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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5.11.04 18:23

내설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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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 떠나는 사람들.

그들의 부산스러움에 잠깨어

새벽 어둠 물리고 있는 산장 밖으로 나오니

어둠속으로 잠기며 길나서는 사람들의

뒷모습에 물끄러미 시선 두어집니다.



단 한번뿐인 삶인데,

삶은 저들과 같이 경건하고 신실해야 하거늘

살아가는 동안 뼈 마디마디가 고통스러울 만큼

사랑 다하지 못함을 몸서리 쳐야 함에도,


간밤 묵었던 이부자리 곱게 개어놓고

아침안개처럼 머물렀다 혼연히 떠날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렇게 살아내지 못한 부끄러움 숨겨 두고 싶은 새벽입니다.



제집 머리에 이고 사는 달팽이처럼

새벽미명은 올듯 말듯 분간없이

목전(目前)에서 어른어른 거리다가

어둔 장막의 끝자락이 개안(開眼)의 아침을 위해

귀한 손님 맞듯 길을 쓸며 세상 끝으로 사라집니다.

어둠과 빛의 세상을 구별하는 장막이 사라지자

하늘아래 구름사이로 간간이 부채 빛살이

고봉(高峰)들 곳곳에 내려 앉습니다.



아침입니다.

고운 여인네가 속살을 들킨 듯이

설악은 그렇게 미처 준비하지 못한 수줍음으로

졸리움에 겨워하는 나의 눈을 휘둥그레 만듭니다.

흐린 날씨 탓에 잠시잠깐 햇빛이 산 사면에 머무르면

단풍으로 옷 갈아입고 옷매무새 단장타가

함박 머금은 여인의 미소처럼 설악은 내 가슴 후벼듭니다.



웅장하고 험준해서 산인 줄만 알았건만

곱디고운 단풍잎들 절세가인(絶世佳人)마냥

첩첩으로 쌓여있어 산인가 봅니다.

동상이몽으로 등 맞대고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달리

무등을 태워주는 설악은 동병상련 내 마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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