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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5.10.04 22:56

가난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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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잠깐 비춘 가을해를 맞으며 급한 손님맞이를 했습니다.
잊고 있었던 일이기는 했지만, 온다는 손님 거부하거나, 모르는체 할 수 없어
하던 일을 정리하고,  전화로 길 안내를 해주고, 약속장소에 먼저 나가 업무적인 일을 몇가지 확인 했습니다.

오늘 온다고 한 손님은 교육방송에서 진행하는 "0700 효도우미" 프로그램의 제작자들이었습니다.
몇달전  작가 한분의 부탁으로 기본 서류를 보내고,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로 인해 나는 자연스럽게 그 일은 잊고 내 일에 열중해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연락이 왔다.

조금 당황스럽고, 경우가 아닌것 같아 취재를 거부할까 하다가.
내가 한발 양보하면 우리지역 수혜자 한분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정중하게 그 사람들을 안내 했다.

김** 할머니는 슬하에 3남매가 있으나,
큰아들은 연락이 두절된지 언제인지 기억도 없고,
딸 하나는 40의 나이가 넘었지만 이혼녀이고 생활 또한 넉넉히 못해 어머니에게 기대야 하는 처지이고,
막내는 30대 중반에 정신질환자로 정신과 입,퇴원을 반복하고,
할머니도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정신장애 진단을 받을 만큼 반듯하지 못하시고,
정신병을 앓는 아들로 인해 주위에서 방도 빌려 주지 않아
옛 교회 허름한 사택에 겨우 사는 이 할머니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낮은 자세로 손님을 맞았다.

PD의 간단한 면접이 있은 후
2시간의 촬영이 끝났다.
수고했다는 의례적인 격려의 인사를 나누고, 저녁식사 얘기를 꺼내자 다른 일정으로 그냥 헤어지기로 했는데,
그러면서 언제쯤 방영이 되냐고 물었더니
PD 양반이 그림이 좋지않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없어 보이고, 시청자들에게 동정을 불러 일으켜야 하는데,
할머니는 냉장고도 있고, 장농도 있고, 고생한 흔적 없이 웃는 얼굴이라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사투리가 심해 해석도 안되고,,,.

모두가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이 땅에 가난의 기준이 무엇인가?
가난한 사람은 웃는 얼굴이면 안되고, 기본적인 생활용품인 냉장고와 장농이 있어도 안되는가?
방영되는 그림이 잘 나와야 가난한 사람인가?

그렇다면 할머니께 두시간씩 중노동이나 시키지 말지.
설사 방송이 된다 하더라도, 그 날의 그 찜찜함은 아주 안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을것 같다.

그래도 나는 소망한다.
방송이 되어서 할머니께 좋은 일이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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