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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념 지형에서 기괴한 것은 흔히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자유지상주의(근본주의적 자유주의)가 유사 파시즘적 국가주의와 만들어내고 있는 맥놀이다.시민사회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에 경기를 일으키는 자유지상주의자와,국가를 의의화해 충성스럽게 섬기는 유사파시스트가 서로에게 아무런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자유지상주의자는 대수롭지 않게 박정희를 찬양하고,박정희 숭배자는 거리낌없이 최소정부론을 외친다.정치학자 로버트 달이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에서 민주주의의 두 적으로 거론한 무정부주의와 수호자주의가 통정하고 있는 꼴이다.
이 두 세력은 단지 정을 통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자유지상주의와 국가주의는 드물지 않게 한 입에서 발설된다.아침에는 시장의 거룩함을주장했던 사람이 저녁에는 애국주의의 화신이 되고,어제는 투철한 국가관의 확립을 선동했던 신문이 오늘은 경제적 자유의 신성불가침을 외친다.
이것은 자유지상주의와 국가주의의 이념적 친화를 뜻하는가?그럴 리는 없다.개인적 선택을 절대시하는 자유지상주의와 집단을 물신화하는 국가주의는 물과 기름이다.그 둘을 동시에 주장한다는 것은,그 주장이 진심이 아니거나 주장자가 정신분열증 환자라는 뜻이다.
그러면 어쩌다가 한국에서 이 둘은 한 몸뚱이를 이루게 됐는가?그것은 이념적 간극을 가뿐히 넘어서는 '인적 연속성' 때문이다.박정희 시대의 국가주의자들은,제 몸에 국가주의적 흔적을 남긴 채 민주와 시대의 자유지상주의자로 변신했다.왜? 그것이 '세계화'라는 대세의 공식 이념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가운데 완고한 일부는 아직도 국가주의에 매달려 있고 또 다른 일부는 세련된 자유지상주의자로 완전히 전향했지만,상당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이형동질의 낭만적 파토스를 오가며 이 화해할 수 없는 두 이념을 한 몸으로 부둥켜안고 있다.
한국의 국가주의와 자유지상주의는 '박정희의 친구들'이라는 동일 인구집단에 혈연적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때문에 쉬이 분리되지 않는다.그것이 한국에서 우파와 극우파를 구별하기 어렵게 만든다.이들이 함께 내세우는 것은 타락한 '자유'의 구호다.
이 범우파 블록 안에서 시간은 자유지상주의 편일 것이다.세계화의 해일은 이내 국가주의자들의 기를 꺾어놓을 것이고,분열증적 개인들의 내면에서도 자유지상주의는 국가주의를 이길 것이다.국가 위세를 특별히 중시하는 초강대국이 아닌 나라에서 ,동원된 애국심이 계속 자본에 맞먹는 결기를 유지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가보안법이 자본 운동의 걸림돌이라고 판단되는 순간,우익 진영의 폐지 반대 목소리는 쑥 들어갈 것이다.자유지상주의는 한국의 전통적 수구 기득권층만이 아니라 그들의 정지적 경쟁자들도 꽤 개종시켰다.지금 한국에서 자유지상주의는 개혁의 이름으로 관철되고 있고,여권의 주류는 총자본에 굴복한 듯하다.
이것은 물론 우리만의 사정은 아니다.자유지상주의의 범람은 세계화에 시큰둥한 유럽에서까지 목격되고 있다.그러나 서유럽 국가들에 맞먹는 경제규모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나라들이 두세 세대 전에 이룩한 복지시스템이 없는 한국에서 이것은 재앙이다.서유럽과 달리 우리에게는 줄일 복지 자체가 없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복지시스템 구축과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연대를 핵심 가치로 삼는 좌파적 감수성이 우리 사회에 특히 긴요한 것은 그래서다.'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슬로건은 한 정당의 선거구호를 넘어 우리 사회를 운영하는 기술적 근본원리가 돼야 한다.
세법 손질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부자에게 불리하다 싶으면좌파 세상이 왔다고 호들갑떠는 야당과 우익언론이 민생을 얘기하는 것은 뻔뻔한 일이다.민생은 본디 좌파적가치다.우리 사회에는 좀더 많은 좌파가 필요하다. (고종석 논설위원,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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