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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겨레신문에서 "내가 이민가지 않고 이 땅에서 버틴 것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희망때문이었다"는 문구를 봤을 때 그날따라 유난히 가슴에 다가오더군요.

선배를 붙잡고 "이 땅에 희망이 있냐"고 묻고 싶어지는 오늘, 그래도 며칠 전 방청한 토론회가 생각납니다. 저희 한살림 도봉지부에서 구의회 의원들과 같이 학교급식을 주제로 공청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는데, 먼저 선도적인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고양시의회 의원이 간간이 적절한 조언을 덧붙이자 의회 의장과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학교급식을 지역에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허심탄회한 논의를 이어나가더군요. 아이들 2명도 참석해 학교에서 자신들이 느끼는 학교급식의 문제점에 대해서 또랑또랑 말을 이어나갔고요.

지역이 살아있는, 저렇게 살아있어야 하는 '지역'에 대해 목격하면서 잠시 가슴이 뛰었습니다. 선배도 여전히 가끔은 가슴이 뛰시겠지요, 아이들을 보며. 그래도 희망은 있는 거겠지요.  

제가 아는, 교직을 그만둔 한 선배의 글을 옮깁니다.

**************

그럴 만한 자격도, 처지도 안 되지만, '교원평가제'를 둘러싼 논의를 보면서 절망과 분노를 멈출 수 없다. 이러한 파렴치한 논의가 버젓이 한 사회를 지배하도록 우리의 교육을 방치해 온 교사들에게 일정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지만, 벼랑 끝에 서 있는 이 나라 교육을 사지로 떨어뜨리려는 교육당국과 소위 교육정책입안자들, 그리고 자신들의 아이들을 '감옥'이나 다름없는 학교에 무단방치하고 내몰았으면서도 자기성찰은커녕 교육현장을 오히려 경쟁의 피비린내나는 전장으로 만들고자 혈안이 되어 있는 학부모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 나라 교육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원평가제'를 둘러싼 논의는 전혀 '교육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붕괴일로 직전에 있는 현실의 교육을 치유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럴 듯한 논리(민주주의와 합리성)로 치장하고는 있지만, '교원평가제'를 강력하게 밀어부치고 있는 측의 주장은 교육 역시 자본주의 생산과정에 편입된 서비스 산업의 일종이며, 그 산업에 종사하는 교육노동자들은 자신의 생산성에 대한 평가를 응당 받아야 한다는 논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전 사회가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과 '교사'라고 성역일 수 없다는 이러한 논리는, 공교육의 붕괴로 대표되고 있는 학교교육 실패의 책임을 교사들에게 전가함으로써 그 실패를 위안삼으려 하는 집단적 보복심리에 다름 아니다. '교원평가제'가 가져올 교사노동의 효율적 관리라는 단기적 결과에 집착하여 결국 이 나라 교육의 미래를 포기하려는 무책임한 기획일 뿐이다.

   평가란, 근본적으로 성과주의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제 아무리 여러 보완 장치를 강구한다 하여도 특정한 기준에 의해 마련된 항목과 지표로 표준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 평가의 본질이다. 생산성을 통한 이윤추구가 최대의 목표인 산업현장에서의 노동평가를 교육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논리가 바로 작금의 '교원평가제'의 핵심이다. 산업노동현장에서의 노동평가가 노동통제의 수단이라는 사실이 분명하다면, '교원평가제'는 바로 교사의 노동을 국가와 시민이 통제하고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성과보다는 성취가 무엇보다도 고려되어야 하며 교사 각자의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활동이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이어야 할 교육현장이 이러한 '평가'시스템에 의해 획일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는 발상은 더이상 '교육다운 교육'은 필요없다는 선언에 불과하다.

   지금껏 이러한 '평가'와 '관리'와 '통제' 시스템이 부족하여서 이 나라 교육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말한다면, 지금까지의 우리 교육을 가장 황폐하게 만든 문제의 핵심에 이러한 국가주도의 '평가관리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 피해자는 주로 우리의 아이들이었다. 우리의 아이들 중 대부분은 자신의 필요와 요구와는 무관하게 강제수용소와 다름없는 학교에서 자신의 능력을 일률적 평가시스템에 의해 재단당해야만 했다. 그들에게 강요된 '평가'는 우리가 교육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 성취가 아닌 우열, 견인이 아닌 배제에 그 목적이 있었음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는가. 소수의 경쟁력 있는 인적자원을 생산하기 위해 다수의 아이들을 불량하고 열등하게 취급해 온 대한민국의 교육이 이제는 파렴치하게도 그 시스템의 피해자였던 학생들을 그 '반교육적' 통제 시스템의 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교원평가제'가 가져올 가장 심각하고 우려할 만한 상황은 바로 '선생을 감시하는 학생'이라는 비도덕적이며 반교육적인 행위를 우리의 아이들이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에 있다. 무차별적이고 획일적인 ‘평가’에 의해 희생당해 온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젠 선생을 감시하고 판단할 권한(?)까지 주겠다는 것이 언뜻 합리적이고 그럴 듯해 보일지도 모른다.

허나 이것은 그 동안 교사들에 의해 저질러졌던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폭력적 평가의 방식을 학생들에게도 아무 여과없이 그대로 적용시키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자신들이 당했던 고통을 이제는 선생도 느껴보아야 한다는 정서적 위안이나 보상 말고 이 방식이 우리의 교육에 어떤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다. 선택의 여지 없이 우리의 아이들은 자신이 평가한 교원이 좋은 교사, 나쁜 교사로, 혹은 실력있는 교사, 실력없는 교사로 낙인찍히는 것을 눈앞에서 확인하게 될 것이고, 교사의 행위 하나하나가 자신들의 환대를 구걸하는 합목적적 정치행위라는 사실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강요받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가혹하고 처절한 입시교육의 현실 속에서도 살아남아 있었을지도 모르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인간적 유대의 끈마저도 이제는 평가의 대상으로 전락하고야 말 것이다. 극단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교사와 학생이 서로의 일거수일투족, 서로의 의도와 심리, 서로의 무의식의 세계까지 견제하고 감시하는 체제가 과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우리 교육의 미래인가?

   우리에 앞서서 교원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교원평가는 황폐한 교육을 더욱 처참하게 만들 뿐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교원평가가 오로지 학생들의 표준화된 학업성취도에 대한 교사의 능력만을 측정하는 도구로 전락했고, 영국의 경우 교원의 이탈현상의 증가와 비정규직으로의 대체로 인해 교원수급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으며, 일본 역시 교원평가는 교원노동유연화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됨으로써 교사들의 반발과 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 애국조회를 거부하고 '기미가요'를 따라 부르지 않았다고 해서 부적격교원으로 지목된 일본의 교사들은 징계를 받았고 결국 현직으로 복귀하지 않았다.(하병수, <교원평가와 영.미.일 교원평가제 분석>) '교원평가제'가 전 세계적 현상이라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며,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사회의 대세일 뿐이라는 것 또한 우리는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 동안 무능하고 나태하며 반교육적이기까지 했던 일부 교사로부터 우리들의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여론의 정서적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교사들은 '교원평가제'를 둘러싼 논의들 속에서 드러난 교사들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에 대해 철저한 자기성찰과 반성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  교육이 나갈 길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정하게 고민하고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여론에 밀려 '교원평가제'를 받아들이고, 경쟁과 효율만을 강요하는 '교원통제'시스템에 투항한다면, 이 나라의 교사들은 결국 이 나라의 교육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이는 참교육을 부르짖으며 억압적 정권에 맞서 피흘려 왔던 자신들의 과거를 전면부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상황은 그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참혹하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교원평가제'가 가지고 올 처참한 결과는 결국 우리들의 아이들과 선생님과 학부모와 시민과 국가에게 모두 치명적일 것이다. '만남'과 '관계'에 기초한 사랑의 교육, 자발성의 교육에 대한 바람은, 어쩌면 '교원평가제' 따위를 논의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는 되레 자기모멸적이기까지하다. 교육현장에서 이루어진 교육행위에 대한 평가가 이 나라 학교교육을 지금껏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하더라도 미래의 교육을 그렇게 몰아가서는 안 된다. 서로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관리시스템의 희생양으로 우리들의 아이들을 전락시키는 일은 우리가 그들에게 지금까지 강요했던 교육의 역사를 생각하면 너무나 파렴치한 일이다.

'교원평가제' 논란을 계기로 교육자로서 자기역할과 사명을 다하지 못한 이 나라 선생들의 직무유기와 근무태만에 대한 분노를 넘어서서, 교육을 산업사회 경쟁논리의 장으로 몰아가는 세력들의 기도를 막아내야만 한다. 그래야만 이 황폐한 교육현장에 볼모로 잡혀 자신의 삶과 꿈을 송두리째 박탈당하고 있는 우리들의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며, 훗날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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