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세월의 두께만큼 묵직한 울림을 주는 세한도에 담긴 추사의 엄정했던 생애와 사상을 오랜만에 마주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묵향에 스며든 농담(濃曇)처럼 숨김없는 삶의 흔적으로 남은 당대 지식인의 녹슬지 않은 결기와 정신을 만나는 일은 시대가 어두울수록 더욱 소중한 성찰의 계기를 던져주곤 합니다.
님의 글을 읽는 내내 우리시대의 절실한 과제와 지식인의 초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실용과 감각을 이야기하며 지극히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되어 발빠른 변모에 능한 것을 자신들의 입지로 자리매김 해가는 무늬만 개혁인 사람들.. 철학의 빈곤을 스스로 드러내며 생생한 역사경험을 먹칠하며 자기부정을 일삼는 이른바 뉴라이트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 그럼에도 여전히 흔들림없이 멀고 험난하지만 아름다운 공동체를 일구어내고 경작하기 위해 가시덤불을 헤치며 억압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살아있는 양심들..

입체사진들처럼 부딛치고 겹쳐지는 많은 생각들을 갈무리하며 도저히 공명할 수 없는 도드라진 편향에 마음이 불편하여 조심스럽게 반론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추사 선생의 세한도와 대통령의 편지에 담긴 정신과 고뇌의 깊이를 나란히 천착하는 것은 그 우열에 있어서 다름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쓰여지고 구상된 입장과 처지가 근본에 있어 나란히 놓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추사의 세한도는 님께서도 언급하셨듯이 모든 권력과 속향을 기대할 수 없는 그야말로 세상과 철저히 유리된 변방(유배지)에서 담금질하여 빚어낸 작품이고, 대통령의 편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필요에 의하여 그것도 현재진행형으로 권력의 핵심(그것이 양적으로 소수권력이든 아니든 본질에 있어 권력의 정점임에는 분명하므로)에 있는 사람의 구상이라는 점에서 그 고뇌의 깊이와 시대정신을 교차시키는 것은 어쩌면 추사선생의 견결한 정신과 사상을 아전인수 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가 염려됩니다.

물론 저는 노사모의 대통령 사랑과 님의 진정성을 존중합니다.
아마도 님께서는 참여정부의 의미있는 개혁작업이 기대만큼 진전되지 못하고 산적해있는 여러 과제들 앞에 수구세력의 근거없는 태클이 반복되는 답답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힘을 실어주고 싶은 절실함에서 이러한 논지의 글을 쓰시게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조금도 대통령의 고뇌의 깊이나 문제의식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님의 동정어린 시선이 보편적인 공감을 얻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은가 싶어서 몇가지 다른 생각을 나누어보고 싶어 조심스레 펼쳐 보입니다.

우선 대통령의 연정 발언과 관련된 정당과 언론, 그리고 시민사회의 반응을 하나로 묶어 어느 세력도 대통령의 진심을 읽어주지 못하고 대안없는 비판만 일삼는다며 섭섭함을 드러내신 대목과 관련하여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제도권 정당과 수구언론들에 대한 비판은 일면 동의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할지라도 사회의 진보와 변혁을 추구하는 눈밝은 언론과 대안 정치조직, 시민사회의 생산적인 비판마저 마타도어로 받아들이는 관점은 분명 협소하고 편향된 것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대통령이 우군이 없어서 외롭다는 고백은 진솔하기는 하나 책임있는 국정지도자의 덕목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가령, 청와대가 "절해고도"라서 고독한 지도자의 처연함을 느낀다 하셨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정착시켰다는 그간의 자랑은 공염불이었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단면일 수도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노무현대통령의 가장 훌륭한 이력으로 권위주의의 청산을 강조해온 점을 상기한다면.....권위주의가 물러간 자리에는 좋은 사람이 들어서는 것이 동서고금의 이치가 아닐까요?

다음으로 제가 동의하기 어려웠던 견해는 심지어 열린우리당마저 대통령의 고뇌와 진심을 몰라주고 집권당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안타깝고 따라서 가능하다면 한나라당까지 끌어안는 연정구상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며 그 책임을 모두 대통령 이외의 정치집단에 돌리는 "네탓이오" 관점입니다.
열린우리당의 혼재된 입장 차이에 따른 여러 분화된 정치행태는 창당초기부터 배태되어온 내부색깔로서 끊임없이 지적되어오던 모습으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것이고 더구나 대통령 자신이 창당과정에서부터 가장 깊숙히 발딛고 서있는 토대인데 그 책임을 당의 다른 주체들에게 일방적으로 돌리는 것은 엄연한 당원으로서 스스로 무책임함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고뇌의 진정성을 오롯이 신뢰할 수 없는 몇가지 중요한 사건들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그 사안들은 개별적으로 분리된 사안들이 아니라 대통령의 철학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관점)을 담고있는 내용들이서 일부 오류나 실수 혹은 불가피성으로 해명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님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첫째, 노무현대통령은 집권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노동자 민중의 절실한 요구를 좌절시키는 데에 복무해왔다는 사실입니다.
생존의 벼랑에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려했던 "배달호 열사" "김주익 열사" 등 동료를 목숨처럼 사랑했던 그 분들이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손배.가압류와 노동운동 탄압에 맞서 외롭게 싸우다 서럽게 죽었을때,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며 죽어갈 때..대통령은 그들을 향해 "죽음으로 목적달성을 하려는 투쟁방식은 설득력이 없다"는 망언을 쏟아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대통령에게서 저는 도저히 가슴깊은 고뇌를 읽을 수 없습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전체노동자의 10%만이 자신의 권익을 대변해줄 노동조합을 갖고있음)밖에 안되는 나라의 대통령이 집권초기부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동귀족 운운하며 노동운동 위축시키기에 앞장선 사실...(현실적으로 노동조합의 관료화 또는 부정부패 만연 등등의 문제를 비켜갈 순 없지만 그것이 대통령의 입에서 더구나 전경련 회합에서 마녀사냥 식으로 운위되는 것은 아무리 양보해도 노동자 민중에 대한 애정이 담긴 발언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전체 노동인구의 절반이상이=840만명의 노동자가 불안정한 노동을 강요받는 비정규 노동형태를 철폐할 것을 절규하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부 장관과 당을 앞세워 비정규직 확대법안을 강행하려는 정부의 대통령, 아예 이참에 노사관계 로드맵을 밀어붙여 주된 노동시장을 비정규직으로 채워버리려는 의도를 포기하지 않는 청와대의 대통령..

이라크 파병문제는 또 어떻습니까? , 부안에서의 민주주의 압살은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까?..제가 아는 부안 사람은 그날 오월광주의 공포를 소름끼치게 느꼈다고 합니다.
........ 이 모든 과정과 정책들을 그저 한나라당 탓으로만, 혹은 불가피성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지..? 저는 고개를 젓고 싶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저는 손태호 나무님께 아주 조심스러운 바램을 전합니다.
님께서 진정 개혁을 열망하시고 참여정부의 성공을 염원하신다면.. 또한 대통령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간절하시다면 대통령의 고충토로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대통령에게 민중의 절실한 요구가 무엇인지 사회적 진실을 전하는 용기가 더욱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옛선비들이 목숨을 건 상소를 올리는 것을 지고의 양심으로 품고 지녔듯이.......

저의 갑작스러운 댓글이 님의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았기를 바라며 님에게 언짢은 마음을 얹어드린건 아닌지 염려됩니다.
지리한 장마의 끝자락에 시원한 바람 한줄기 님의 가정에 찾아 들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싱싱한 건강이 함께 하시길 기도하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825 [re] 내일은? 임윤화 2003.04.17
2824 [re] 노동대학과 지하철 신정검수지회는 따로 단체접수합니다. 1 정연경 2003.06.03
2823 [re] 녹두장군- 김남주 김동영 2007.02.25
2822 [re] 녹두장군- 김남주 권풍 2007.02.26
2821 [re] 녹두장군- 김남주....를 읽고나서 조원배 2007.02.25
2820 [re] 논어 해설서 추천 부탁드립니다. 2 이종훈 2009.03.07
2819 [re] 누님 소식이 궁금했는데..건강하시지요? 1 신현원 2006.09.08
2818 [re] 다 좋은데...늘 느끼는 아쉬운 것 한가지! 1 조원배 2005.07.19
2817 [re] 다른 생각 - 네번째 조원배 2006.09.05
2816 [re] 다른 생각 - 두번째 2 조원배 2006.09.02
2815 [re] 다른 생각 - 세번째 조원배 2006.09.04
» [re] 다른 시선, 다른 생각..그러나 만날 수 있는 그곳을 향해 8 신현원 2005.07.12
2813 [re] 다만,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5 혜영 2005.11.19
2812 [re] 다시 가입하세요 뚝딱뚝딱 2004.11.28
2811 [re] 달력남은 것, 있나요? 서경민 2004.03.09
2810 [re] 달빛 산행을 망친 죄를 고백합니다. 미해 2004.02.08
2809 [re] 답글 확인 했습니다.^^ 김동영 2006.09.13
2808 [re] 답변 그루터기 2007.09.05
2807 [re] 대구 번개후기 조진석 2004.06.04
2806 [re] 대구경북나무님들을 찾습니다 1 활력소 2003.06.08
Board Pagination ‹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