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루터 킹'과 열린 공부

by 권종현 posted Jun 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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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열린 공부'라는 것을 합니다.  
학생, 교사, 졸업생 등 20-30여명이 모여서(개방되어 있으므로 누구나 참여함, 이번엔 지역 주민 1분도 참여함) 독서 토론을 하는 모임이지요.  
  
사실 3년 전부터 한 학기에 두차례씩 해오던 건데, 제가 학교에서 이런 모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리 '더불어숲'에서 함께 읽기를 해 본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신월동에 더불어숲 공간이 있었을 때, 거기서 '신영복 함께읽기'를 참가하고, 이런 모임을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동료 교사들에게 제안을 하였고, 학생들, 졸업생들과 함께 '열린공부'라는 명칭으로
꾸준히 해 오고 있지요.  

작년까지는 제가 주관하였는데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닌지라 꾀도 생기고 해서 올 해는 후배 교사에게 그 책임을 넘겼습니다.

얼마전 '마틴 루터 킹'을 주제로 열린 공부를 하였고, 그에 대한 후기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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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들어 인물 평전을 몇 권 읽다가 보니, 이젠 인물 평전이 조금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인물 평전 읽기는 좀 미루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지난 5월 열린 공부 주제가 ‘마틴 루터 킹’으로 정해졌다.  어쩔 수 없이 또 인물 평전을 읽기 시작했다.  조금은 지루한 마음으로...

그렇지만, 대부분의 좋은 책들이 그렇듯이 막상 읽기 시작하여 몰입을 하게 되면 처음의 마음가짐과는 상관없이 빠져들게 된다.  이 책도 그런 책들 중의 하나이다.

‘마틴 루터 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1955년 미국의 앨러배마 주 몽고메리에서 흑인 차별에 항의하는 버스 승차 거부 투쟁을 시작으로 하여 50, 60년대 미국의 민권 운동을 이끌었고, 그 공로로 인해 노벨 평화상도 수상하였으며, 급기야 68년 4월 멤피스의 한 모텔에서 암살당하기까지 비폭력 평화주의 인권 운동의 이념을 온몸으로 실천한 위대한 운동가이다.  급기야 1986년 미국 의회는 1월 셋째 주 월요일을 그의 탄생을 기념하는 국경일로 지정함으로써, 그의 이념과 사상이 옳았음을 인정하였다.

‘마틴 루터 킹’에 관한 책과 전기 등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번에 ‘열린 공부’의 주제로 정하며 지정한 책은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한 전기 작가 ‘마셜 프래디’의 평전이다.
이 평전의 특징이라면, 다른 평전들이 그 인물의 위대함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다소 미화시키거나 심지어는 신격화까지 이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반해, ‘킹’이라는 인간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기술함으로써 그의 단점(연약함과 때로는 부도덕함 등)까지 그대로 드러낸다는 데 있다.  

혹자들은 단점을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인간 ‘킹’의 위대함을 더 부각시키는 방식의 평전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다소 불필요한 약점까지 드러내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 인물의 생애와 사상을 드러내고 평가를 할 때에, 그의 작은 행위와 사생활은 모두 그의 사상과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어떤 인물을 평가할 때 그의 일거수이투족까지 살펴보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그러한 당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예를 들면 킹 목사가 큰 집회에서 위대한 연설을 하기 전날 밤에 부인이 아닌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했다는 부분을 굳이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더구나, 작가가 그 잠자리를 ‘난삽한 섹 -  스 행각’으로 묘사하는 데에 이르러서는 위대함과 평범함의 균형을 인위적으로 맞추기 위한 불필요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어쨌든 이 책은 ‘마틴 루터 킹’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재의 미국적 가치(사실 난 오늘날의 민주와 인권의 가치를 미국적 가치라고 칭하는데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이라는 사회는 이념적으로만 민주와 인권을 외칠 뿐, 현실적으로는 물질적 탐욕과 그를 차지하기 위한 힘의 논리만이 판치는 가장 약육강식에 충실한 야만적 사회라고 본다.)가 형성되기까지 미국이라는 사회가 얼마나 큰 홍역을 치러야 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미국이라는 사회가 명목적 이념으로나마 민주와 인권의 가치를 인정하기에 이르기까지에는 바로 ‘마틴 루터 킹’과 같은 위대한 인물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이 책을 읽고 20여명의 학생들과 5-6명의 선생님들이 모여 ‘열린 공부’ 토론회를 갖았었다.
이제는 게을러지고 꾀만 늘어 작년까지 내가 주관해오던 열린 공부를 후배 교사인 임영환 샘에게 떠넘기고(?) 말았다.  떠넘긴 미안함에 끝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학생들과 함께한 토론회는 참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자리였다.  책을 읽는 과정보다도 어쩌면 그런 토론회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토론의 내용은 참으로 다양했다.  킹 목사가 처음에 몽고메리 투쟁을 맡으면서 처음부터 자발적 의지에 따라 주체적으로 그 일을 했다기 보다는 상황과 그 분위기에 밀려 그 책임을 맡게 되고 자신에게 요구되어지는 역사적 사회적 책임과 자기 신념 및 실천력과의 틈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자신의 그러한 경험을 함께 나누었다.  참으로 다양한 경험들이 나누어지면서 서로의 삶의 모습을 공감하고, 또 내가 겪는 사회 속에서의 심리적 갈등이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마지막 평가 발언 시간에 한 학생이 ‘오늘 토론회를 통해 인생을 배웠습니다.’라고 한 말이 빈 말이 아니었으리라 확신한다.

또한 ‘역사가 인물을 만드는가?  아니면 인물이 역사를 개척해 나가는 것인가?’의 문제,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차별과 억압의 형태들’(특히 학생 인권, 학생 차별에 대한 다양한 토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한 토론),  ‘킹의 노선과 말콤 엑스의 노선에 대한 이해’ 등에 관한 이야기는 참으로 유익한 토론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마틴 루터 킹의 사상이 단순히 인종 차별 철폐 투쟁이라는 것을 뛰어넘어 기독교는 물론이고 간디의 영향을 깊게 받으면서 ‘반전(反戰)’, ‘평화’ 그리고 보편적 인권 확보를 위한 ‘가난한 사람들의 운동’ ‘도시 빈민 개혁 운동’등으로 확대 발전되어 가는 과정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또한, 시간이 부족하여 학생들과 ‘I Have A Dream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를 읽고 함께 우리는 어떤 꿈을 꾸어야 할 것인지 깊이있게 토론해보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

대학 시절 영어 수업 시간에 63년 8월 28일 워싱턴 집회에서 ‘킹’ 목사가 수십만의 청중 앞에서 ‘I Have A Dream’이라는 연설을 하던 영상물을 감동적으로 보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I Have A Dream’
‘I Have A Dream’

나는 오늘 무슨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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