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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우울한 댓글을 보고 하고싶은 말은 많았었지요.
그렇지만 시간도 없고 이젠 그런 냉소에도 매우 익숙해져(?) 돌아서면 잊을 수 있겠기에 답답한 심정만 짧막하게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조원배 님게서 예상했던대로 이렇게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얼마전 제가 책한권 읽고 우리 전교조 분회 홈피에 [학생들과 함께하는 독서일기]란에 올렸던 글이랑 같은 맥락의 말씀을 조원배 님께서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제 글도 올려봅니다.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란 책의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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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받아 온 교육 중 왜곡된 것들이 참으로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왜곡된 교육은  ‘노동’에 대한 태도일 것이다.  어른들이나 선생님들로부터 은연중 혹은 직접적으로 들어온 말은 ‘공부못하면 똥지게나 지게 된다’라는 말이었다.  노동을 노동 그 자체의 가치로 인정하고 대우받아야 할 것으로 배우지 못하였다.  노동은 사회적 낙오자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의식화되었다.  그렇기에 노동자는 사회적 대우가 형편없더라도 당연한 것이라고 의식화되었다. 우리는 그러한 노동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세뇌당했다.  80년대 후반 이후 노동자들이 비로소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떨쳐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그러한 권리 찾기는 사회적 낙오자들의 주제 넘는 투정일 뿐이라고 언론을 통해 또 다시 재의식화 되었다.

70년 11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자신의 몸을 불사르던 그 시절과는 많이 달라진 세상에 살고 있다.  철옹성같던 군부 독재도 무너졌다. 이제는 어린 아이로부터 술 취한 아저씨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백주(白晝)의 광장에서 대통령을 비난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왠만한 규모를 가진 사업장이라면 이제는 어디나 노동조합이 설립된 세상에 살고 있다.  더구나 노동자들의 힘이 너무 세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말들이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말보다 앞서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의식은 어려서부터 세뇌당했던 왜곡된 노동에 대한 태도를 얼마나 극복했을까?

이 책은 20여년 넘게 노동 상담과 노동자 교육을 해 오고 있는 ‘하종강’씨의 최근의 글들을 묶어놓은 책이다.  90년대 중반 처음 PC통신에 재미를 붙일 때 ‘나우누리’ 동회회의 소모임 활동을 하다가 번개팅 모임에서 하종강 씨를 만난 적이 있다.  그 때에는 그가 노동 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교육하는 활동을 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고, 잠시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기억으로는 그가 참으로 소탈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는 인상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 이후로 신문 칼럼이나 각종 매스컴을 통해 그의 생각과 주장을 많이 읽고 들을 수 있었고, 몇 년 전에는 우리 전교조 지회에 두 차례나 오셔서 직접 강연을 통해 노동 조합에 관한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머릿속 한 구석에 막혀있던 무언가가 확 뚫리는 느낌이 든다.  내 자신이 당당한 노동자라고 생각을 함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부터 머릿속 깊숙이 내면화된 왜곡된 의식화의 그림자가 남겨놓은 찌꺼기들로 인해  주눅이 들고 자신감이 떨어지게 만들던 것들이 말끔히 씻겨지는 느낌이다.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보면 쉽게 집단 이기주의를 떠올린다.  더구나, 병원 의료 노조,  항공사 노조,  발전 노조 등과 같은 필수 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된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면 더욱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  시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간호사들의 파업,  시민의 발을 볼로로 하는 지하철, 버스, 택시 노조의 파업,  국가 경제를 볼로로 하는 화물 연대, 운송 노조 등의 파업......   내 자신이 노동자이면서도 머릿 속 한켠에는 이러다가 노동조합이 너무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되는 것이 아닌가 한는 우려를 하게되고,  노동 조합 활동이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여 결국은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기우(杞憂)를 말끔하게 씻어준다.  노동조합이란 원래 이기적인 조직이다.  이기적인 활동을 하라고 합법적으로 인정한 유일한 조직이 노동조합이다.  더구나, 그 이기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단체행동권’이라는 권리를 합법화시켜 놓았다.  ‘단체행동권’이 어떤 성격의 권리인가?  막말로 얘기하면 집단적으로 깽판을 치라는 권리이다.  사회를 향하여 자신들의 이기적인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집단적으로 깽판을 치라는 무지막지한 권리이다.  그러한 무지막지한 권리가 법률도 아닌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장된 이유는 무엇인가?  더구나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헌법으로 그러한 무지막지한 권리를 철저하게 인정하고 보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국은 그것이 사회를 진보시키고 역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였고 현대 국가는 그것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기업가(사용자)나 권력 기관이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면 그것은 사회를 한없이 부패하고 타락시키지만, 노동자들의 이기적인 목적의 활동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면서도,  그러한 인식에 끊임없이 회의하고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역시 잘못된 교육과 의식화의 부작용이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권력과 금력 측에 논리를 확대 재생한하여 유포하고 있는 언론들의 성과일 뿐인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라는 책을 읽다가 보면, 노동과 노동 운동에 대한 왜곡된 의식화로 정상적이고 건전한 판단을 가로막고 있던 여러 생각들이 휑하니 뚫린다.  대기업 노조에 대한 생각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의 실상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의 문제 등등....

사실 이 책을 학생들에게 추천하면서도 혹 편향된 가치를 담고 있는 책을 읽힌다는 비난을 받지는 안을까 하는 우려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생각은 내가 그러한 걱정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왜곡된 의식화의 그림자였다는 거다.

우리 학생들의 90% 이상은 노동자의 자식이고, 또 이후에 노동자로 살아갈 아이들이다.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 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 찾기에 주저하지 않는 태도를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이 부도덕한 것이 아니라 당당한 역사의 주체로 서는 길임을 가르쳐야 한다.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정당하게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노동자가 차별받는 사회 구조를 당연시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임을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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