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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장 벽면 한 켠에 커다랗게 쓰인  '空手來空手去' 를 계속 되새기는 날들이었습니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부터 어제 상을 마칠 때까지 경황이 없어서 오늘 집에 막 돌아오고 나서 이렇게나마 글로 흐트러진 생각을 가다듬어봅니다. 저희 할머니께서는  米壽, 즉 여든 여덟의 삶을 사셨답니다.



당신이 계셨기에 현재의 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들을 많이 한 요즘이었습니다. 현대사의 굴곡 그 자체가 당신 삶과 바로 이어져있으셨거든요. 큰 손자로 떠나시는 마지막 길이나마 편히 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내다 지금 막 집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조금 묘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건강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눈 감으시는 걸 뵈었기에 다른 한 편으로는 슬프기도 하면서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막상 아직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잘 와닿지 않는 것 또한 지금의 저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결코 순탄하지 않은 삶을 살아오신 당신. 어찌되었던 장손이라는 가족 안에서 정체성을 지닌 저는 당신께서 가시는 마지막 길동무가 되었지요. 당신의 자식들인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들 그리고 고모께서 마음 속에 남아있던 풀지 못한 응어리들을 떨쳐내는 과정이 쉬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청준 씨가 지은 소설 '축제'가 떠오르기도 했구요.



저 역시 당신께서 남긴 편하지 않은 짐을 조금은 덜어낸 듯싶습니다. 홀연히 당신이 가시는 길이 제가 느끼는 그 마음처럼 가볍고 평안하시길 빌어봅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자청해서 운전을 해 준 벗들이 있어 더욱 고맙게 느껴진 장례식이었고..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헤아려본 햇살 맑은 소중한 날에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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