터 성실하게 훈련에 참가 하려고 했으나... 나 아니어도 회사 안망하는거 알면서도 이놈의 '터지기 직전의 일들'이라는 업무를 처리하는데 또다시 꼬박 수요일까지의 삼일을 바치고 난후, 겨우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을 훈련에 참가할수 있었더랬다.(그러고 보면 이놈의 '터지기 직전의 일들'이라는 것도 지나서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니었던 것들인 경우들이 상당수다. 한데 그당시에는 또 왜그렇게 시급을 다투는 급한 일들로 보이는지들... 사실 '그일 안해서' 회사가 잘못 되는건 별로 두렵지 않으나, '무책임한 사람'으로 낙인 찍힐지 모른다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어쩌면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_-)

아무튼 어제부터 오늘까지 훈련이라는 핑계로 회사에서 걸려오는 전화도 받는둥 마는둥 하며 대자연의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느낄수 있었던, 최소한 마음적으로 만큼은 매우 여유로운 이틀의 시간들이었다.(비록 몸은 추워서 죽는줄 알았다만...-_-)

부서이동후 처음받는 예비군 훈련이었기에 회사 통합대대 사무실에서 훈련소 찾아가는 길에 대한 자료를 문의하고 위치를 확인하다 순간 깜짝 놀랐다. 훈련소가 내가 졸업했던 초등학교에서 겨우 1Km 정도 떨어진곳에 위치한 부대가 아닌가?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한번도 나간적이 없었고, 몇번의 이사 속에서 졸업후 거의 마주친적도 없던 초등학교 친구들에 대한 기억이 순간 떠올랐다.

그리고 당시 순진하고 개구장이었던 내 모습들도...

아침에 훈련소로 가는 버스를 타고가며 많은 생각들을 떠올렸다.

우리가 예전 기억들을 행복으로 추억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 시대의 상황이나 여건들이 반드시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더없이 순수하고 때묻지 않았던 '당시의 나'를 떠올리기 때문이라는 생각들...

예비군 훈련은 언제나 그렇듯 '예비된 군인'들의 훈련일수밖에 없었다. 그 서로의 나사 빠진 모습들은 군대 있을때 느끼던 정신적 폭압에 대한 심리적 반작용들 때문에 나오는 것들이라고 할수 있을까?

나름대로 배우면서 운동한다 생각하고 훈련 받는동안에는 열심히 해보자라고 생각하는 주의지만, 어쨌든 늘어지는 동작과 정신교육 시간에 밀려오는 졸음은 '인력으로도' 잘 개선이 안되는 것이었다.(마지막 총을 반납한후, 담배꽁초 열개 먼저 주워오는 사람부터 보내주겠다는 중대장 얘기에 한 십여분 다들 이등병의 눈빛으로 번개처럼 움직였던 순간들을 제외하고...)

훈련이 끝난후 버스를 타지않고 초등학교가 있는 근처까지 쭉 걸어 내려왔다. 그리고 내 어릴적 많은 감정의 기억을 안겨 주었던 모교를 오랫동안 쳐다 보았다.  

어릴적 순수했던 느낌들과 별도로 당시 학교에도 지금의 기억 속에서는 분명히 불합리한 부분들이 존재했었다.

군부대와 맺고있던 자매결연으로 군인 아버지를 둔 친구들에 대한 각별한 학교의 관심이나, 항상 그렇듯 당시는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으나, 분명히 존재 했었던 친구들 혹은 부모님들과 연관된 수많은 감정적 갈등들...

밖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일까? 학교는 십몇년전과 달라진것이 별로 없어 보였다. 당시에는 새로지은 학교라고 대외에 자랑이 넘쳐났던 건물의 모습들이 지금보니 매우 낡아 보인다는 것이 달라진 것이라면 달라진 것일까?

왠지 복잡하면서도 아련한 느낌들이었다.

십몇년 전의 나를 떠올리는 아련한 반가움, 그러나 당시에는 당연한 듯이 받아들였던 것들에 대해 이렇듯 지각이 생기며 이성적으로 '알아버리게' 된데 따른 여러가지 느낌들이 왠지 당혹스럽기도 했다.

한참 군기가 잡혀있던 이등병의 순간들이 깔끔하다면 깔끔했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등교하고 숙제하고 짝궁을 좋아했던 순간들이 깔끔하다면 깔끔했을까?

어쨌든 시간 지나면 결국 다 알게 되는 것들이었다. 다 기억해 내는 것들이었다. 다 판단해 내게 되는 것들이었다.

그러면, 내 수많은 정신력을 빼앗아 가고 있는 지금의 직장 생활은 어떤가?...

결국 이것도 나중에는 또 '다 알게 되는것들'이 되는것은 아닐까?

어쩌면 깨지 말아야 할 꿈인것은 아닐까?...

순간을 충실해야 하지만, 지난뒤에 또다시 스며드는 판단의 당혹스러움... 그냥 이렇게 한단계 한단계 똑같은 느낌들을 회억해 내는것이 인생은 아닐지?...

할수없다. 나중에 어떤 기억을 더듬어 내더라도, 그때 어떻게 판단하게 될지 모를 기억을 두려워 해서 '지금'의 내 생활을 머뭇거릴수는 없는 것이다.

어쨌든 방법이 없지 않은가?

열심히 살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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