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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저물어 가는 지금 북경은 완연한 초겨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상해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다 올라 왔는데, 그 짧은 며칠 사이에도 날씨가 많이 변해 있더군요. '북경은 봄과 가을이 일주일씩 밖에 없다.'는 농담이 몸으로 느껴지는 요즘 입니다.

어제 저녁은 퇴근하고 집으로 그냥 들어가기도 허전하고 해서 아파트 정문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양꼬치 구이 파는 곳에서 혼자 맥주도 마시고 양꼬치도 먹고 하다가 들어 갔습니다.

옛날 학교 다닐때 생각이 났지요.

우리학교 북문 밖으로 길에서 양꼬치 구이를 파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손님들은 길가에 흩어져 있는 작은 의자에 빙 둘러 앉아서 막 구워진 양고기를 먹으며 맥주를 마시기도 했는데, 학생들도 저녁때면 그곳에 삼삼오오 모여 공부 얘기도 하고 사랑 얘기도 하면서 시간들을 보내곤 했지요. 우리는 외국인 유학생들끼리 몰려서 곳잘 그곳을 가곤 했는데, 많이 먹을때는 한사람당 30~ 40개씩 되는 양꼬치 구이를 먹기도 했지요.^^

그러던 길가의 양꼬치 구이 판매상들은 90년대 말, 양고기를 구우면서 발생되는 석탄 연기가 공기를 오염시킨다는 북경 시정부의 판단에 의해 다 철수를 했지요. 돈이 있는 사람들은 가계를 열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식당 한켠에 조그맣게 꼬치구이 자리를 얻어서 고기는 안에서 굽고 판매는 바깥으로 하는, 지금식으로 얘기하면 '테이크 아웃 양고기'식으로 판매를 했지요.^^

한데, 요즘은 길에서 고기를 구워파는 사람들이 하나둘 다시 등장을 했습니다. 판매를 위해서 근처의 공안들과 눈물겨운 거래가 있었겠지만... 2008년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어쨌든 또한번의 철퇴를 감수해야 하겠지요.

어제 제가 꼬치구이를 먹은곳은 장사하는 분들이 다들 조선적 동포들이시더군요.

94년, 제가 막 중국을 갔을때나 지금이나 양꼬치 구이는 여전히 0.5원이었습니다.^^

꼬치구이 판매도 그때와 지금은 참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물론 어제 제가 꼬치구이를 먹은곳은 제 학교앞과는 다르게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는 차이는 있겠지만, 양꼬치로 일원화 되어있던 메뉴는 소꼬치 구이, 닭똥집, 명태, 소힘줄 등으로 다원화 되고 어제는 새롭게 '삼겹살 꼬치'라는 메뉴가 등장해 있더군요.^^

아저씨 말로는 작년부터 이 삼겹살 꼬치구이 판매를 시작했는데 특히 한국 사람들로부터 반응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아파트로 배달도 된다면서 한글로 적힌 명함도 주시고, 양념용 고추장을 '소스'라고 명명하는 그 글로벌한 감각까지...^^

아무튼 장족의 변화더군요.(그런걸 '발전'이라고 명명하기는 좀 싫고 ...^^)

그저께 제가 있는 이곳 왕징의 아파트에서 한국인 고등학생이 조선족 과외교사에게 살해 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안봐도 상황이 눈에 확 펼쳐져 보이더군요.

학생은 가정교사의 어눌한 한국어를 짜증내다 더 나아가 그 가정교사의 인격까지 무시했을수 있고, 가정교사는 어머니와만 함께 나와있는 한국인 기러기 가정에 본능적인 견물생심의 충동을 느꼈을 테고...

95년도였나? 함께 방을 쓰던 미국인 친구와 술을 마시다 잠깐 그런 얘기를 나눈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말했죠.

"얼마전 상해에서 사업을 하던 한국인이 그 조선족 직원 두명에게 살해를 당했다고 하더라. 왜 같은 민족끼리 그래야 하는지... 기분이 좀 그렇다."

그 친구가 간단하게 대답하더군요.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냐? 그게 한국인 사장이 두명의 백인 미국 직원에게 죽은거하고 무슨 차이가 있지? 그냥 죽은 사람 하나에 죽인 사람이 두명 있는것 뿐이잖아."

그 친구는 아버지가 중국인이고 어머니는 태국인, 그리고 어머니는 한분이지만 누나와 동생의 아버지는 다 각각인 가정의 친구였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머니와 함께 살고있는 그 친구의 가정은 무척 행복했습니다.

그 친구는 자신의 가정 상황을 돌아보며 약간 오버스럽고 간단하게 그런 대답을 했던걸수도 있지만... 아무튼 당시의 내 마음은 그렇게 편하지가 않았지요.

조선족은? 화교는? 고려인은?

그냥 민족이고 뭐고 다 치워 버리고 그저 큰 기대없이 '몇개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멀티로 이해할수 있다.'는 느슨한 개념으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판단하는 것이 오히려 맞는 것은 아닌지...

왜 화교들은 국가 개념을 떠나서 그리도 자신들을 '중국인'으로 '분명히' 생각들 하고 있는지...

그러는 나는 머릿속으로 '조선족'과 '미국교포'를 객관적으로 같은 기준에서 받아 들이고 있기는 한것인지?...

양꼬치를 굽는 아저씨를 쳐다보며,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했던 그 사건을 생각하며...

그냥 그렇게 구워진 양꼬치와 함께 맥주를 마시다 방에 들어 왔습니다.

추워지는 날씨, 다들 건강 조심 하세요.

-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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