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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촌 이구영선생님의 전시회가 오늘과 내일, 이틀 남았습니다.
묵향으로 마음을 깨우는 한 주가 되길 바랍니다.
아래는 도록에서 이구영선생님의 글을 옮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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墨帖을 내면서

선비에게 있어서 글씨는 그 사람 자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예부터 어떤 사람의 글을 갖는 것은 그 사람과 함께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왔다. 글씨를 집에 걸어놓으면 글을 쓴 이의 기운과 생각이 고스란히 배어 나와 그와 더불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여겼다. 서화에 능했던 공민왕을 보라. 고려가 망하고 왕이 죽은 지 오래지만 그의 글씨는 생명보다 길게 살아서 지금까지 남아 있다. 그는 아직도 후손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 이것만 봐도 학문하는 사람에게 글씨가 어떤 의미일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무릇 선비라 함은 제가 아는 바를 자랑하지 않고 말 한마디, 글씨 하나라도 조심해서 세상에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법이다. 내 조부께서는 하잘것없는 것으로 남의 서가를 더럽힌다 하여 책조차 내지 말라 하셨다. 하물며 서툰 글씨를 감히 세상에 내놓을 생각을 하니 송구할 따름이다. 나는 여섯 살 때부터 붓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에는 남의 글씨를 모방하다가 차츰 내 글자체를 갖게 되었다. 주로 구양순체를 모범으로 삼아 글씨를 써왔다. 이제 와서 그간에 써온 글씨를 훑어보니 그동안 무엇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 글씨 속에 다 녹아 있었다. 세상은 물론 나 자신조차 속일 수 없도록 적나라하게 내 삶을 드러내었다. 젊을 때 쓴 글씨는 힘이 있었고, 나이 들어 쓴 글씨는  힘은 다소 약해졌으나 나름대로 무르익은 맛이 있었다.
몇 십 년 동안 써서 처박아둔 것과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써서 나누어준 글씨를 제자들이 하나둘 모아 전시회를 마련하였다. 섣불리 세상에 내놓기 남부끄럽고 민망하기 그지없는 일이나 어리석은 책상물림 한 사람이 세상에 왔다간 표적을 남기고자 과욕을 부리게 되었다. 우리 문화와 한학을 아끼는 사람들에게 단 한 글자라도 여운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일이다.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웃음거리가 될 형편없는 글씨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줄 알았더니 글씨 몇 자 썼네, 하고 웃으며 함께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내 나이와 기력을 감안할 때 붓글씨를 쓰고 전시회를 연다는 것은 참으로 과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문학회가 내게 시간과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글씨를 쓴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제자들과 더불어 공부를 하고 한문을 깨치는 과정에서 나는 붓글씨 한글자라도 더 쓰려는 의욕을 얻었고 먼저 공부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이 글씨들은 이문학회와 나의 공동작품임을 되새기며 제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2005년 仲春에
樂園洞 書屋에서 老村 李九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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