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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일상의 자리를 떠나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나날들이다.

지리하게 활주로에 대기하며 이륙을 준비하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김용석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튀고 뜨지 말고 날아보자'

활주로를 길게 내닫아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행기의 원리는 고스란히 사람살이와도 일맥상통한다. 순간적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일상에서 우리는 튀고 뜰 생각은 했지만, 정작 그 상황 자체의 근본적인 원인을 성실하게 조감하며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비행은 하지 않았다던 말씀이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활주로를 길게 내달리는 그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름다운 풍광뒤에 드리워진 굴곡많은 제주도에 올 때 책 두어권을 가져왔다. 사실 책은 폼인 듯싶다. 책을 읽기보다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읽을 수 있는 너른 안목이 더 좋을텐데.. 여행이란 필연적으로 차창밖으로 바삐 지나가는 풍경을 스치듯 바라보는 한계가 있다. 물론 그 한계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건 그 고장 사람들과의 만남이 아닌가 싶다.

군제대 후 3년 동안 과외를 했던 동생 가족이 삶의 터전을 제주도로 옮기는 덕분에 낭만적으로 다가설 제주도가 구체적 삶의 공간으로 나에게도 다가왔다. 팬션을 운영하시기에 나도 가끔 일을 도와드리는데 그럴 때면 참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어제만 해도 경우없는 젊은 연인들을 안내하는 나를 제주 촌놈(?)으로 무시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말과 태도가 바뀌는 사람들의 모습이란.. 무엇보다도 이젠 방학마다 한 번은 들려 이 곳 마을에 계신 분들과 최소한의 안면이 생겨서 좋다. 최소한 그 분들이 건내시는 말씀 속에는 삶의 진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발의 광풍이 휩쓸고 있는 제주의 상황에서 그 관점이 나와 다른 면도 적진 않지만 질펀한 삶이 배어있는 그 말씀을 함부로 재단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참 오랜만에 한라산에 안겼다. 산에 오른다고 하지 말고 산에 안긴다거나 들어간다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을 새기며 한라산에 다녀왔다. 정상인 백록담을 정복하려 빠르게 돌격(?)하는 것이 아니라 찬찬히 산책 겸 해서 발길을 옮겼다. 반갑게 노루도 만나고 안개비와 햇볕이 수시로 바뀌는 변화무쌍한 한라산과도 마주설 수 있었다.

'더불어 숲' 이 공간을 통해 알게 된 문용포 선생님과의 만남도 이번 여정에서 결코 빼어놀 수 없는 만남이다. 아이들과 함께 한라산 생태교실과 어린이 오름학교를 오롯이 펼쳐가시는 제주참여환경연대의 머털도사님을 뵈면서 기분이 참 좋았다. 서귀포도 아니고 문용포라며 넉넉하게 당신을 소개하시며 만남을 갖게 된게 벌써 4년이나 지났다. 이름없는 풀꽃들과 마주서는 방식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자세를 말이 아닌 직접 행동으로 일깨워주신 고마운 분.. 이번 여정에서는 공교육에서 아이들과 마주서는 방식 그 자체를 다시 되짚어볼 수 있는 말씀을 나눠주셨다. 또한, '제주역사기행'의 저자 이영권 선생님 댁으로 함께가서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까지 챙겨주셨다. 또한 그 자리에서 만난 제주도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과의 소통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답사를 마치시고 피곤하실 터인데도 반갑게 손수 차를 내어 주시며 두런두런 말씀을 나눠주신 이영권 선생님의 배려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듯싶다.


바쁜 일상속에서도 잠시 그 일상의 궤도에서 벗어나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 또 다시 움츠렸던 생활의 리듬을 되살리며 지내는 힘을 받는 듯싶다. 이젠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갈 예정이다. 방학은 방학답게 보내자는 것이 이번 여름 방학의 목표다. 이제 스스로 세운 다짐을 차근차근 실천하고자 또 다시 가방을 동여매고 천천히 길을 떠나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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