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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는 평화, 인권교육을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는 선생님들과 그 이론적 기반을 마련하시는 선생님들을 만나뵈었다. 그 자리에서 평화와 인권이 갖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을 되새겨볼 수 있었다.

배움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한 학생들과 교사의 만남이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학생과 교사의 마주섬이 갖는 특수성을 잘 고려해야 한다. 학생인 아이들은 단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교사인 어른의 지도를 당연히 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펼쳐갈 수 있는 가능성은 교사의 열정에 비례해서 역설적으로 줄어든다.

현재 초등학교 아이들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와 독도 문제에 대해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이 아이들에게 1988년 서울올림픽은 어렴풋한 과거의 한 기억일 따름이다. 우리는 사실 이런 소박한 현실을 쉽게 놓지고 있는건 아닐까. 어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서울올림픽이 초등학교 6학년들(1993년에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아득한 과거이듯이, '왜곡'이라는 낱말의 뜻을 대부분 모르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일본의 역사'왜곡'을 행여 또 다른 형태로 강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문득 아이들과 함께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관련한 수업을 준비하려다 슬며시 그 계획을 전폭적으로 수정했다. 시사 문제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틔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만, 행여 교사인 내 욕심으로 아이들에게 정답을 주입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깃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스스로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되짚어가기 위해서 우선 아이들과 함께 읽고 있는 만화 "맨발의 겐"을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만화속의 이야기들을 현재의 상황과 이어갈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헤아려본다.

또한, 아이들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그들 자신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열어주는 방안에 대해 생각중이다. 아이들이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이 문제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또 해당 분야 전문가 선생님과 함께 만나는 기회를 통해 그 사안들을 정리해가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그 과정을 낮은 학년(1~3학년) 동생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간소한 형태의 책자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현재 나와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은 6학년이다) 직접 일본 또래 친구들에게 이 사안들을 전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정해진 길로 비록 반듯하게 가지는 못하고 여러 시행착오들을 겪겠지만, 재미있게 아이들 스스로가 지혜를 모아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막연했던 역사와 한결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결국 그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과 직접 문제와 부딪히며 실천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겠고...

거칠게나마 위와 같은 수업을 구상해보았습니다.

요즘 아이들과 즐겁게 읽고 있는 "맨발의 겐"을 나누며


올 해 우리 반(6학년)은 장편 만화 ‘맨발의 겐’을 읽고 있다. 사실 이 만화를 아이들과 함께 읽기 전에 망설임이 있었다. 만화를 읽다보면 폭력적인 장면과 발가벗은 사람들의 모습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스스로를 자유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이 읽을 책이라고 생각하니 나 역시 어른(교사)의 잣대로 이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는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예술과 외설을 근엄하게 재단했던 우리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다시 읽어가면서 내가 지니고 있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쟁이 주는 비참한 실상 그리고 그 공간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이 도리어 더 가식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지구촌 곳곳에는 여전히 폭탄이 떨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으며 죽어가고 있다. 또한,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숨 막히는 무한 경쟁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정신은 원자폭탄의 위력보다 강하게 황폐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만화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세상의 진실한 모습과 마주설 수 있다는 것은 소중하다. ‘맨발의 겐’은 세상과 아이들 사이에 놓인 벽을 녹이며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 결국 이런 고민 끝에 ‘맨발의 겐’ 작가가 모색한 희망찬 세상을 어른의 잣대가 아닌 아이들의 시선으로 함께 나누고자 이 책을 아이들에게 소개했다.

역사적 소재를 담아내는 데에는 상당히 부담이 따른다. 이는 역사적 소재 자체가 주는 무게에 짓눌려 현재와 동떨어진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맨발의 겐’은 60여년이라는 시간과 일본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초월하며 지금 현재와 마주설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 힘을 알아본 것은 바로 아이들이다. 처음 책을 소개할 때 염려했던 부분들이 기우였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야기에 한껏 빠진 아이들은 책을 읽어가면서 여러 질문들을 던졌다. ‘이게 실제 이야기인가?’, ‘겐이 살아있는지?’, ‘조선인 박씨는 일본에 어떻게 갔는지?’, ‘비국민은 나쁜 사람인지?’ 등. 아이들은 주인공 겐과 소통하며 자신의 궁금증을 이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역사와 동떨어진 관객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직접 동참하며 새로운 희망을 열어가는 주체적은 존재로 자리 잡아 간다는 생각을 했다.

교류하고 있는 일본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1945년 원폭 직후의 일본 신문을 아이들과 함께 보았다. 비록 일본어라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었지만, 신문에 담긴 사진을 보며 빛나는 아이들의 눈빛이 떠오른다. 바로 이 사진들이 ‘맨발의 겐’에 나왔던 바로 그 상황이라는 것을 말하는 아이들. 이 친구들은 과연 어떤 느낌으로 이 신문들을 살펴보았을까. 아직 우리 반 친구들에게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글로 쓰거나 표현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자칫 즐겁게 책을 읽으며, 스스로 마련해가고 있는 유쾌한 책읽기가 틀에 박힌 독후감용 독서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주인공 겐 이외의 인물들에 대해 넌지시 이야기들을 건네고 있다. 겐의 아버지․어머니, 류타, 가추코, 나추에, 박씨 등을 통해 책 전체를 재구성하며 읽을 힘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지금 현재 우리 반 아이들은 총 10권의 책 중 7권까지 책을 읽었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어떤 생각들을 할까. 또 나는 그 친구들이 조금 더 풍성하게 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무엇을 할 것인가를 두고 행복한 고민 중이다. 맨발의 겐은 현재진행형으로 바로 지금 우리 곁에 살아 숨쉬고 있다. 내일은 맨발의 겐 8권을 우리 반 친구들과 함께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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