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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성공회대고 오후 7시. 건물 이름을 내입으로는 말하기 껄끄럽지만 혹시, 첫 걸음 할 분들을 위해서 '새천년관' 2층. 통상적으로 보아 강의실 앞에 탁자가 있을 게고, 안내하는 사람이 있기에 장소를 못찾아 당황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물 이름을 말하는데 인색한 이유는  2000년대를 시작하는 시점에 지은 건물 이름이 하필이면 '새천년'으로, 새 세기에 대한 근거없는 희망에 덩달아 휩쓸린 흉한 자국을 보는 듯해서다.

선생님은 똑같은 말씀이라도 감동을 주는 묘한 능력을 가지고 계시다. 목사님 말씀을 하느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신자들 세계 이외에서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선생님의 말씀이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아마도, 말씀을 듣고자 하는 저마다의 간절함과 그 때의 어떤 정황들, 어떤 맥락들 안에 우리가 놓여있는지를 먼저 고려하시고 적합한 어법으로 깊은 울림을 담아내어 말씀하시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잘못된 역사로부터 억울하고 부당한 상처를 당하셨으면서도, 사회의 덕을 본 사람들이 이룰 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인간성으로 질적인 변화를 일구어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피워낸 것이 '온화한 힘'의 비밀인 듯 싶다. 이는 곧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 모두다 갖고 있을 착한 지향, 사랑하고 헌신하고 싶은 근원적 정서와 공명하게 만들고, 누구보다 성심을 다하여 좋은 삶을 일구어 왔지만 번번히 좌절하는 사람들에 대해 쓰다듬어 주는 손길이 저마다의 마음을 데우기 때문이라고 본다. 선생님도 도올 김용옥 처럼 한국방송이나 문화방송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말씀하실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선생님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접하지 못한다는 것은 크나큰 사회적 손실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눈물을 훔치지 않은 적이 없다. 마침 그날, 나의 마음이 아픈 것을 어떻게 아셨는지 보듬어주시는 놀라운 경험들을 수없이 하고는 했다. 우리 사회의 모순과 아픈 역사를 더 어렵게 사는 사람이나 개인사에 녹여서 말씀을 하실 때는 나도 모르게 망각하고 잊고 지내던 사람에 대한 근원적인 사랑의 기억과 힘이 소생하는 느낌을 받곤 했었다. 그리고 또 아이들 같은 생각 하나는, 저렇게 소중한 말씀을 기억하고 간직하신 분이 세상에서 뵐 수 없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불충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생각하면 그렇게 슬퍼지는 것이다.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면서 동시에 치유와 위로할 수 있는 큰 어른을 잃는 다는 것은 너무도 슬픈 일이다. 나는 일찍 죽어도 좋으니 나에게 남겨진 자연의 생명을 선생님께 드려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을 수만 있다면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했다. 그런 속 마음을 이 공간에 늘어놓는다는 것도 주책이긴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기쁨이 인식의 자각으로도 얻을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의 확대가 있었으면 한다.  

종종 들려오는 후배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면 너무 행복하다. 어머니와 함께 선생님 강의를 듣는다는 친구, 누구는 아버지도 모시고 와서 수업을 들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세상에 이런 학교, 이런 교실이 어디있나 싶다. 선생님 수업을 듣고선 일주일 후에 있을 수업을 간절히 기다리신다는 후배의 어머니 얘기를 들으면서 존경하고 닮고 싶은  분을 늘 가까이에서 뵐 수 있는 호사를 누리는 내가 조금은 미안해지기도 한다.  

월요일에 시간을 내셔서 좋은 시간을 갖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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