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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미안한 모습으로...
조금은 걱정된 눈빛으로...

늦은 퇴근을 하는 직종인지라 택시비도 만만치 않고 해서 그 놈의 '차'라는 것을 중고로 구입하긴 했다. 한데 그 놈이 영 애물단지라 들어가는 돈도 기름값이며 보험료 등등 사실 택시비 보다 더 드는 것 같고...
그리고, 나보다 나이도 훨씬 덜 먹은 놈이 아프기는 자주 아파서 병원에 갈 일도 종종 있고, 쓸데없이 덩치만 크다보니 기름 처먹는 것도 만만치 않고...

그래도 고단한 출퇴근때 내 한몸 편하게 갈 수 있으니 고맙기도 한데...

정기검사란다... 배출가스 검사란다...
주인도 정기검사 한 번 못받고 있는데 애물단지 녀석을 2년에 한번은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은근히 부하도 나고, 언젠가부터 '병원한번 가서 엑스레이라도 찍어야 할텐데...' 했던 가슴팍도 답답하고... 이놈의 담배...

본의 아니게 또다시 실직 중이라 한가한 평일을 골라서 일금 오만오백원을 들여서 정기검사를 받았는데...

인터넷 연결이 자꾸만 끊어진다는 접수창구 아가씨의 짜증나는 목소리와 외국 어느 클럽팀 축구 중계방송이 공존하는 대기실 폭신한 의자에 앉아 커피한잔 들고 '흡엽실'이 어디 있나? 창 밖을 두리번 거리는데...

얼핏 봐도 참 재수없게 생긴 사람이 나를 찾는다.
그를 따라간 장소는 바로 옆 차량 검사실에 붙어있는 조금만 박스형 사무실이었는데, 컴퓨터 모니터에는 내 차의 검사 결과가 모니터링 되고 있었다.

“이게... 이게 40을 넘으면 안되거든요...”

손가락으로 가리킨 화면에는 56이란 숫자가 써있었다. 그리고 그 옆 칸에는 ‘부적합’이란 붉은 글씨가...
매연 허용기준이 40%인데 내 차는 56%란 거다. 세가지 모드에서 측정을 하는데 첫 번째 모드에서만 허용기준이 훨씬-물론 이 수치가 얼마나 훨씬 높으지는 모르겠다- 높게 나왔다. 짜증... 나의 짜증은 얇은 지갑에서 나온다. ‘쌀밥 먹고 보리똥 싸는 격인가...’ 기름 처먹여 놓았더니 매연만 잔뜩 싸놓는 차가 정말 짜증났다.

주저리... 주저리... 이거 고치려면... 부품 교환...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십만원이 훨씬.. 주저리... 주저리... 돈이 아마 십만원이 훨씬... 십만원... 십만원... 검사장에서 정비는 금지... 우리 애들도 할 수는 있는데... 불법... 금지... 십만원... 당신도 좋고, 나도 좋고...

십만원이 훨씬 더 든다는 말을 아마 네 번은 한 것 같다. 나는 한 마디로 그의 잔소리를 입막음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 느낌 아는 사람이 또 있을까? 난 정말 그때 ‘공손’했다.

검사장에서 ‘불법’으로 측정치가 낮게 나오게 조금 ‘조절’이라는 것을 한 댓가로 난 이만원을 지불했다. 그는 사무실쪽을 가리고 서있었고, 난 그 뒤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비굴하게 이만원을 꺼내었다. 그리고 한때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이만원 짜리 ‘불법’ 검사결과표에는 27%라는 ‘적합’한 매연수치가 기록되었고, 난 이제 이년동안 ‘합법적’으로 매연을 토해내면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내가 숨쉴 때 마다 내뱉는 이산화탄소가 내 차가 토해내는 매연보다 더 ‘더럽다’고 생각했다.

2년뒤 다시 정기검사를 할 때는 지금보다 형편이 좋아지겠지...
그때는 꼭 ‘순정부품’으로 교환하리라는 다짐해본다. 다시는 그따위 녀석들에게 공손하게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으리라...

그런 핑계로 만든 술자리에서 친구녀석이
조금은 미안한 모습으로...
조금은 걱정된 눈빛으로...
내게 말한다.

'우리도 이제 서른 다섯이다.... 이제는 좀 그래도 돼...'
조금은 미안한 모습으로...
조금은 걱정된 눈빛으로...
세상을 너무나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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