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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5.10.28 16:25

오늘의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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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며칠 전 뉴스에서 한 교실의 모습이 방영된 것을 보셨습니까? 그 끔찍한 광경을 못보셨다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실에서 두 학생이 싸우는데(아니 한 학생이 일방적이로 잔인하게 폭행당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여러 학생들은 빙둘러 구경하고 환성을 지르며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있었습니다. 왜 말리지 않느냐는 기자의 말에, 어떤 학생은, “재밌잖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특별히 못되고, 잔인한 학생들만 모인 학교라서 그랬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쩌면 우리 학교, 우리의 반 교실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학교에 보낸 내 아이들이 피흘리며 맞고 있는 아일지도, 모르고, 혹은 그것을 재밌다고 히히덕거리며 구경하고 있는 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며칠동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학생들의 그런 모습이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절망했습니다.
그렇게 절망하고 있다가 얼마 전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을 통해 다시 작은 희망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3학년 5교시 수업이었습니다. 수업을 시작하고 잠시 후 한 학생이 엉엉 슬피 울면서 교실로 들어와서는 한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그 친구에게로 갔습니다. 순간 저와 학생들은 집에서 뭔가 안 좋은 소식이 온줄 알았습니다. 모두가 근심스럽게 지켜보는 가운데 목이 메어 한참 말 못하고 울던 그 학생이 전한 소식은 다름아닌 그 친구의 수시합격소식이었습니다. 전하는 학생도 울고 듣던 본인도 울고 옆에 있던 친구들도 울고, 저까지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계속 된 불합격 소식끝에 찾아온 그 친구의 합격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함께 축하해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 예쁜 마음을 보면서 저는 그렇게 다시 한 번 희망을 품었습니다. 어쩌면 교사는 이렇듯 학생들의 모습에서 절망과 희망을 수없이 반복하는 존재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일련의 일들을 통하여 몇 가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적어도 우리의 학생들은 친구가 교실에서 피 흘리며 맞고 있을 때 말릴 수 있는 그런 용기와 우정과 도덕심을 갖춘 학생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우리의 학생들은 기본적인 인간의 품성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바램을 다시 한 번 학생들에게 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며칠 후면 11월 3일 학생의 날입니다. 이 날을 맞아 학생들에게 다시 한 번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지, 친구로서,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품성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갖게 하고자 하는 기획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일명 “친구들이 뽑은 2005 올해의 학생 賞”에 관한 기획입니다. 각 학년별로 5개 분야 - 우정/용기/책임감/의지/열정 - 기준을 마련하고 이 기준에 해당되는 학생을 학생들 스스로 뽑게 하려는 기획입니다.
아직은 대강의 계획만을 구상한 단계지만 이렇게 선생님들에게 쪽지를 띄우는 것은, 선배 선생님들의 고견을 듣고 이 일을 진행하는데 관심이 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모여 이 일을 진행하고자 해서입니다. 함께 모여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하면, 작지만 소중한 경험을 거둘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관심있는 선생님들의 많은 도움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부족한 초보교사의 두서없이 긴 글을 보내드려 죄송합니다.
여러 사정으로 함께 못하지만 마음속으로 보내주실 관심에 격려에 미리 감사인사 드립니다.^^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학교 선생님들에게 쪽지로 보낸 글이었습니다.
저는 뉴스에서 보여진 학생들의 모습은 그것이 학생들 자신의 책임, 교사의 책임, 학교의 책임이기에 앞서, 나는,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탓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관계를 황폐화하는 이 사회의 구조를 통렬하게 비판해햐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이번 강의읽기는 논어입니다. 인간관계를 중점에두고 말씀하신 선생님의 글들이 가슴 절절히 와 닿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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