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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뻐근해지는 좋은 글을 잘 읽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 이름이 '난곡(蘭谷)인데 우리 마을에도 폐지를 주워모아 생계를 이어가시는 할머니들을 자주 뵙게 됩니다.

그런데 늘 마음이 가는 만큼 몸도 함께 움직이지 못하여 할머니들 손수레 한번 성심으로 밀어드린 기억이 거의 없어 글을 읽는 내내 부끄럽고 죄인된 심정으로 눈앞이 흐릿했습니다.

제가 할 줄 아는 일이란 고작 폐지를 차곡차곡 접어 골목에 내놓는 것과 마을 안 길을 지날 때에 폐지를 쌓아놓은 곳에 아무 생각 없이 가래침을 뱉어내는 사람들을 향해 혼잣말로 "썩을 놈들!" 하고 쏘아붙이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얼마 전에 어머니께서 런닝구 갈아입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살가죽이 달라붙어 윤택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이 쭈글쭈글해진 눈물겨운 어머니의 젖무덤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저리도 왜소하고 안스럽게 야윈 저 젖으로 일곱 자식을 보듬어 키우셨을 어머니의 생(生)이 송곳처럼 아프게 가슴을 파고 들었습니다.

공단거리의 두분 할머니나 이곳 난곡에서 폐지를 모으시는 할머니들도 모두 그렇게 자식들을 기르시고 세상의 밭을 한고랑 한고랑 일구셨을테지요!

그분들에게 우리 사회가 드릴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가 이른바 복지라는 이름을 달고 시행되고 있음을 주목하게 됩니다.

최근에 제가 몸담고 있는 사회당에서 "한국사회의 빈곤현황과 쟁점들"을 주제로 간담회 형식의 포럼이 있었습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들을 모두 언급할 순 없지만 선배님의 글을 읽으며 또렷이 기억나는 사안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한계와 현실사이의 극명한 거리입니다.
이른바 최저기준으로 제시된 기초법의 입법취지와 아직은 너무 멀기만한 수급자 선정기준에서 수급대상자의 제한에 이르기까지 절박한 빈곤의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를 다시한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 채널을 통해 들어보면 바로 두분 할머니 처럼 폐지를 모아 생계를 이어가시는 분들의 경우 대부분 혼자 사시는 노인들이 많은데 절대적 빈곤의 그늘에서 힘겨워 하시는 그분들마저 기초생활 수급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 까닭은 궁색하게도 이른바 '부양의무자 기준'이란 것이 지나치게 형식적 기준이어서 실질적인 동거여부와 무관하게 단지 서류상 자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수급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이지요.

아무튼 시장의 실패와 더불어 끊임없이 확대되고 양산되는 빈곤의 문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소극적 방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생존의 권리라는 인간 존엄의 근본적 과제를 각인시키는 절실한 물음이 되어 우리를 흔들어 깨우고 있습니다.

인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글을 만날 수 있어 이렇게 그동안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생각들을 꺼내어 햇빛에 말리듯이 여러 나무님들 앞에 열어놓고 공명(共鳴)을 희망하며 두서없이 글을 올립니다.

"숲길을 지나니 덩달아 내 키도 커졌더라"는 시인의 말처럼 숲은 저에게 늘 더불어 깊어지고 더불어 넓어지는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숲에는 그리고 세상에는 참 좋은 삶의 스승이 살고 있음을 믿을 수 있어 마음 든든합니다. 김무종 선배님 좋은 글 거듭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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