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움직일 때마다
깊고 진하게 귀에 들려 오는
소리를 들은 적 있어.
고통받고 있는 것 알면서도
평화는 돌아와 주지 않던
무용수의 절망을 본 적 있어.
몸부림칠수록 작아지고
어두움이 두껍게 칠해지던
무용수의 꿈을 본 적 있어.
두 팔을 높이 올렸다
두 손을 폈다
머리를 치켜 들었다
온 몸을 흔들었다
어둡다, 어둡다,
흔들다가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났다.
무대의 전 세계가 흔들리고
소름끼치게 무서운
무용수의 자유를 본 적 있어.
두 눈에서는 불빛이 뻗던
자유의 가장 뜨거운 얼굴을 본 적 있어.
- 마종기, < 舞踊 5 > -
* * *
우리도 시대의 아픔과 절망과 고통을
아직 곁에 오지 않은 평화와 우리들의 꿈을
연지 곤지 찍어가며 꽃단장해 잘 보이려 애쓰지 말고
가난하고 고단했던 우리들 모습 있는 그대로 춤춰도 아름다운,
온몸으로 춤추는,
꾸밈없는 시대의 무용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소주 몇잔에 흔들리는 몸 차창에 기대고
집으로 오는 내내 생각했다.
2005. 11. 13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