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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5.03.24 17:38

스스로 선택한 가난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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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치관



나는 녹색평론의 책들이 좋다.'이 책이 무슨 책인가'를 정직하게 드러내는 차원을 넘어서지 않는 소박한 디자인에 재생지를 사용하여 두툼하지만 가벼운 그 책들을 집어들 때 나는 중얼거린다.'다들 책을 이렇게 만들면 좋으련만.'그러나 그보다 더 좋은 건 그 책들이 '다른 가치관'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그 책들은 매우 초라하고 불편한 삶의 방식을 제시하지만,그 '다른 가치관'에 동의할 때 그 초라함과 불편은 기쁨과 자부가 된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일의 출발은 '다른 가치관'을 갖는 것이다.'네놈들이 잘 먹고 잘 살았으니 우리도 한번 잘 먹고 잘 살아보자'라는 생각은 고통스런 삶을 사는 피억압자에게 정당한 것이지만 그게 혁명의 전부는 아니다.혁명은 단지 '급격한 역할 교환'이 아니다.'한줌의 지배계급이 잘 먹고 잘 사는 일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혁명의 최종 목표는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다.

제 아무리 이상적인 분배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해도 '남보다 잘 먹고 잘 사는 걸 자랑스러워 하는 가치관'이 살아있다면 그 사회는 여전히 원래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남은 셈이다.'다른 가치관'은 오늘처럼 혁명이 요원해 보이는 시절부터 이미 마련되어야 한다.'적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는 한 혁명은 불가능하다.혁명을 노래하는 좌파 인텔리들이 '혁명을 두려워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도 그들이 '적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제 자식이 '진보적인 엘리트'가 되길 바랄지언정 고등학교나 마친 노동자가 되길 바라는 좌파 인텔리를 본적이 있는가? 제 자식이 이른바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걸 꺼리거나 적어도 진지하게 부끄러워하는 좌파 인텔리를 본 적이 있는가? '적의 가치관',즉 '혁명의 대상과 같은 가치관'을 가진 상태에서 진행하는 모든 혁명 운동은 그저 '혁명 게임'일 뿐이다.

개인적으로도 존경해 마땅한 좌파 인텔리들 가운데 제 자식 문제에까지 연결되는 '다른 가치관'을 갖는 이는 거의 보지 못했다.오늘 우리가 얼마나 천박한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단 한명도 보지 못한 건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그 한 예는 다큐멘터리 감독 김동원이다.그의 몸은 이 천박한 세상에 묶여 있지만,그의 정신은 이미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무엇보다 가난해야 한다.강요된 가난은 죄악이고 극복해야 하는 것이지만 자발적으로 선택한 가난은 바로 예수의 모습이다.그것에 의심이 없다.이젠 버리는 게 어렵지 않고 갖지 않는 게 편안하다는 걸 몸으로 알고 있다.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버틸 수 있다고 믿고 웬만한 건 걱정을 안 한다.아이들 과외도 못 시키지만 과외를시키는 게 비정상인 거고 설사 아이들이 대학을 못 가고 가난한 기층 민중으로 살더라도 전혀 걔들한테 불행한 게 아니라고 믿는다.도시빈민이나 농민,노동자의 삶 속에는 지식인들이나 중산층들의 삶이 가질 수 없는 게 있다."

"당신에게 가난은 자기 절제인가."

"편안한 거다.그러나 무작정 편안한 게 아니라,가난해야만 가난의 가치를 가질 때만 세상의 여러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고 나는 그걸 따라가는 거다.가난은 이제 내 가치관이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김규항(2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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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다 잘먹고 잘사는 걸 부끄러워 하는 사람.. 그런 세상..
저는 지금까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정말 놀라운 말입니다.
그리고 김동원이라는 사람도 정말 놀라운 사람입니다.
모든사람들이 오직 남보다 잘먹고 잘사는 것에만
온 에너지를 쏟아붇는 이런 천박한 시대에
스스로 가난을 선택한 그는
정말 새시대를 여는 선구자적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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