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 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 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해협의 산뜻한 보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어부들의 찢어진 어망이 눈에 띌 뿐이다.
왜 나는 자꾸
40대의 가난한 처가 추욱 처져
걸어가는 것만 이야기하는가?
처녀애들의 젖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
나의 시에 운율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두 번째 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 브레히트,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 * *
전쟁이다, 태풍이다, 쓰나미다 하며
세상에 큰 재앙이 닥칠 때마다
신문이나 텔레비젼 뉴스를 통해 전해 듣는 참사 소식.
그리고 늘 확인하게 되는 한가지 사실.
언제나 가장 어렵게 살아가는, 아니 견뎌내는
다수의 사회적 약자들이 누구보다 가장 큰 피해를 입고
가장 큰 고통을 겪고, 가장 가혹한 불행을 겪는다는 것.
아직도 우리는
절대 다수의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위를 지키며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부끄러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 내가,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2005. 9. 4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