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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 지나고 말복도 지났습니다.

퇴근길에 내린 저녁 어스름이, 환할 줄 알았던 거리를 점령한 모습을 보고서야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겨 보았습니다. 며칠 지나면 처서이고 절기도 어느새 가을 채비를 하고 있네요.

벌써부터 가을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여름에겐 굉장히 서운하게 들릴 듯 하여 내심 굉장히 조심스러워집니다. 냉방시설이 워낙 잘 갖춰진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여름 무더위의 본때를 제대로 보여줄 틈도 없었는데 사람들은 가을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여름으로서는 필시 그럴 것입니다.

매미는 나무 끝자락에 매달려 수년간의 기다림 끝에 만난 이 여름 축제에서,
살수 있는 날 보다 수백 배 더 긴 세월 동안 참아온 정한을 다 쏟아 내지도 못하였는데, 잠자리는 아직도 제 짝을 찾지 못하고 저 머리 위에서 홀로 비행하며 헤메이고 있는데, 귀제비는 떠나야 할 머나먼 남쪽 나라도 정하지 못하고선 제 가족 이끌고 처마 밑 둥지에서 재잘거리고 있는데 사람들은 너무도 일찍 이 여름의 존재를 외면하려 하는 듯 합니다.

아직 여물지 않은 나락들의 튼실한 성장을 위해서, 가지 끝에서 위태롭게 매달린 떫디 떫은 감들의 빛 고운 빠알간 홍시로의 변신을 위해서, 이제 막 꽃 봉우리 터뜨린 둑방길의 여름 꽃에 벌과 나비가 깃들기 위해, 아직은 여름  햇살의 그 강렬함이 절실한 때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비 개인 하늘의 그 창연한 푸르름 사이로 포탄처럼 퍼 붇는 햇살의 포화 가득한 거리에 서있고 싶은 마음을 버릴수 없습니다.

계절과 자연의 관계가 이렇듯 나는 당신을 계절 삼아 피고 지고, 생성하고 소멸하고, 다가섬과 떠남을 아는 꽃으로, 열매로, 철새로 살고 싶습니다.
당신 또한 여름처럼 사랑하고 가을처럼 풍성하며, 겨울처럼 반성하고 봄 같은 수줍음으로 나를 맞이하여 주실 것을 믿습니다.

당신 맘속에 있는 가을 기다림의 간절함은 알지만 계절은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살며시 곁에 다가와 있을 것을 확신하기에 부산스러운 법석을 떨며 가을을 준비하기보다 아직은 건강한 여름나기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항상 강건하시기 바라며 이만 각필 하겠습니다. 좋은 한 주 되시길.......



몇년전에 J에게 보냈던 편지글을 일기장 뒤척이다가 발견하고는 여름 끝나가는 이 무렵에썼던 글이라 올려 봅니다. 건강한 여름나기 마저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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