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미국에서 본다

by 한혜영 posted Feb 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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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어떤 선생님이 미국에 잠시 계시면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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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잠시지만 미국에 살면서 소비주의나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더 정확하게 느끼게되었어요.

이곳 워싱턴 주립대학의 식당에 가보면 모든 음식은 일회용 용기에 담아져 나와요. 물컵부터 포크, 칼, 접시, 음료수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다 일회용에 담겨나오고, 먹은 즉시 다 쓰레기행이지요.

더 가관인건 가령 커피처럼 뜨거운 음료는 일회용 컵을 두개 포개서 주는데 밑에 있던 새 컵까지 싹 다 버린다는거예요.

저도 처음엔 토종 '보릿고개' 습성을 버리지못해 새컵은 다시 들고오고, 가령 포크나 나이프도 가져왔는데, 이런 식으로 한번 쓴 일회용을 모으다보니 이번에 이사하는데 짐만 늘어난 거예요. 왜냐하면 도처에 일회용품은 아끼지않고 넉넉하니까 제 걸로 쓸 필요도 없는 거예요.

그리고 동네 슈퍼가는데도 차 없인 못갑니다. 물론 걸어갈 수 있지만 문제는 물부터 모든 걸 슈퍼에서 사야하는 시스템이다보니 무거워서 들고 올 수가 없는 거예요. 코 앞의 가게를 가도 차를 가져가는게 게다가 기름값이 무지하게 싸거든요. 한국과 비교해보면 절반 이상 싼 것 같애요.

이사할 때보니까 가스레인지의 불판도 전부 한번 쓰고 새걸로 싹 갈아놓아요. 닦지 않더라구요. 왜냐하면 닦는라고 고생하느니 새걸 사서 끼워놓으면 되는데, 이것도 대량으로 찍어내다보니 물건 값이 싸거든요.

슈퍼에서 물건 담아주는 비닐이나 종이도 몇 개씩 포개서 담아줘요. 정말 도처에 끝없이 물건, 물건이에요. 여기 사람들은 주로 대형 몰에 가거나 아니면 시도 때도 없이 조깅하면서 인생을 다 보내는 것 처럼 보일 정도로 그래요.

그러니 개인들끼리는 별로 의사소통도 잘 안돼고, 집집마다 울타리도, 담도 없이 다 정원을 개방하고 살지만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 별로 관심없어요. 동네 꼬마녀석들이 몰려다니는 걸 본 적이 없다니까요.

친구집도 가려면 미리 전화로 예약하고, 부모가 차로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우리처럼 아무 때나 가서, 누구야~~~ 놀~~자, 이런 거 절대 할 수 없구요.

동네는 다 개방되어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사람들 나와앉아 두런두런 얘기하는 은 한번도 못봤어요. 물론 죽으라고 뛰어다니는 사람들은 자주 보죠. 하지만 늘 귀에 뭘 꽂고 다니거나 아니면 개랑 다녀요. 인간들끼리 사는 게 아니고 인간이랑 개랑 산다니까요.

그리고 중산층이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치과검진, 정신과 상담, 이런 것 받는데 거의 모든 돈을 다 쓰는 것 같아요. 잘 모르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친구들끼리도 차 한잔 안 사주는 개인주의자들이 정신과 상담에는 시간당 100불씩 마구 쓴다니까요.

정말 요지경이죠. 제가 보기엔 그냥 친구들 만나 하소연하면 될 일 정도가지고 말이죠 100불을 써요. 지난 번엔 동네에 잇는 대형서점에 갔는데 그 카페에서 한 80은 넘었을 두 할머니가 서로 만나고 있었어요. 틀림없이 저 나이에도 차를 몰고와 만날 정도면 꽤 친한 친구일텐데, 두 할머니가 한 명씩 번갈아 가면서 일어나더니, 자기 커피랑 빵을 각자 사오는거에요.

정말 그 거 얼마한다고, 저 나이에 돈 아껴서 뭐하려고 그러나싶을 만큼, 그런 두 명의 우아한, 점잖은 개인주의적인 꼬부랑 할머니들을 보자니 참 미국문화라는게 한심한거구나 싶어요.

소비주의가 결국 사람을 저렇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현금없인 살 수없게 하고, 그 현금을 벌기위해 애쓰게 만들고, 그 현금없인 죽으니까 그 돈을 자기만 쓰게 만들고, 거기서 오는 정신적 분열은 또 다른 현금을 주고 치료받게 만들고.... 정말 이런 식으론 안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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