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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나릇함을 제쳐두고 오늘은 고려대학교 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전부터 마음먹었던 ‘고구려 특별전’을 보기 위해서 입니다. 이번 특별전에는 ‘조선중앙 력사박물관’에서 보내준 북한이 소장중인 고구려 유물 60점이 함께 전시되는 행사이기에 꼭 봐야지 마음만 앞세우다가 마지막 날인 오늘에서야 가까스로 몸을 움직였으니 나의 귀차니즘의 끝은 어딘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 날 이여서인지 사람들은 붐비었고 붐비는 사람을 피하고자 3층 고미술 전시실을 둘러보다가 좋은 작품들을 보게 된 것은 행운 이였습니다.
3층에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모습으로 관람객을 반기듯이 서있는 국보 249호인 ‘동궐도’를 비롯하여 단원과 겸재, 심사정, 이인상의 주옥같은 작품들 뿐 아니라 추상같은 기품을 내뿜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도 보 수 있었습니다.

추사 김정희 의 글씨를 보는 순간 갑자기 우리 지역 노사모 사랑방에 걸려 있는 ‘세한도’가 생각났습니다.  

저는 누가 그곳에 비록 복사된 ’세한도‘를 걸어 놓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냥 무심히 흘려 보았던 그림입니다. 대통령의 연정에 대한 편지를 읽고 금요일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기 위해 사랑방에 가서 그 그림을 다시 보게 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세한도’에 대해서는 다 아시겠지만 제 느낌을 조금 공유하고자 조금 설명을 하겠습니다.

‘세한도’는 넓은 종이에 단지 나무 네 그루와 집 한 채가 고작이며 나머지 공간의 텅 비어 있어 휑해 보이는 그림입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지나간듯한 텅 빈 느낌은 절해고도의 유배지에서 홀로 버려진 김정희가 매일 접해야 하는 현실이며 전체적으로 묵이 충분치 않게 마른 붓으로 그려낸 모양새는 당대 최고의 명필로 인정 받을 때 그의 작품 하나를 얻어 가고자 문전성시를 이루었을 시기의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돌아가고 외면하는 그저 늙은 몸 하나만 남은 자신의 메마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느낌은 그림 왼쪽에 있는 그림을 그리게 된 연유를 적어놓은 화발을 읽어보면 더욱 명확해 집니다.

간추려 설명을 드리자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아 궁형(불알을 썩히는 형벌)을 받고도 세상 사람들의 조롱을 견디며 불후의 명작인 ‘사기’를 완성한 불굴의 선비인 사마천의 문장을 인용하며 사마천이 그러했듯이 자신의 유배생활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새겨져 있습니다. 또 세상인심의 비정함과 자신의 유배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 슬프다고 마지막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한도’에는 그런 역경을 견뎌내는 선비의 견정한 정신과 의지가 있습니다.
허름한 집을 잘 살펴보십시요. 반듯하게 그어진 묵선은 굳건하며 오히려 차분하며 단정합니다. 외양은 조촐하지나 남들이 보던 안 보던 자신의 집을 꿋꿋이 지켜나가겠다는 의지가 도도히 흐르고 있습니다.

바로 고금천지, 한자 문화권을 통틀어서도 일찍이 본적이 없는 저 강철 같은 추사체의 산실이 바로 여기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곳에 초라함이 어디에 있으며 자기 연민이 어디에 있습니까? 세상인심과 권력이 뭐라해도 역사 앞에서 당당한 오직 나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추상같은 의지만 있을 뿐입니다.

즉 ‘세한도’는 추운겨울로 상징 되어져 있는 ‘염량세태’의 모질고 험악한 세상에 대한 분노와 그와 같은 세상에 대해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선비의 단호한 정신, 제자에 대한 고마운 정, 허망한 바람까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정신이 녹아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세한도’가 문인화의 정수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7월 5일자 국민에게 드리는 편지는 연합정부론에 대한 구구한 시빗거리를 떠나 근본적으로 책임 있는 정치를 꾸려나가지 못하는 정치권과 그것을 조장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문제는 여소야대 구도로는 국정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국회와 정부, 여당과 야당이 부닥치는 일이 많다 보니 생산적일 수가 없습니다. 생산적인 정치를 위해서는 무언가 대안이 나와야 합니다”

즉 힘없는 대통령의 흔들기로 인해 개혁이 정체되고 좌절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씁쓸함과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연정을 통해서라도 책임 있게 국정을 이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계십니다.

참 슬프기 그지없습니다.
절해고도 같은 청와대에 계시면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시비를 거는 야당과 언론, 그 책임을 같이 나누어야 할 집권 여당의 무능력에 얼마나 고뇌하시는지 알것 같습니다.

일개 대학교 총장까지 대통령에 반기를 들고 행당도 문제에서도 보듯이 이유가 어떤지간에 대통령을 물어뜯어 상처를 내고자 하는 모든 세상인심에 대해 무척 처량한 분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한나라 당에게도 권력을 나누어져야 원활한 국정운영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까요. 참으로 열린우리당 당원의 한사람으로서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에게는 국회해산권이 없습니다. 국회가 ‘각료해임건의안’을 제시해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어 국정이 제대로 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노 대통령은 미국의 여소야대를 예로 들어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는 당적통제가 아주 강하고 자유투표가 거의 불가능해 미국처럼 대통령이 개별 의원을 설득하거나 협상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법도 고치고 정부를 통솔해 경제도 살리고, 부동산도 잡고, 교육문제와 노사문제도 해결하라는 요구는 ‘정상적’이 아니라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입니다. 노 대통령은 “비정상적인 정치를 바로 잡아야 국정이 제대로 될 수 있다”고 말씀했듯이 지금의 ‘염량세태’한 한국 정치의 현실이 비이성적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통령께서는 역시 이 모든 어려움을 잘 극복하시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하셨습니다. 바로 연합정부론이 그거입니다.
가진 권력을 나누어서라도 책임정치와 국정 혼란을 막아 보고자 하는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무한 책임감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러나 예상은 했지만 언론과 야당들에 비판은 그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단순 공학적으로 이해득실을 따지는 부류는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바로 비정규직법안을 가지고 협상하려는 민노당이 바로 그런 입장입니다.
하지만 민노당도 노무현정부를 신자유주의 정부로 낙인 찍어놓은 상태에서 연정으로 가기는 조직 논리상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국민에게 딥입팩트 실험하려는 거냐고 비이성적 모험주의로 몰고 있는 민주당이나 특유의 병이 도진 것이라고 대통령을 환자 취급하는 한나라 당에 비하면 나은 편입니다.

언론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감 상실이니,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한 전술이니 하는 정치 공학적인 계산에만 치우쳐 있습니다.

대통령의 글이 한국 정치의 후진성에 대한 비참한 심정과 분노, 그래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국민에게 드리는 편지라는 형식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국민에 대한 미안함과 한없는 책임감 그리고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맡음바 소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이해하기가 그렇게 어렵단 말입니까?

‘세한도’ 오른쪽 위에 보면 화제를 보면 ‘추운 그림일세, 우선(藕船) 이 이것을 보게, 완당’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완당은 김정희 이고 우선은 제자 이상적입니다.

자신의 유배지까지 매년 중국에서까지 가서 마련한 책들을 자신에게 보내준 제자 우선 이상적 에게 감사의 마음을 그려 보낸 그림입니다. 늙은 소나무 옆에 곧은 젊은 소나무를 보면 알수 있지만 화발에서 공자의 문구를 인용하면서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며 늘 한결같은 제자의 마음 씀씀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림을 받은 제자 이상적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이상적은 <세한도>를 받아보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간략히 소개하면 “ <세한도> 한 폭을 엎드려 읽으매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어찌 제 분수에 넘치는 칭찬을 하셨으며......참으로 과당하신 말씀입니다.”

스승의 글과 그림을 엎드려 읽으며 스승의 쓸쓸함과 고뇌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어 눈물로 읽어내는 제자의 막연함에 저 스스로 숙연해 집니다. 마치 이상적의 막연함이 제가 대통령을 편지를 읽고 느끼는 처량함과 비슷했을 것 같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세한도> 오른편 아래 구석에 한 문장이 찍혀 있습니다. 아마 제자 이상적이 찍어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문은 ‘장무상망(長毋相忘)’ 입니다. 2천년 전 중국 한대의 막새기와에 찍혀있는 명문인데 금석학에 조예가 깊었던 이상적이 스승에게 받은 그림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장무상망 ‘오랫동안 잊지 말기를!’ 이 얼마나 가슴 벅찬 글귀입니까?
각박한 세상에서 그 누구에게 ‘영원히 서로 잊지 말자’는 맹세를 받는다면 얼마나 가슴 뭉클하겠습니까?

우리 국민 모두가 대통령의 슬프디 슬픈 편지를 받고 한없는 처량함에 몸둘바를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굳은 의지를 오랫동안 잊지 말고 온갖 어려움과 역경을 딛고 개혁과 통일의 그 가슴 벅찬 그날까지 잡은 손놓지 말고  열심히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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