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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은 저에게 악몽이였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고 직장에서의 회의 시간에는 딴 생각하기 일 수였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앞에 있어도 즐겁지 않았고 먹고 나서도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별것 아닌 작은 일에 짜증을 내고 아무리 재미있는 책을 읽어도 10분 이상 연속으로 읽지 못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웠고 그 두려움의 본질은 그녀에 대한 참을수 없는 갈망이였습니다.
그녀가 저에게 그렇게 큰 의미 였는지 정말 떠나보내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녀를 처음 만나건 고등학생 시절 어느 후미진 골목길에서 였습니다. 그녀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만남의 기쁨은 커녕 알수 없는 불쾌감이 더 솔직한 심정이였습니다.

그 후 나보다 2살 연상이였던 나의 첫사랑과 헤어진 후 저는 그녀와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어쩌면 내가 그녀를 알고 지내고 있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첫사랑에 대한 반발이였는지도 모릅니다. 그 뒤로 감당할수 없는 해방감과 대학 입시 좌절이라는 절망감을 동시에 품고 살았던 재수 시절을 함께 보내면서 그녀와는 더 이상 헤어질수 없는 사이가 되버렸습니다.

학원을 이동해야 하는 단과 학원 시간 사이마다, 어쩌다 찾아간 어두운 음악다방에서도 그녀는 나의 절망감을 이해해주는 몇 안되는 친구였습니다.
그 후 대학시절 신나 냄새 진동하는 동아리실에서도, 최루탄 냄새로 가득한 시위 현장에서도, 쾌쾌묵은 이불 냄새로 숨쉬기 조차 힘들었던 가리봉 어느 닭장집에서도 언제나 나의 고민을 묵묵히 들어주던 그녀였습니다.
그녀가 언제나 제 옆에 있었기에 아무리 힘든 어려움이 닥쳐도 두려움없이 부딛쳐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고 보면 참으로 전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준게 없습니다. 변변한 선물 하나 편지 한 장 전해줘 본 적도 없습니다. 언제나 받기만 했을뿐 그녀의 삶과 저와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적도 한번도 없었습니다. 언제난 저는 그녀에게 이기적이였고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관계로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그저 언제나 제 옆에 제가 손을 내밀면 모든걸 받아주는 존재였습니다.

정말, 정말 결혼과 동시에 그녀와의 관계를 청산 했어야 했습니다. 신혼여행에서 조차 그녀와 속삭였던,
나자신에 대해 최소한 미안함, 이런 남편을 둔 아내에 대한 연민이라도 가져어야 했습니다.
아니 최소한 아이의 아빠가 된 다음에는 정말 그녀를 넓은 세상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저의 가족을 위해, 저만을 위해 언제나 자신을 희생하는 그녀를 위해서라도 놓아 주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그녀를 그녀 자신에게로만 향한 길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듯 익숙해져버린 저의 정신과 육체가 선뜻 동의 하지 못했습니다. 안 보면 불안했고 그녀와 연락 될 수 없을 것 같은곳엔 아예 가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그녀는 저의 모든 부분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느날 문득 그녀로부터 저의 모든 부분이 자유롭지 못한걸 깨달았을때 아내와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녀와 조금만 오랫동안 같이 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이 귀신같이 눈치를 채곤 합니다.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 하면서 다가오다가 저는 느끼지 못하는 왠 낯선 향기 때문에 갑자기 표정이 달라집니다. 그때마다 미안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 다음날이면 그녀의 그 향기에 다시금 굴복하곤 했습니다.

무엇인가 결심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계속 저를 압박해습니다.
그녀와 헤어지지 않는 동안에는 온전히 남편과 아이들의 아빠로서 당당히 서 있을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도 자명했습니다.

결국 저는 3일전 그녀에게 차마 할 수 없는 말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저에게 무엇하나 받은 것 없이 주기만 했던 착한 그녀의 가슴에 “이제는 너 없이 사는게 더 행복할 것 같아 ” 라며 대못을 박고야 말았습니다.
단지 저의 이기심 때문에 말입니다...

그후의 시간은 저에게는 정지된 시간입니다. 저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날을 기준으로 그 뒤로만 시간이 지나갑니다.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들이 오래된 필림을 거꾸로 돌리듯 과거로만 돌아갑니다.

정말 이렇게 힘든것인줄 몰랐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그녀에게 달려가고픈 생각뿐입니다. 지금 이시간도 그녀를 재회하는 상상만이 저의 유일한 생각입니다.
죽음으로서 어쩔수 없는 이별이라면 이렇게 힘들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온통 저의 주변 모든곳에서 그녀와 즐거웠던 추억만 남아있는데, 어찌 이렇게 모질게 관계를 끊어야 한단 말입니까..

슬픔은 남아 있는 사람의 몫입니까? 아니면 떠나가 버린 사람의 몫입니까?
아니 모든 만나고 헤어지는 인과의 부산물로서 서서히 희미해지는 흉터같은 것입니까?

제가 이렇게 부끄럽게 제 이야기를 늘어 놓는 이유는 누구에게라도 이야기 하지 않으면 다시금 익숙함에 굴복해버린 초라한 제 자신을 또 만날까 두려워서 입니다. 여러분 저에게 용기를 주세요..
그리고 여러분중 어디선가 그녀를 만나게 되면 그동안 정말 즐거웠다고 행복했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나이를 많이 먹고 정말 죽기전에 그녀를 만나고 싶을때 다시금 내 옆에 네가 앉을 수 있도록 언제나 자리를 비워두겠다는 저의 공허한 약속을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녀를 어떻게 알아보냐구요?

아마 여러분도 만난적이 있을겁니다. 아니 최소한 본적이라도 있을겁니다...

그녀의 이름은 참으로 이쁩니다.


그녀의 이름은 ‘ 담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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