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sophia 님의 비판(?)에 대한 답변.

by 조원배 posted Jun 1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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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아,동아와 같은 기득권의 이해만 대변하는 언론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에서,
'노동 교육'이란 것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한 우리 교육 현실에서,
님과 같이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님의 그 비판(?)에 대한 꽤 긴 반론의 답변을 씁니다.


모든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이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일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며
오직 제 잇속만 차리려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난받아야 할 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이고,
경제적인 권리와 이익 실현에서 상대적으로 더 소외되고 힘없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싸우는 일,
그런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싸우는 노동조합의 활동,
그것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지극히 당연한 권리이며,
국가와 국민이 헌법에 명시까지 하면서 보장하는 권리입니다.
따라서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노동자에 속하기 때문에) 이를
당연한 권리로 지지하고, 권장하고, 인정해야 하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당한 권리라 생각합니다.

프랑스와 독일 같은 나라에선 초중등 교육과정을 통해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노동교육’을 실시하기까지 합니다.  
<시민교육>과 같은 독립적이고 필수적인 교과를 통해
중학교 1학년에서 4학년까지 주당 3-4시간을 학생들에게 가르칩니다.
프랑스의 예를 들면, 교사들에게 제공되는 <교육과정 지침서>에
아래와 같은 제안을 하기도 하는데 극히 일부분만 소개합니다.

“ 기업체 내에서, 사회 속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는 인간 존엄성의 문제이다.
  개별 노동자는 특정 권리와 자유를 부여받는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복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있으며,
  이 상황이 사회 속에서, 기업체 내에서 그들의 조건을 특정짓는다.
  노동법과 노동 3권은 노동관계 속에 존재하는 이런 불평등에 근거를 두고 제정되었다.
  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노동자와 기업의 권리 관계를 어떻게 중재할 수 있느냐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사례 연구를 선택해서 가르쳐 볼 수 있다.
- 기업체의 단체협약을 비교 연구함으로써 노동자의 권리가 오랫동안(19-20세기) 느리게      진행된 투쟁의 결과라는 점을 보여준다.
- 기업체 내에서 노동자들이 집단적 의사표현 사례를 분석한다.
- 노동자의 권리가 어떻게 보호되는지 알려주기 위해 판례를 공부한다. “


이렇듯 그들은 미래에 노동자가 될 자신의 학생들과 아이들에게
노동자의 권리와 자유, 고용에서의 평등 등의 노동 인권을 비롯해
평등, 연대, 사회적 안정 등의 영역으로 구분해서 가르칩니다.
노조 가입 노동자와 미가입 노동자 간의 평등, 개인적 또는 집단적 자유와
다양한 권리를 설명하면서 가르치고,
노동자의 입장에서 학생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익과 권리 실현을 위한
단체협상 실습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그럼, 우리 나라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노동 교육’을 시키고 있을까요?
아예 배제하거나 노동 교육 자체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 상태입니다.
제가 사회를 가르치는 교사이기 때문에 잘 압니다.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노동 교육’이라고 가르치는 부분은
중2 교과서 <사회생활과 법규범> 단원에서 고작 5줄 정도에 걸쳐
사회법 영역 중에 노동자(노동자라는 말조차 쓰지 않습니다. 근로자라는 말로 쓰죠)의
권리를 위한 법으로 ‘ 근로 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이 있다’는 내용과
‘헌법에서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내용이 소개된 게 전부입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교과서 <민주시민과 경제 생활> 부분에서
‘근로자와 기업가의 역할’이 단 몇줄의 글로 간단히 소개된 정도가 전부입니다.
고등학교 과정에서도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구요.
  
이렇듯 너무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마치 사회에 큰 해라도 입히는 이기적인 태도인양 비난하고, 비난받는 일은
이런 우리 사회의 현실과 교육을 생각해 볼 때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동에 대한, 노동자에 대한, 노동자와 노조의 권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왜곡되고 비정상적이며 잘못되어 있는지
우리는 지금이라도 깨닫고 바로잡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나와 우리와 우리 사회 모두를 위해 중요한 일이고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노동자와 노조가 제 밥그릇 지키기 위해 목청 높이는 행위,
정당하게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제 밥그릇 지키기는
큰 틀에서 생각하면 오히려 지지받고 격려받아야 할 일이지
비난을 당하고 비아냥대는 소리를 들어야 할 일은 결코 아니라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의 제 밥그릇 지키기는
사용자나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제 밥그릇 지키기와는 그 내용과 차원에서
그리고 그런 행위가 가져올 결과에서 확연히 다릅니다.
사용자나 기득권 세력의 제 밥그릇 지키기는
경제를 왜곡시키고,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수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사회 비용을 치르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만
노동자들이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싸움은,
결과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생각할 때
늘 그 사회의 경제구조와 환경을 건강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성장시키고
국가와 사회 전체의 이익 실현에 도움이 되었으며,
그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합니다.
사회와 구성원 모두를 위한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자 실천이란 점을
역사적 경험을 통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교조가 학생들은 안중에도 없고 지들 밥그릇만을 위한
이기적이고 부도덕한 집단이라고 매도하며 비난하는 것은
왜곡된 인식에 바탕을 둔 잘못된 비난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결코 넘지 못한다.’는 오래된 말이 있듯이
큰 틀에서 생각할 때, 교사들의 권리 향상과 이익 실현은
결국 그만큼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며
따라서 결국 학생들과 학부모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조직이나 집단이든 문제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비판을 하고 비난을 하더라도 제대로 알아보고 난 후에 해야 합니다.
전교조가 지금 주장하는 내용들과 싸움들이
정말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좋은 것인지?
아니면 님 주장대로 교사들에게만 좋은 것인지? 먼저 냉정하게 따져보고
비난이든 비판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과 학부모들, 그리고 교육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교사에게만 좋은 것이라면 당연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교사들에게 좋은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면
오히려 격려하고 지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겠지요.

학생회 자치권 인정,
교사회, 학부모회 법제화,
학교운영위원회의 권한 강화,
사립학교법 재개정 반대,
교복 선정 및 졸업 앨범 선정에 학부모 참여,
두발자유화,
교육예산 증가를 통한 학생복지비 증설,
학교준비물 구입에 있어 예산 증액을 통한 학부모 부담 감소,
방과후 교육 활동의 입시중심 반대,
한해 수업료만 1000만원이  넘는 귀족형 사립중학교 설립 반대
(소수의 부자들의 자녀를 위해 설립하는 귀족학교로 인해
수많은 초등학생들이 입시 지옥으로 내몰릴 수 있고,
교육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일이므로) 등등....
이런 것들이 현재 전교조가 주장하고 싸우는 내용들입니다.
영국, 미국, 기타 여러 나라들이 실시했다가 결국 참담한 실패로 끝난
‘교원평가’ 정책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왜 교사들만 위하는 이기적인 행동이고,
교육 발전에 방해만 되는 걸림돌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교사들도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고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파업까지 할 수 있는,
심지어 판사나 경찰 노조들의 단체 행동마저 허용되는 프랑스 같은 나라를
예로 들먹이지 않더라도,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실천하는
이 기본적인 일조차 불온시되고 이기적인 행태로 비난받는 한심한 모습에서
제발 우리도 이제는 좀 탈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때가 충분히 된 거 아닙니까?

끝으로 오늘 인터넷에서 본, 글 하나 덧붙입니다.

     *            *            *

제목: 김진경씨, 반성부터 하시오!   ( 글쓴이, 하재근,   출처 : 오마이뉴스 )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인 김진경 씨가 전교조를 '교육발전의 적'이라고 지목했다. 김씨는 "교사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우수한 인력집단으로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사회적 기대가 있다 ... 하지만 지금의 전교조는 조합원인 교사들의 이익만 대변해 국민들로부터 괴리되고 고립되고 있다 ... 지금의 전교조는 교육 발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방해만 되는 세력"이라 했다고 한다.

또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 머리는 좋은데 집안이 너무 가난하거나 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공부라도 할 수 있게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 (방과후학교는) 소외지역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의미 있는 정책으로, 학력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인데 일부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이를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전교조를 비난했다.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이 보여준 전교조와 교육에 대한 인식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김씨야말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달라. 교육시장화, 입시지옥, 교육양극화에 반대하면 교육발전의 적이고 이기적인 행태가 되는가?

정작 김씨나 정부는 대안을 내놓은 적이 있는가? 전교조에겐 대안이 있다. 이미 '학벌없는사회'가 대안으로 대학평준화를 그리고 1차 실행안으로 국공립대 입시통합을 제시했고 전교조도 그것에 동의했다. 초중등 부문이 지옥으로 바뀐 원인은 사회양극화와 대학서열체제에 있다.

교육정책은 첫째 대학서열체제를 혁파하고 둘째 사회양극화를 보정하는데 그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교육개혁은 대학서열체제를 더 심화하고 사회양극화를 더 심화하는 내용 일색이다. 거기에 반대하니까 교육발전의 적이라니, 이런 적반하장이 있는가.

정부는 아무런 대안도 없으면서 자사고, 특목고, 공영형혁신학교, 논술, 수행평가, EBS수능강좌, 내신, 초등학교영어교육 등 온갖 정책들을 난지도에 쓰레기 부리듯 퍼부어댔다. 또 정부는 국립대를 철폐하려 하고 있고 고등교육 부문 시장화를 기정사실화하려하며 초중등부문마저도 외국인학교 등으로 우회해 더욱 강도 높은 시장화 개혁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정부가 가리키는 방향은 정확히 한 지점, 귀족국가로의 회귀다. 부자들만 국제적 수준의 질 좋은 교육을 받아 엘리트가 될 수 있는 교육제도를 정부는 노리고 있다. 거기에 반대하면 교육발전의 적인가?

방과후학교, EBS수능강좌 등으로 서민의 학력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고 그것에 반대하면 서민을 위하는 길이 아니라는 김씨나 현 정권의 태도에서 놀라운 무지와 독선을 읽는다.

단일한 대학서열 체제에서 좁은 일류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모든 가정이 전면전을 치르는 상황에서 정부는 전국의 서민들에게 강남 학부모가 부담하는 수준의 사교육비를 보장해줄 수 있는가? 만약 그렇게 되면 강남 학부모는 사교육비를 더 올릴 것이다. 그럼 정부도 지원 규모를 늘릴 것인가? 절대로 정부가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은 그저 서민들에게 일류 사교육의 조악한 대체물을 안겨줄 뿐이다. 마치 모르핀처럼 마치 가짜 젖꼭지처럼 말이다. 김씨는 진정 이런 정책을 대안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런 정책은 대학서열 체제와 입시경쟁을 오히려 정당화한다. 국가가 입시경쟁을 당연시하고 단지 그 전쟁터의 합리적 관리에만 신경쓰는 동안 서민의 아이들은 죽어나간다. 교사평가도 결국 입시전쟁의 합리적 관리 방안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인 전체가 그리고 정부가 입시전쟁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오직 전교조만이 매몰차게, 일관되게, 단호하게 그것을 거부한다. 그 결과 전교조는 '명예로운 고립'이라는 훈장을 얻었다.

김씨는 그런 전교조의 고립을 비난하지만 전교조의 그런 태도엔 경의를 표해 마땅하다. 그렇지 않아도 우익천지인 이 나라에서 집권 민주화 세력이 단체로 우익 시장주의 세력이 되어 나라가 오른쪽으로 뒤집히려는 지금 전교조가 왼쪽에서 국가전복을 막고 있다. 김씨는 그것마저도 치우려 하는가?

김씨는 망발을 취소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라. 전교조에 "순수한 정신이 사라진 것 같다"는 김씨야말로 아이들을 생각하라. 입시지옥와 대학서열 체제를 기정사실화하고 그 경쟁시스템의 합리적 관리에만 치중하는 한 교육발전의 적은 정부다. 경쟁력 향상을 명목으로 교육체제를 유연화하면서 수익자 부담 원칙을 고수하는 한 교육발전의 적은 정부다.

진정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 등 집권 민주화 세력의 교육개혁이 아이들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눈에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 그 인과관계가 보이기 전까지 김씨는 교육발전 운운하며 전교조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



2006년 6월 19일,   - 아이들이 수련회를 떠나, 고요한 학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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