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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역시 문화의 달인 것 같습니다..여기저기에서 풍성한 행사들이 참 많이 열립니다..

많은 행사 중에서도 전시회는 문화적 소양을 쌓기 가장 좋은 행사입니다.
지금 현재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중 그래도 볼만한 전시회를 꼽는다면 먼저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기획전시중인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특별전시인 <거짓과 왜곡>, 북한의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15점을 포함한 고구려 유물 60점 전시되는 고려대 개교 100주년을 맞아 고려대 박물관에서 열리는 <고구려 특별전’(5월 7일∼7월 10일) > , 예술의 전당에서 세계 문화유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영박물관 한국전>, 그리고 간송미술관에서 열리는 <단홍 김홍도전> 등입니다.

그중 일단 약탈한 문화재를 제 것인 양 자랑하며 다분히 돈벌이를 목적으로 열리고 있는 대영박물관 한국전은 조선일보가 주최했기에 일단 제외하고 고구려 특별전은 동아일보가 후원하지만 남북한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회이며 북한이 보유한 고구려 문화재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지만 마감 날짜가 아직 많아 나중에 보기로 하고 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은 워낙 회사에서 가까운 곳이라 언제든 볼 수 있겠다 싶어 요번 주말에 마감한 단홍 김홍도전을 토요일 보러 갔었습니다.

단원 김홍도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전시회가 열리는 간송미술관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아마 아시는 분은 다 아시는 이야기겠지만 간송미술관은 공식적으로는 한국 민족미술연구소 부설연구소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사설 미술관이자 우리나라 최고의 고서화 소장지로서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선생이 1938년에 설립하였습니다.

고서화뿐 아니라 [훈민정음 원본-국보 70호]등 국보급 도서와 [금동계미명삼 존불-국보 72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 같은 도자기, 그리고 [괴산 외사리 석조부조-보물579호], [전문경오층석탑-보물580호] 같은 커다란 문화재까지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러한 문화재를 수집한 분이 바로 간송선생님입니다. 그는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극복하기 위해 민족문화재 수집에 전력을 다하는 실업가며 대수집가였습니다. 아마 보성 중,고등학교 출신이면 설립자였기에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고유섭(高裕燮)과 송석하(宋錫夏)가 유형·무형으로 문화유산을 학술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하며 우리의 뿌리를 잇고자 했다면, 전형필은 개인적인 상속재산을 이용하여 문화재 수집·보호에 심혈을 기울인 사람이었습니다.

간송은 일본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인텔리로서 민족혼을 지킨다는 뚜렷한 목적으로 문화재를 수집하였고 상당한 재산가만이 가능한 민족문화재 수호에 자기 재산을 가치 있게 쓰고자 결심했습니다. 서화와 고서로부터 출발한 그의 수집은 차차 고려와 조선의 도자기 및 기타 불교문화재로까지 확대되었고 그것은 단순히 사적인 취향이나 만족감이 아닌 민족유산 보호의 사명감이요, 하나의 항일투쟁이었습니다.

일예로 간송선생님의 문화재에 얽힌 일화 가운데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 일명 천학매병에 대한 일화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청학매병은 천 마리의 학이 날아가는 모습이 새겨진 고려시대 최고의 청자로서 신창재라는 수집가가 도굴꾼에게 4천원에 구입 후 소장하고 있다가 일본인 수집상인 마에다에 고가에 넘긴 물건 이였습니다. 당시 군수 월급이 80원이엮고 기와집 집한 채가 2천원이면 살 수 있었다고 하니 얼마나 고가의 물건인지는 짐작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간송 선생님은 심보라는 일본 골동품업자를 통해 천학매병의 이야기를 듣고 마에다를 집으로 초청했습니다.
작품을 이리저리 돌아보면서 간송 선생님은 이 물건을 절대 일본인에게 소장하게 할 수 없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마에다상, 그래 어느 정도 쳐주면 되겠어요? ” 마에다는 머리를 굴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불러야 하나. 이 청년은 절대로 값을 깍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흥정이라는 것은 없는 것이 아닌가!’
“2만원.”
“뭐요! 2만원?” 마에다의 말에 놀라 소리친 사람은 간송이 아니라 심보였습니다. 쓸만한 기와집이 2천원 이였으니 10채값을 부른 마에다를 어찌 놀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간송은 처음 그대로의 목소리로 “심보상, 고생하셨습니다. 아직 현금이 덜 준비되었으니, 오늘은 5천원을 드리고, 나머지는 열흘 안으로 치르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어음을 써드리지요.” 바로 말하고 현금을 갖다 주었다 합니다. 물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선친이 물려주신 땅 수백마지기를 급매물로 팔아야 했습니다. 암튼 물건을 판 마에다는 그 다음날 일본 최대의 골동품 대가인 무라카미가 그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했지만 이미 물건은 간송에게 넘어간 후였습니다.

무라카미는 한국에 오자마자 간송을 방문하였습니다. 한참동안 천학매병을 감상하더니 넘겨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묵묵부답인 간송에게 가격이라면 부르는 데로 주겠다며 산 가격의 두 배인 4만원을 제시 했습니다. 간송에게 며칠 만에 엄청난 부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입니다. 간송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뜨며 “넘겨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무라카미상이 이 천학매병보다 더 좋은 물건을 저한테 가져다주시고 이 매병은 원금에 가져 가시지요. 저도 대가를 남만큼 치를 용의가 있습니다.”  
하하하...이것보다 더 좋은 물건이 있으면 너보다 돈 더 많이 주고 사겠다. 그리고 이건 원금으로 주겠다는 응수
조센징이라면 일단 깔보고 돈으로 해결하려는 일본인에게 이렇게 호쾌한 응수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어쩔 수 없다면서 경제개발의 이유로 식민지 국민으로서 겪었던 피해보상까지 아무도 모르게 정부가 변상 받고 그것도 모자라 굴욕적 외교수립을 강행한 박정희 정권과 비교하면 얼마나 통쾌한 모습입니까?

이처럼 어렵게 소장한 문화재가 있는 간송미술관은 성북동 성북초등학교 바로 옆에 있습니다. 한성대입구에서 성북동 방향으로 약 도보로 10분정도 걸어가면 우측에 골목길이 나오고 그 골목길 끝에 입구가 있습니다. 일년에 딱 두 번 5월과 10월 기획전에만 개방하기에 일년에 4주만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입장료는 간송선생님의 뜻에 따라 언제나 무료입니다. 평상시에는 연구위원들이 연구활동시에만 개방합니다.

전시 마지막 주말이라서인지 전시회는 밖에까지 줄을 설 정도로 만 원이였습니다.  아무래도 미술 쪽이라서인지 남자보다는 여성이 두 배 정도는 많았습니다. 20대가 많으며 어머니와 손잡고 온 청소년도 많았습니다.

단원은 1745년 만호 김진창의 증손으로 태어나 일찍부터 천재적인 화가의 소질을 보여 화원이 되었고 정조때 어용화사로 뽑히어 어진을 그린 공로로 후에 연풍 현감까지 지낸 분입니다. 한마디로 당시 화가들의 사회적 위치로 봤을 때 드물게 출세했던 분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단원하면 풍속화가의 한사람으로 알고 있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교과서에서 항상 풍속화만 소개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단원의 숨은 산수화 대작들을 보면 그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피금정>, <영원암>, <주상관매도> 같은 작품을 보면 정말 한국적 산수화의 정형을 보는 듯 합니다.

유홍준 교수님의 스승이라 볼 수 있는 최순우 선생님은 그의 저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단원을 중국 산수화의 본보기를 되그리는 것을 일삼던 당시의 화단 풍조 속에서 산수화를 뚜렷하게 국풍화하여 비로서 풍토감각이 짙은 한국 산수화의 한 정형을 세웠다고 평가하지만 사실 어려운 이야기라 잘 모르겠고 다만 단원의 작품 속에서는 언제난 흥겨운 가락이 있고 특유의 위트와 정감과 익살이 살아있는 한눈에 한국의 모습임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단원의 작품에서 특히 한국적 가락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그의 <씨름> <무동> 같은 작품을 보면 느낄 수 있지만 작품 중 유독 악기를 연주하는 작품(<포의풍류도>,<월하취생도>,<선동취적도>,<단원도>등)이 많다는 점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단원 스스로가 뛰어난 연주가였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다른 사람들의 일기 같은 곳에 단원의 연주를 듣고 감탄한 일을 기록한 것이 여러 곳에서 발견 할 수 있습니다.

단원은 화가이기전에 해맑은 향기를 시인 이였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몇 가지 시조도 그렇지만 어느 겨울 누구에게 적어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은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정말 이런 편지를 다른 사람에게 받는다면 얼마나 기쁠까요?

<< 섣달 눈이 처음 내리니 사랑스러워 손에 쥐고 싶습니다.
밝은 창가 고요한 책상에 앉아 향을 피우고 책을 보십니까? 딸아이 노는 양을 보십니까?
창가의 소나무에 채 녹지 않은 눈이 가지에 쌓였는데 그대를 생각하다가 그저 좋아서 웃습니다....>>

산수화도 훌륭하지만 그리고 아주 사실적인 마치 사진을 찍어놓은듯한 사실화 또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황묘농접-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 이나 <모구양자-어미개가 새끼를 기르다>을 보면 정말 기가 막힐 정도이다. 특히 <모구양자>에서 지 새끼가 노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는 어미개의 표정을 보면 동물의 표정까지 세심히 그려낸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역시 단원의 작품을 대표하는 것은 풍속화임이 분명합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교과서에서 자주 보았던 <씨름>,<무동>,<고누> 같은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한국적 멋이라 부를 수 있는 미묘한 흥겨움을 어느 작가에서 찾아 볼 수 있겠습니까? 또한 작품속의 인물들이 목수, 미장이, 기와장이, 머슴, 도부꾼, 대장장이, 주모, 엿장수, 뱃사공, 어부 등 갖가지 서민들을 정감어린 표정으로 살려낸 능력은 결코 재주만이 아니라 그들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그릴 수 없는 얼굴들입니다.

단원 전문가이자 중앙대 겸임교수이고 간송미술관 연구위원인 오주석 님은 옛그림 감상요령의 두 가지 원칙을 이야기 합니다. ‘옛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 ‘ 옛사람의 마음으로 읽는 것’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무조건 좋은 작품을 자주 , 많이 보는 것이라 강조합니다. 아무리 애국심의 발로로 전통문화를 사랑해야 하겠다고 다짐해도 실제 일상생활에서 접할 기회가 적다면 진정으로 사랑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리라 다짐했습니다.

간송 전형필 선생님 동상 기념글에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문화재는 겨레의 슬기의 맺힘이며 인류를 길이 빛내는 빛이다 ”

문화재로 다가가는 길이 어쩌면 우리의 미래를 열어 가는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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